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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위 채권국 발돋음한 한국 From Debt to Surplus: S. Korea becomes World’s 7th-largest creditor in 11 years


빚쟁이 국가서 11년 만에 세계 7위 채권국으로
순대외금융자산 1조달러 돌파

   2013년까지만 해도 한국은 빚쟁이 국가였다. 한국인이 외국에 보유한 자산보다 외국인이 국내에 깔아둔 돈이 더 많았다. 2014년을 기점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공장을 짓는 등 기업들이 직접 투자를 늘렸고, 국민연금은 해외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개인 투자자들도 고수익을 노리고 해외 투자에 눈을 돌렸다. 물건 팔아 돈을 벌던 국가가, 자본을 해외에 풀어 돈을 버는 국가로 진화한 것이다.

  사진 The Korea Times edite dby kcontents

지난해 한국은 순대외금융자산이 1조달러를 넘는 국가가 됐다. 외환 위기의 방파제 역할을 하는 외환보유액을 4156억달러 정도 보유한 한국 입장에서 1조1023억달러의 순자산을 해외에 갖고 있다는 것은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한 국가별 순대외금융자산 순위에서 한국은 2012년 133위에 그쳤지만, 2021년에는 10위권으로 수직 상승했고, 작년엔 7위 규모로 집계됐다.

서학 개미 투자 작년 50% 급증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이 1조달러를 돌파한 데는 서학 개미(해외 주식 투자자)의 약진이 큰 역할을 했다.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1년 76억달러(약 11조원)에 불과했던 서학 개미의 해외 주식·채권 보관액은 지난해 1587억달러로 20배로 급증했다.

전년과 비교해서도 50% 넘게 급증하는 등 해외 투자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지난해 S&P500이 23%, 나스닥은 29% 오르면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 개미들이 투자 심리에 기름을 부었다. 일본과 유럽 주식 시장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일학 개미(일본 주식 투자자)와 유럽 개미(유럽 주식 투자자)들도 증가했다.

엔비디아·테슬라 등 해외 주식에 거부감이 적은 젊은 층이 서학 개미의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엔비디아 주가가 171%, 테슬라가 63% 상승하며 이 주식들을 추종하는 투자자들을 ‘엔덕후(엔비디아 팬)’, 테슬림(테슬라는 종교)’으로 부르는 유행어도 생겼다. 미국 주식으로 큰 수익을 올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포모(FOMO·나만 소외된다는 두려움)를 느끼며 해외 주식에 뛰어든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회사원 이모(32)씨는 “미국 주식에 투자한 친구가 엔비디아로 큰돈을 벌면서 나도 투자하게 됐다”며 “글로벌 기술 흐름을 선도하는 미국 IT(정보기술) 산업이 망할 리는 없다고 생각하며 투자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도 서학 개미 잡기에 나서고 있다. 작년 삼성증권·메리츠증권 등 증권사들은 장·단기적으로 해외 주식 수수료 무료 서비스를 내놓았다. 삼성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들도 Kodex 미국서학개미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상품을 출시했다.

               그래픽=양진경

국민들의 노후 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채권 투자 규모도 급증했다. 2019년 197조원에서 지난해 3분기까지 480조5000억원으로 144% 증가했다. 해외 주식의 직접 운용 금액도 2019년 64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189조7000억원로 늘었다. 국민연금은 현재 약 50%인 해외 투자 비율을 2028년까지 60%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 투자 급증의 명암
개인과 국민연금 같은 기관 투자자가 해외에 깔아놓은 금융 자산은 무역수지가 악화됐을 때도 주기적인 이자·배당으로 경제 버팀목 역할을 한다.

무역수지가 악화됐을 때도 이자·배당으로 경제 버팀목
일본이 그랬다. 일본의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 폭은 3조8990억엔(약 37조원)이다. 그러나 해외 이자·배당까지 감안한 경상수지는 29조6215억엔(약 280조원) 흑자다. 과거처럼 일본이 무역에서 많은 돈을 벌지 못하지만, 해외 자산에서 벌어들이는 돈을 뜻하는 소득수지가 40조엔(약 380조원) 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3조달러가 넘는 일본 순대외금융자산의 힘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1월 한국이 해외 투자로 벌어들인 돈이 266억달러에 달했다. 수출로 벌어들인 상품수지 흑자(1000억달러)만큼의 효자는 아직 아니지만, 고질적인 서비스수지 적자(237억달러)를 충분히 메울 정도는 됐다.

하지만 순대외금융자산 증가가 경제에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가 미국 등 해외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간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달러로 바꿔 해외에 투자하는 돈이 늘면 원화 환율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국내 주식시장에도 부담이다. 지난해 외국인 국내 주식 투자액은 1143억달러 줄었고, 이 또한 순대외금융자산이 증가하게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해외 투자 급증은 국내 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모험 자본이 외국으로 과도하게 빠져나간다는 의미도 된다”고 했다.

* 순대외금융자산
국내 거주자의 해외 주식, 채권 등 투자액인 대외금융자산에서 외국인의 국내 주식, 채권 투자액을 뜻하는 대외금융부채를 뺀 값이다. 순대외금융자산이 크다는 것은 한국인이 해외에 투자한 금융자산이 외국인이 한국에서 사들인 금융자산보다 많다는 뜻이다.

김정훈 기자
이혜운 기자 조선일보

From Debt to Surplus: S. Korea becomes World’s 7th-largest creditor in 11 years
https://www.chosun.com/english/market-money-en/2025/02/28/CJH2UMRTIRHCZHOK767OQAP3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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