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글로벌 자금 '블랙홀'
글로벌 자금 330조원
사우디 아람코의 2.5배 규모
오픈AI, 앤스로픽도 메가 IPO 예고
연말까지 수급 공백과 회복 시나리오
스페이스X가 6월 12일 기업공개(IPO) 일정을 가속화하면서 글로벌 증시에 적신호가 커졌다. 기업 가치가 최대 2조달러(3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자금을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가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국 반도체주를 비롯한 글로벌 기술주에서의 자금 이탈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오픈AI와 앤스로픽 같은 초대형 종목도 상장 준비중이라 수급 공백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CREATED BY KCONTENTS330조 빨아들이는 블랙홀
스페이스X 상장을 전후로 움직일 글로벌 자금은 330조원(22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자금의 성격은 크게 세 갈래다.
먼저 글로벌 투자자들이 스페이스X 주식을 받기 위해 청약 계좌로 옮겨 담는 110조원(750억달러) 현금이 사라진다. 스페이스X가 IPO를 통해 조달하는 금액이다. 원래 같았으면 주가를 떠받쳤을 돈이 공모주 청약을 통해 스페이스X로 향한다. 시장의 유동성이 즉시 축소된다.
S&P500 추종 상품은 약 14조달러, 나스닥100 추종 상품은 3조달러에 달한다. 상장 초반 유동 물량을 반영하면 스페이스X의 예상 비중은 S&P500에서 0.22%, 나스닥100에서 0.3%를 차지할 전망이다. 패시브 자산 규모에 이 비중을 곱하면 약 55조원(410억달러)이 스페이스X 편입으로 움직이게 된다.
170조원(1125억달러)은 기관 투자자의 비상금이다. 대규모 IPO로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에 대비해 마련한 돈이다. 액티브 펀드매니저들은 현금을 쥐고 관망하거나 스페이스X를 저점 매수하기 위해 기존 주식을 내다 판다. 대형 IPO 때 공모 금액의 1.5배 규모 자산이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리바바와 아람코가 상장할 때도 비슷한 규모의 이동이 관측됐다. 스페이스X 공모액 750억달러에 1.5배를 적용하면 170조원이 산출된다.
2019년 사우디 아람코와 차이점
과거 최대 규모 IPO였던 아람코와 비교하면 스페이스X의 파괴력은 더 명확해진다. 2019년 아람코 상장 당시 끌어모은 돈은 294억달러로 스페이스X 공모액 750억달러의 40%에 불과했다. 게다가 아람코는 사우디 거래소에 상장돼 수급 왜곡이 내부에 한정된 면이 있었다.
그럼에도 당시 아람코가 상장 이후 글로벌 지수에 편입되자 기계적으로 비중을 맞춰야 하는 펀드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 결과 한국과 대만 등 이머징 마켓에서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는 충격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스페이스X 상장의 충격이 아람코 때보다 훨씬 클 것"으로 분석한다. 전통 에너지 기업인 아람코와 달리 스페이스X는 기술주 성격을 보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AI, 반도체, 첨단 테크 자금을 직접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Crypto Briefing
오픈AI·앤스로픽 대기…거대 공모주 군단
문제는 IPO로 인한 유동성 가뭄이 스페이스X 상장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공지능 열풍의 주역인 오픈AI는 올해 3분기 상장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고, 앤스로픽 같은 실리콘밸리 거물도 상장을 대기 중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역사상 유례없는 '초대형 공모주 군단'의 출현으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외국인 자금의 귀환 주기가 늦어지면서 지지부진한 수급 가뭄이 길어질 우려가 있다.
한국 반도체, 글로벌 현금인출기 될까
이번 상장의 또 다른 뇌관은 개인 투자자 몫(리테일)이 역대 최고 수준인 30%로 확정됐다는 점이다.
기계적 알고리즘에 따라 움직이는 'CTA 펀드'는 기대감보다는 수익률 데이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확실한 대어인 스페이스X를 잡기 위해 포트폴리오 내에서 현금화하기 가장 쉬운 종목을 먼저 판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현금을 만들기 위해 가장 수익률이 좋았던 반도체와 전력 섹터에서 집중적으로 이익을 챙길 가능성이 높다. 상장 2주 전인 5월말~6월초 사이에 돈이 마르는 현상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주요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코스피와 한국 반도체 기업은 그 영향권의 중심에 있다는 분석이다.
숨 가쁜 일정과 찾아올 기회
스페이스X 상장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첫 관문은 이번주로 예정된 5대 1 주식분할이다. 최근 로이터는 스페이스X 주주들이 5대 1 주식분할을 승인했고, 이에 따라 주당 공정가치가 526달러에서 105달러로 조정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주당 가격을 낮춰 일반 투자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취지다.
6월 4일 기관 대상 로드쇼가 시작되면 펀드들의 현금 확보 전쟁은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이후 6월 12일 나스닥 상장이 완료된 후 15거래일 내에 주요 지수에 편입이 될 전망인데, 이로 인해 주요 기술주의 기계적인 매도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수급으로 주가가 밀리는 우량 종목을 오히려 저점 매수할 기회"라고 조언한다. 주요 기술주의 기초체력이 나빠진 것이 아니라 초대형 상장 이벤트가 유발한 일시적인 자본 쏠림이기 때문이다.
수급 블랙홀 언제쯤 돌아올까
스페이스X가 빨아들일 유동성 블랙홀은 연말까지 세차례에 걸쳐 회복될 전망이다. 첫 번째 회복기는 상장 후 15거래일이 지나는 7월 초다. 대형 ETF는 7월 초까지 스페이스X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반드시 편입해야 한다. 패시브 ETF 자금이 스페이스X를 사려고 다른 주식을 가장 격렬하게 파는 시기다.
2차 회복기는 9월 말로 예상된다. 대형 인덱스 펀드는 특정 종목이 지수에 편입될 때 바로 대응하지 않고 매 분기 말 정기 리밸런싱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 상장 초반 높은 가격에 사들여 수익률을 갉아먹기보다 천천히 편입하는 성격이다. 7월 초 패시브 ETF의 매수세가 진정되고 나면 인덱스 펀드의 스페이스X 채우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3분기 말 정기 조정이 끝나야 지수 추종 자금의 이동이 마무리된다.
완전 정상화 단계는 보호예수 기간 6개월이 지나는 12월 중순이다. 초기 투자자와 임직원 보호예수 물량이 해제되면서 유통되는 주식이 늘어난다. 상장 초기엔 유통 주식이 적어 수급 왜곡이 심할 수밖에 없지만, 보호예수 물량이 풀려 공급이 늘어나면 프리미엄이 제거된다. 다른 주식을 팔아야 했던 수급 공백도 종식된다. 이탈했던 자금이 한국 반도체나 기존 우량 테크주로 재배분되는 정상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B급기자의 B급리포트]
전효성기자 zeon@wowtv.co.kr 한국경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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