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 복합 개발 변경
삼성역 개통 미뤄져 ‘세금 낭비’
정부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운영과 관련해 이 사업의 시행사인 민간 회사 ‘SG레일’에 최소 1000억원 이상을 물어줘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GTX-A의 핵심 정차역인 삼성역 개통이 늦어지면서 시행사가 입은 운영상 손해를 정부가 메워주는 조항이 발동되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12월 국토부와 SG레일 간 맺어진 실시 협약에 포함된 것으로 삼성역 미개통에 따른 손해를 모두 세금으로 보상하게 돼 있다.
지난달 31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열차를 탄 승객들이 경기 화성시 동탄역을 지나가고 있다. 빈 좌석이 눈에 띌 정도로 한산하다. GTX-A는 삼성~동탄 구간으로 개통될 예정이었지만 삼성역 공사가 연기되며 수서~동탄만 먼저 개통했다. /연합뉴스
GTX-A는 당초 삼성~동탄 39.5㎞ 구간, 운정~삼성 42.6㎞ 구간으로 나눠 개발한 뒤, 삼성~동탄 구간을 먼저 운행하고 이후 운정~삼성 구간을 개통해 합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삼성역과 연계된 영동대로 복합 개발 공사 등으로 삼성역 개통이 2028년 후로 밀리면서 지난달 30일 수서~동탄 구간만 먼저 개통했다. 한 사립대 물류·교통학과 교수는 “공사 계획 변경만으로 1000억원 이상 세금이 민간 회사로 흘러가게 된 것”이라며 “GTX-A 운영에 예산 투입을 최소화하려던 정부의 계획이 시작부터 틀어지게 됐다”고 했다.
본지가 입수한 국토부와 SG레일의 실시협약서에는 ‘국토부가 삼성역이 GTX-A 운영 전까지 개통되지 않으면 이로 인한 시행사 SG레일의 운영이익 감소분을 지급한다’고 규정돼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역 미개통에 따라 SG레일이 연 400억~600억원가량의 손해를 입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역 개통이 2028년 예정돼있으므로 올해부터 4년간 매년 이 금액을 SG레일에 지급해야 하는 셈이다.
실시 협약이 맺어진 2018년 12월 삼성역 문제를 별도의 조항으로 만들어 보상 규정까지 둔 건 당시 핵심 정차역인 삼성역의 미개통 가능성이 점쳐졌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시는 삼성역과 연계해 영동대로 복합 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삼성역사거리와 코엑스사거리 사이 600m 구간 지하에 폭 63m, 깊이 53m 규모로 광역복합환승센터를 만들고 철도와 도로를 모두 지하화하는 것이다. 지상엔 상업 공간과 녹지 조성이 계획됐다.
일각에선 2028년 삼성역이 개통돼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2028년 지하 5층에서 GTX-A를 탑승하는 건 가능해지지만, 지상 공간 공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지상 공사 일부는 아직 시공사도 선정하지 못했다. 수만 명이 한창 공사 중인 시설을 이용해야 해 불편할 뿐 아니라 안전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그렇다고 개통을 더 늦추기도 힘들다. GTX-A는 삼성역이 빠지면서 이용객이 일 8000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국토부가 당초 예상했던 이용객(2만1500명)의 37% 수준이다. GTX-A 기본 계획 잡을 2014년에는 6만명대로 예측했다가 삼성역이 빠지면서 2만명대로 수요를 대폭 낮춘 것인데 여기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국토부는 “승객이 출퇴근 패턴을 바꾸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고, 6월 수서~동탄 사이 구성역이 개통되면 이용객이 더 늘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GTX-A를 주로 이용하는 동탄 등 경기도 주민들 반응은 다르다. 서울로 출근하는 사람 상당수는 선릉, 역삼 등 강남 지역으로 이동하는데, 삼성역이 빠지면서 수서를 통해 가야 해 불편하다는 것이다. 실제 평일 이용객은 예측의 37% 수준이지만, 주말 이용객은 1만5000명가량으로 예상 수요의 90% 수준을 보이고 있다. 꼭 강남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주말에는 예측만큼 GTX-A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김아사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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