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폭망에도 무덤덤한 국민들..."IMF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증시 신기루에 빠져 정신 못차려

올해 1분기 우리나라 정부부채 비율이 3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47.2%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시기 급격히 늘어난 재정지출 이후 꾸준히 상승해온 결과로, BIS가 통계를 작성한 1990년 이후 처음으로 47%대를 넘어섰다.

정부와 가계, 기업을 합친 국가 총부채도 6천373조원으로 최대치를 경신해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상 첫 47% 돌파한 정부부채

BIS는 올해 1분기 말 한국의 정부부채 규모를 약 1천212조원으로 추산했다. 원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치였으며, 달러 기준으로는 환율 영향으로 전 분기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정부부채 비율은 2020년 40%를 넘어선 뒤 매년 오름세를 보였다. 2023년 44.1%, 2024년 45.2%를 기록한 뒤 잠시 주춤했으나 올해 다시 급등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강연에서 “경기가 나쁜 상황에서 재정이 역할을 하는 건 불가피하다”면서도 “지속적으로 빚이 늘어나는 방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계와 비교하면 아직 낮지만…

한국의 부채 비율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일본은 200.4%, 그리스 152.9%, 미국 107.7%로 한국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축통화를 보유한 국가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서강대 허준영 교수는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은 그동안 비기축통화국 평균보다 낮았지만 올해 처음 그 선을 넘어섰다”며 “문제는 절대 수준보다 증가 속도”라고 말했다.

그는 복지 지출 확대와 경기 부진이 맞물리며 빚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 총부채 6천조 원 돌파

정부뿐 아니라 가계와 기업의 빚도 여전히 큰 부담으로 남아 있다. BIS는 가계부채를 2천300조원, 기업부채를 2천861조원으로 집계했다. 이에 따라 비금융부문 전체 부채, 즉 국가 총부채는 6천373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허 교수는 “단기적으로 국가 경제 체력이 버틸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만성 질환처럼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기업 자금 조달 비용이 오르고, 가계부채 금리 부담이 확대돼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 불확실성이 짙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재정정책 방향이 향후 한국 경제의 활력을 좌우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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