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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튼 하나 누르니 ‘비밀의 방’...건설사들, 가변형 평면 잇따라 도입


"필요에 따라 공간 배치"
인구구조·생활패턴 변화에 맞춤형 공간 구현 가능한 평면 선봬

* 딩크족(DINK; Double Income, No Kids)
198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나타난 새로운 가족 형태로 결혼은 하되 아이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무자녀기혼)를 가리킨다. 위키백과

인구 구조와 생활 패턴 변화에 맞춰 건설사들이 잇따라 신개념 아파트 평면도를 내놓고 있다.

전형적인 평면도에서 탈피, 거주자가 가족 구성원 수나 생활 패턴에 맞춰 공간을 쉽게 변형할 수 있도록 가변형 구조를 도입해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27일 '내일의 주거공간 전략과 평면' 발표회를 열고 새로운 아파트 평면도 20종을 선보였다.

포스코이앤씨가 선보인 2인 딩크족 부부를 위한 평면도
[포스코이앤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유연하게 변형되는 공간'이라는 뜻에서 '플렉시폼'이라고 명명한 새 평면은 4인 가족 외에 딩크족, 액티브 시니어 2인 가구, 외동아이를 둔 3인 가구, 3세대가 함께 사는 5인 가구, 캥거루족 자녀를 둔 3인 가구 등 다양한 가족 형태에 맞춤형 주거 공간을 구현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예컨대 출퇴근 시간이 각기 다른 딩크족 부부를 위해서는 침실의 수면공간을 분리하고, 분리된 공간 사이에는 문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해 서로 수면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는 식이다.

같은 2인 가구라도 노년 부부를 위한 평면은 자녀들이 모두 모일 때를 고려해 '거실·식당·주방'(LDK) 공간에 여유를 두고, 주방에는 부부만 간단히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이처럼 공간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도록 포스코이앤씨는 기둥을 외곽으로 배치해 평면 내 내력벽을 최소화하는 공법을 택했다. 나아가 화장실 등 수공간 위치도 바꿀 수 있게 설계했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건축사업본부장은 "출산율 저하로 가족 구성원이 변화하며 주거공간과 소비자 니즈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 다양성을 주거 공간에 담아내기 위해 공간 유연성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의 넥스트 라멘 구조
[삼성물산 건설부문 제공]

삼성물산은 앞서 작년 8월 '넥스트홈'이라는 이름으로 거주자가 생활 방식에 맞춰 주거 공간을 자유롭게 디자인하고 바꿀 수 있는 미래형 모델을 선보였다.


넥스트홈의 핵심은 삼성물산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넥스트 라멘구조'와 '인필(In-Fill) 시스템'이다.

넥스트 라멘 구조는 수직 기둥에 수평 부재인 보를 더한 라멘 구조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내부 기둥을 외부로 배치한 새로운 '무주'(無柱) 형태다. 인필 시스템은 조립형 모듈 방식으로 집 안 공간을 레고 조립하듯 구성할 수 있다.

조립식 모듈형 건식바닥 시스템을 이용해 바닥을 띄워 설치하고 바닥 하부로 배관을 설치했다. 벽체 역시 모듈형 조립식으로 제작돼 이동과 재설치가 가능하다.

가구도 기존의 붙박이 가구 형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이동·설치할 수 있고, 때로는 벽 역할을 하는 자립식 가구를 개발해 적용할 계획이다.

넥스트 라멘 구조와 인필 시스템을 활용하면 입주자는 살면서 필요에 따라 집 구조를 쉽게 바꿀 수 있다. 방을 통합해 사용하거나 자녀가 생기면 자녀 방을 새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삼성물산은 넥스트홈 발표회에서 "1인 가구 증가 등 주거 트렌드를 반영하는 공간 변화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대응하는 혁신 기술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새 주거모델을 선보인 배경을 밝혔다.

거실 월플렉스를 이동해 만들어진 게스트룸과 홈오피스 공간. <현대건설 제공> edited by kcontents


한편, 건설업계 일각에선 인구 구조 변화와 함께 정비사업 수주를 염두에 두고 이런 새 평면을 내놓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재개발과 재건축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며 "수주 경쟁에서 소유주의 마음을 얻으려면 새로운 평면을 계속해서 내놓아야 하고, 이제 한 곳이 이렇게 하면 다른 건설사들도 새로운 평면을 내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한 아파트가 또 재건축할 수 있겠느냐"며 "이제 백년주택을 염두에 두고 거주자가 필요에 따라 바꿀 수 있도록 하고 추후 리모델링 시 용이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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