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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제, 미 성인 12%가 복용 ... 소비 트랜드 변화

식품업계 체질 개선, 신메뉴부터 전용 브랜드까지

식품 소비가 패션∙뷰티∙레저 소비로, 비만치료제가 바꾼 소비 지도

미국 식품·건강 전문가 그렉 크리처(Greg Critser)는 저서 ‘뚱보들의 나라’에서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비만인 나라라고 진단하며, 고과당 시럽과 대용량 식문화, 초가공식품 범람을 미국 비만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에 따르면, 미국 성인 42.4%가 비만, 9.2%가 초고도 비만이며 인구 12%인 4010만 명이 당뇨를 앓고 있다. 비만 인구 증가에 따라 관련 시장도 급팽창 중이다. 최근에는 연속 혈당측정기와 스마트 인슐린 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된 혁신 제품들이 매년 출시되며 비만 관리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중 가장 혁신적인 제품은 단연 GLP-1 비만치료제다.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당뇨 치료용으로 개발한 오젬픽(Ozempic)은 체지방 감소 효과가 주목받으며 2021년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로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GIP 성분을 더해 효과를 높인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를 개발, 당뇨약 마운자로(Mounjaro) 와 비만 및 수면 무호흡 치료제 젭바운드(Zepbound)까지 잇달아 FDA 승인을 받아냈다. 양강 체제 속에서 비만치료 시장은 매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전 산업에 막대한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비만치료제 시장 '천억 달러' 시대

비만치료제 시장이 당초 예측을 뛰어넘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시티그룹은 2035년 글로벌 시장 규모를 710억 달러로 내다봤으나, 최근 골드만삭스는 이를 상향 조정했다. 약값 인하와 경도 비만 및 미용 목적의 수요 급증, 혁신 기술의 등장을 근거로 미국 내 675억 달러, 전 세계적으로 1183억 달러 규모의 거대 시장이 형성될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의 장밋빛 전망에 따라 주요 제약사들의 점유율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올해 1월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용 치료제 '리벨서스(Rybelsus)'가 본격 시판되며 투약 편의성 경쟁의 포문을 열었다. 후발 주자인 화이자는 2028년 출시를 목표로 월 1회 주사제(PF-3944)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암젠 역시 2027~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마리타이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향후 비만치료제 시장의 승부처는 단순 감량을 넘어 근손실 방지, 요요 현상 극복, 투여 주기 연장 등 차별화된 기술력에 달려 있다. 제약업계는 체지방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신기술과 고도화된 경구용 제품들이 속속 도입되면서 시장의 외연이 더욱 가파르게 확장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KFF의 최신 데이터(2025년 11월 기준)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12%가 현재 비만치료제를 복용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불과 1년 6개월 전보다 6%p 급증한 수치로, 고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수요를 입증하고 있다. 치료제의 실질적인 효과 역시 데이터로 확인되고 있다. 갤럽(Gallup) 조사 결과, 비만치료제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그간 가파르게 상승하던 미국의 비만율이 확연하게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치료제의 열풍이 가열되면서 제약사의 완제품이 아닌 '복합 조제약(Compounded GLP-1)' 판매 기업도 생겨났다. 원격 의료 플랫폼 힘스 앤 허즈(Hims & Hers Health)는 위고비와 동일 성분을 월 200달러라는 파격적 가격에 내놓으며 MZ세대를 공략 중이다. 이는 위고비 소비자공급가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온라인 문진과 배송 편의성을 앞세워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가 소송을 제기하며 견제에 나섰으나, 힘스 앤 허즈는 FDA의 '공급 부족 시 조제 허용' 규정을 활용해 세를 넓히고 있다.

