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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안 움직이면 금방 노화 Aging



명퇴 후 거울 보니 '폭삭'
안 움직이면 금방 노인 된다

심신 쇠약해지는 노쇠증후군
정년·은퇴 후 무력감이 원인
40·50대에서도 자주 나타나

  요즘 들어 밥맛이 없고 조금만 움직여도 피로하며 기억이 가물가물해진다는 40·50대 중장년이 적지 않다. 특히 경기 침체로 희망퇴직을 했거나 해고를 당한 사람은 그동안 멀쩡했던 몸이 아프고 우울감이 찾아온다. 퇴직을 했지만 할 일이 사라지고 나면 무력감과 공허함이 밀려온다.

이는 질병이 아니지만 나이가 들면서 심신 기능이 저하된 '노쇠증후군(frailty syndrome)'의 대표 증상이다. 퇴직 후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옛 동료를 오랜만에 만나면 훌쩍 늙어버린 모습에 깜짝 놀라는데, 이 역시 노쇠증후군의 한 단면이다.

노화 예방의 핵심은 근육량
근력 운동으로 활동량 늘리고
단백질 위주 규칙적 식사해야


노쇠증후군은 원래 60대 후반 이후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초고령사회 일본은 이를 '프레일(frail)'이라고 축약해 부른다.

프레일 여부는 체중 감소나 보행 속도, 운동습관·인지기능·피로감 등 몸과 마음, 사회성 등 세 가지 관점에서 판정한다. 프레일은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일상생활이 어려운 단계의 직전 상황을 가리킨다. 최근 들어 일본에서 프레일에 노출된 40·50대가 의외로 많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40·50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나 통계가 없지만 일본과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와세다대 연구팀이 오사카부 세쓰시와 한난시 주민 약 9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40대에서 16%(세쓰)와 12%(한난), 50대에서 15%와 12%가 프레일에 노출돼 있었다.


프레일, 즉 노쇠증후군은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 확산과 운동 부족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 생활습관병예방협회가 의사 3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의사 80%가 프레일에 해당하는 환자가 늘었다고 답했다. 의사 36%는 50대에서, 의사 중 20%는 40대에서도 프레일 환자가 증가했다고 했다. 프레일 환자는 70대 이상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

요시다 히로시 도쿄 지케이카이 의과대 부속 가시와병원장은 "코로나19와 그에 따른 재택근무로 혈당과 중성지방 수치가 올라간 환자가 많았다. 대사증후군이나 생활습관병 악화와 프레일화가 동시에 진행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재택근무로 출퇴근이 줄어 신체 활동량이 감소하고 근육량이 줄어든 것도 큰 요인이다. 근육이 줄면 당이나 지방 대사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직장인도 앉아 있는 시간이 많으면 프레일에 노출될 수 있다. 미야치 모토히코 와세다대 스포츠과학 학술원 교수는 "중장년 남성도 비만이 되면 몸이 무거워져서 무릎이나 허리에 통증이 올 수 있다. 보행 속도가 저하되고 운동량이 줄어들기 쉽다"며 "여성은 감량에 따른 체력 저하, 활동량 감소로 프레일이 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프레일을 예방하는 지름길은 운동과 식사로 근육량을 늘리는 것이다. 시간을 내 스쾃이나 팔굽혀펴기, 까치발 등으로 근력을 키워야 한다. 근력운동은 힘들다고 느낄 때까지 해야 근육이 강화된다. 바쁜 직장인도 화장실을 갈 때 계단으로 다니면서 다른 층을 이용한다.

근육은 태어나면서 급속히 발달해 30대 남성은 체중의 40~45%, 여성은 35~40%를 차지한다. 근육량은 25~30세 때 최고에 달했다가 40세 무렵부터 해마다 1%씩 감소해 80세가 되면 절반으로 줄어든다. 특히 엉덩이, 넓적다리같이 하체의 큰 근육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통계적으로 보면 70세 미만에서 15~25%, 80세 이후에는 여성 40%, 남성 50%에서 근감소증(sacropenia)이 나타나는 등 나이가 많을수록 발병률이 높다.

근육량이 줄면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넘어지기도 쉬워지기 때문에 골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등과 허벅지, 장단지 근육이 약해지면 척추·관절질환에 쉽게 노출된다. 근육량이 많으면 기초대사량이 늘어나 비만과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다. 근육이 1㎏ 증가하면 기초대사량은 15~30㎉ 높아져 똑같은 음식량을 먹어도 살이 덜 찐다.


근육은 체온을 만들어 각종 질병의 침입을 막아낸다. 근육은 체온의 40% 이상을 만들어낸다. 근육운동으로 체온을 1도 올리면 면역력은 5~6배나 강해진다. 이와 반대로 체온이 1도만 내려가도 면역력은 30% 이상 떨어진다.


근육량을 늘리려면 식사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근육의 밑천이 되는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현재 식사에 단백질을 조금 추가하는 것만으로 근육량이 늘어난다. 아침 식사에 달걀을 추가하고 반찬을 몇 개 더 늘리기만 해도 단백질 섭취량이 증가한다. 단백질 하면 육류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모든 세포에는 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다.

단백질이 없으면 인간은 생존할 수 없다. 몸속에 존재하며 일하는 단백질은 10만가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체내에서 합성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해 단백질을 식품에서 섭취할 필요가 있다. 끼니마다 단백질을 섭취해야 하는 것은 단백질이 체내에 쌓아둘 수 없는 속성 때문이다.

가미즈키 마사히로 도호쿠대 명예교수는 "식품에서 도입한 당질과 지질은 체지방으로 몸에 저장되지만 단백질은 체내에 쌓아둘 수 없고 여분은 소변으로 배출된다. 단백질은 축적할 수 없는 데다 항상 분해·합성돼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저녁 식사 등으로 한꺼번에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아침·점심·저녁 때마다 제대로 먹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병문 기자 leemoon@mk.co.kr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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