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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 암종의 키트루다(Keytruda) 면역항암제의 보험확대 가능성은


MSD의 블록버스터 의약품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는 면역항암제의 대표주자다. 키트루다는 다양한 임상시험을 통해 10개 이상의 암종에서 총 30개 이상의 적응증을 허가받는 데 성공했으며, 단독요법 또는 여러 병용요법이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의료계에서는 더 많은 환자가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보험급여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모든 암종에 대한 보험급여는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객관적 지표를 평가해 치료 혜택이 큰 적응증을 대상으로 급여 확대를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고 있다. 키트루다의 기전과 적응증, 급여 현황에 대해 알아본다.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어떤 약?
항암제는 크게 ▲세포독성항암제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로 나뉜다. 세포독성항암제는 체내에서 분열하는 모든 세포에 독성을 일으키는 항암제다. 암세포에 독성을 일으켜 항암 효과를 내지만, 일반 세포에도 독성을 일으키기 때문에 구토, 탈모, 신경·간·폐독성을 비롯한 부작용이 다른 계열의 항암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한 편이다.

표적항암제는 암세포에 발현된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다. 암세포의 성장이나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단백질만을 판별해 공격하기 때문에 세포독성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이 크지 않다고 알려졌으나, 표적 치료제도 마찬가지로 소화계 질환(구토, 메스꺼움, 설사, 변비 등)이나 발진을 비롯한 부작용이 존재한다. 또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와 연관이 있는 만큼, 특정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어 차세대 염기서열 검사(NGS)와 같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이를 발견하지 못하면 사용이 어렵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를 인식하지 못하는 면역세포들이 암세포를 인식할 수 있게끔, 즉 체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식별해 죽일 수 있도록 면역체계를 활성화시키는 약제다. 표적항암제와 달리 약제가 직접 암세포를 공격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표적항암제에 비해 약제의 반응률이 높지 않다. 즉, 치료에 평균적으로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위암처럼 암세포의 크기가 큰 암종에서는 세포독성항암제와의 병용이 필요한 경우도 발생한다. 대신, 면역항암제는 치료 초기에 반응이 생기면 장기간 지속되는 경향이 있어 기존 치료법으로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효과가 부족했던 환자들의 장기 생존을 도울 수 있다.

MSD의 키트루다는 면역항암제의 대표주자다. 암세포의 표면에 있는 PD-L1 단백질과 면역세포인 T세포의 표면에 있는 PD-1 단백질이 결합하면 T세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암세포 증식을 막지 못하는데, 키트루다는 PD-1의 결합을 억제해 면역세포가 정상적으로 작용하도록 돕는다.




적응증 확장위한 임상시험 적극… 병용·대조 시험도 증가
키트루다는 국내에서 17개의 암종에 걸쳐 33개의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을 만큼, 면역항암제 중에서도 가장 많은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표적인 적응증 확장 요인은 제약사의 전략에 있다. 즉, 비슷한 기전의 항암제더라도 제약사가 어떤 암종에 관심을 갖는지, 임상시험을 어떻게 설계하는지 등에 따라 적응증 추가에서 차이가 날 수 있는 것이다. 약제를 조합을 결정하고, 임상시험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제약사들은 국내 의료진들의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라선영 교수는 "기전이 비슷한 약이더라도 어떤 임상시험을 진행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암종마다 다른 약제와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달라진다"며 "MSD의 경우 초기부터 국내에서 키트루다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많이 묻고 참조해서 임상시험을 설계해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키트루다는 다른 기전의 치료제와 병용할 때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단독요법 대비 무진행생존기간(PFS)이나 반응률(ORR) 같은 지표를 개선한 데이터가 많아, 최근 다른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와 병용요법에 관한 임상시험이 많아지고 있다. 또 키트루다가 여러 암에서 하나의 표준요법으로 자리 잡으면서, 키트루다(단독·병용요법)를 다른 신약 후보물질의 대조군으로 활용하는 임상시험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표준요법으로 쓰이는 약제 대비 효능·안전성의 우월성 또는 비열등성을 입증해야 신약의 유효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암종 급여는 어렵지만… "객관적 지표 통해 적정성 평가해야"
키트루다는 많은 적응증에 비해 여전히 비급여인 영역이 많다. 한국MSD에 따르면, 국내에서 키트루다는 ▲폐암 ▲호지킨림프종 ▲요로상피암 ▲흑색종 등 4개 암종에 걸쳐 총 7개 적응증에 보험급여가 적용되고 있으며, 총 17개의 적응증에 대해 급여 확대를 신청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지난해 15개의 적응증에 대해 검토·논의에 돌입했으며, 올해 HER2 양성·음성 위 또는 위식도접합부 선암의 급여 적용에 대한 논의도 시작한 상태다.

환자들은 의료진과의 상담 후 키트루다의 항암 효과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비급여로 인해 환자들이 비용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치료 초기부터 키트루다를 사용하지 못하거나, 초반에 몇 차례 비급여로 치료를 진행하다 높은 비용을 견디지 못해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 키트루다는 비급여로 1회 투여할 때 약 600~700만원이 소요되며, 단독으로 사용하면 급여가 적용되던 세포독성항암제도 키트루다와 병용할 경우 비급여로 전환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2개 이상 약제 병용 시 부분 급여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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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에서는 보험급여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모든 암종에 적용되기는 어렵지만, 객관적인 지표를 평가해 치료 혜택이 큰 암종에 급여 확대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라선영 교수는 "보험 재정상 모든 암에 대해 보험급여를 요청할 순 없는 만큼, 급여 확대를 위해선 키트루다가 특정 암에서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위암 4기의 경우 평균 2년 이상 생존하기 쉽지 않은데, 약제를 통해 생존 기간을 4개월가량 늘릴 경우 환자들에게 엄청난 혜택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키트루다는 모든 암에서 항상 만능인 것은 아니다. 암종에 따라 PD-L1이 잘 발현되지 않거나, 암세포의 크기가 너무 커 키트루다 단독으로는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오히려 세포독성항암제를 병용할 때 비로소 효과가 나타나는 암종도 존재한다. 또 모든 항암제에는 부작용이 있는 것처럼, 키트루다의 부작용과 주의 사항에 대해서도 숙지하고, 반드시 주치의·전문의와 상담해야 할 필요가 있다. 키트루다에 대한 오해와 진실, 투여 시 주의 사항은 2편에서 알아볼 예정이다.
정준엽 기자 헬스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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