비만치료제 확산에 식품 지출 급감

비만치료제 확산은 미국 소비 지형마저 바꾸고 있다. 감량에 성공한 핵심 소비층을 중심으로 식품 소비의 ‘절대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액상과당이나 초가공식품 대신 소량의 건강식 위주로 식단이 재편되고 있다. 미국 코넬대의 조사에 따르면, 비만치료제 사용자가 있는 가구의 식품 지출은 이전 대비 5.3% 감소했으며 고소득층은 그 폭이 8.2%에 달했다. 투약 기간이 길어질수록 지출 감소세는 뚜렷해졌으며, 특히 과자·베이커리 등 가공식품과 간식류 소비가 유의미하게 급감하며 관련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만치료제 열풍이 글로벌 식품업계의 지형을 뒤흔들며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단순한 유행을 넘어 소비 패턴의 구조적 변화가 감지되자, 기업들은 브랜드 분사와 '소량·고단백' 중심의 체질 개선을 단행하는 모양새다. 유니레버(Unilever)는 최근 아이스크림 사업부를 ‘더 매그넘 아이스크림 컴퍼니(The Magnum Ice Cream Company)’로 독립 분사하며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분사 후 첫 실적 발표에서 북미와 유럽 시장 판매량이 3.1% 감소하자, 한입 크기의 소형 제품과 저당·고단백 라인업 확대를 해결책으로 내놨다. 펩시코(PepsiCo) 역시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약 2% 줄어든 원인으로 비만치료제의 영향을 지목했다. 이에 레이스(Lay’s), 도리토스(Doritos) 등 주요 스낵 가격을 15% 인하하고 소포장 제품을 확대하는 등 가격 정책을 전면 수정했다.

아예 비만치료제 사용자를 겨냥한 전용 브랜드를 론칭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네슬레(Nestle)는 고단백과 필수 미네랄로 구성된 소용량 냉동 밀키트 브랜드 ‘바이탈 퍼슈트(Vital Pursuit)’를 선보였으며, 제너럴 밀스(General Mills)는 단백질 함량을 대폭 높인 ‘치리오스 프로틴(Cheerios Protein)’과 ‘애니스 슈퍼 맥(Annie’s Super Mac)’을 출시하며 건강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크리그 닥터 페퍼(Keurig Dr Pepper) 또한 2026년부터 음료와 커피 사업부를 분리 운영하며 제로 슈가와 미니 사이즈 제품군을 강화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식품 기업들이 기존의 다량 소비 모델을 탈피해, 약물 투여로 식사량이 줄어든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한 '고효율·고영양' 전략으로 급격히 선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식업계 역시 소량 식사와 건강 메뉴를 앞세워 대응에 나섰다. 대표적인 캐주얼 다이닝 브랜드 올리브 가든(Olive Garden)은 2026년 1월부터 인기 메뉴 7종에 ‘소량 옵션(Lighter portion)’을 도입, 가격을 3~5달러 낮추며 고객 만족도를 15% 이상 끌어올렸다. 치폴레(Chipotle)와 스위트그린(Sweet Green)은 고단백 메뉴를 전면에 배치하며 건강 지향적 소비자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쉐이크쉑(Shake Shack)은 ‘굿 핏(The Good Fit)’ 메뉴를 출시해 차별화를 꾀했다. 기존 번을 상추나 글루텐 프리 제형으로 대체하고 단백질과 식이섬유 비중을 높임으로써, 탄수화물 섭취를 경계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시사점

비만치료제의 확산은 단순한 보건 이슈를 넘어 국가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골드만삭스는 비만율 감소와 합병증 완화로 유병 인구가 줄어들면서, 향후 10년간 미국의 GDP가 0.4~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동 인구의 시장 잔류 및 복귀가 활발해지고 업무 효율이 개선되는 동시에, 만성 질환 치료에 투입되던 막대한 국가 의료비가 절감되며 경제적 효율성이 극대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투자 은행에 근무 중인 A씨는 뉴욕무역관과의 인터뷰를 통해 "비만치료제의 영향은 식품을 넘어 패션·뷰티·레저 등 산업 전반의 소비 지형을 재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체중 감량에 성공한 소비자들이 '사이즈 교체'를 위한 의류 구매에 나서고, 급격한 체중 변화에 따른 피부 관리와 미용 투자를 늘리면서 관련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식비 절감액이 여행이나 아웃도어 액티비티 등 '경험 소비'로 전이되는 이른바 자신감 경제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A씨는 “비만치료제 보급이 미국의 경제적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고소득층이 약물을 통해 손쉽게 건강을 관리하는 반면, 저소득층은 경제적 장벽 탓에 비만 상태에 고착되는 '생물학적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들은 비만치료제 열풍이 이끄는 소비 시장의 질적 변화를 면밀히 검토하고, 변화된 시장 환경에 맞는 전략적 진출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료: CNBC, New York Times, Reuters, JP Morgan, Goldman Sachs, Harvard Business Review, Yabble, Gallup, EY parthernon, KFF, Restaurant Business, National Institute of Health,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KOTRA 뉴욕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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