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조종 도입
현대건설, 국내 첫 시범 운영
지난 5일 경기 과천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9동, 880가구 규모 아파트를 짓는 현장 상공에선 타워크레인 3대가 철근을 옮기고 있었다. 그런데 크레인 1대의 조종석은 텅 비어 있었다. 조종자가 없는데도 이 크레인은 다른 두 대처럼 회전, 상승, 하강을 하며 막힘 없이 작업을 해냈다.
조종자는 크레인에서 약 100m 떨어진 지상 컨테이너 내부 원격 조종실에 있었다. 대형 모니터 3대와 조종간, 통신 장비가 설치된 이곳에서 조종자는 카메라 9대가 보내주는 크레인 각 부위 영상과 실시간 풍속, 인접 크레인과의 거리 정보 등을 한눈에 보며 크레인을 움직였다. 철근을 옮길 때는 화면을 확대해 체결 상태를 확인한 뒤 조종간을 움직였다. 무전으로 신호수와 소통하며 작업은 끊김 없이 이어졌다.
원격 조종으로 ‘극한직업’ 극복
현대건설이 타워크레인 조종석을 지상으로 내린 가장 큰 이유는 열악한 작업 환경 때문이다. 타워크레인 기사는 건설 현장의 ‘꽃’이라 불리지만, 80~100m 높이 조종석에서 8시간 이상을 작업해야 한다. 사다리를 오르내리는 데만 20~30분이 걸려, 때로는 식사와 용변도 조종석 안에서 해결한다. ‘극한직업’으로 알려지면서 청년층도 외면한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타워크레인 등 건설기계 조작 종사자 10명 중 7명이 50대 이상이며, 평균 연령은 52.6세에 달한다.
원격 조종은 이런 환경을 바꾸기 위한 시도다. 다만 기술적 위험이 따른다. 가장 큰 변수는 통신 지연과 신호 단절이다. 조종 명령이 늦게 전달되거나 끊기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건설은 무선 대신 광섬유 유선 통신을 채택했다. 김규환 현대건설 OSC(탈현장공법)팀장은 “조종 명령이 0.01초 내에 장비에 전달된다”며 “유선 연결이 끊겨도 문제가 없도록 유선과 무선 대체 통신망을 각각 하나씩 마련하는 등 3중 안전장치를 뒀다”고 했다. 현장 관계자는 “기존에는 소리와 진동 같은 ‘감’에 의존해 줄 엉킴이나 이상을 판단했다면, 이제는 카메라와 데이터로 확인한다”고 말했다. 사각지대를 줄이고, 주요 구동부까지 상시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도 현대건설의 타워크레인 원격 조종 시험에 주목하고 있다. 안전 사고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기존 방식에 비해 작업 효율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도입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건설현장 안전을 강조하는 정부 입장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원격 조종의 성능과 안전성 등이 입증되면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며 안전사고 예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노동계의 인력 감축 우려와 일자리 갈등은 넘어야 할 산이다. 이달 초 타워크레인노조는 “원격 조종은 비용 절감과 인력 감축을 위한 수순”이라며 “기술 운용을 즉각 중단하라”고 현대건설에 요구했다. 한 명이 여러 대 크레인을 동시에 조작하면서, 노조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안계현 현대건설 기술연구원 실장은 “크레인 한 대당 한 명이 조종한다는 원칙은 변함없으며, 숙련된 기사의 역할은 원격 환경에서도 대체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황규락 기자
https://www.chosun.com/economy/real_estate/2026/02/12/WLWO725N3NHPRCCOAXYOKJQIA4/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