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상용 초기, 자본시장 과열 반복
“기술 과대포장으로 불필요 투자 우려”
지난 3월 24일 구글이 인공지능(AI) 모델 효율성을 높이는 알고리즘 ‘터보퀀트’를 발표하자 국내 주식시장이 곧바로 반응했다. 터보퀀트가 메모리반도체 수요를 줄일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25~31일 각각 11.9%, 18.2% 하락했다. 이후 전문가들이 메모리 수요를 흔들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자 양사 주가는 곧바로 반등했다.
* 터보퀀트(TurboQuant)
구글 리서치(Google Research)와 딥마인드가 공동 발표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추론 가속 및 메모리 압축 기술입니다. 인공지능이 대화할 때 이전 내용을 기억하기 위해 사용하는 KV 캐시(Key-Value Cache) 메모리를 정확도 손실 없이 최대 6배 이상 압축하여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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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퀀트 기술은 AI 추론 연산에서 메모리와 연산 효율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개념에 기반한다. 아직 관련 논문만 있을 뿐 산업에 곧바로 적용되는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시장은 ‘조만간 메모리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공포에 휩싸였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17일 “ 터보퀀트 같은 알고리즘은 곧바로 하드웨어 수요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오히려 더 큰 토큰 투입이 가능한 추론이 가능해져 수요는 더 폭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기대와 실제 기술의 발전 방향이 어긋나는 사례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자주 관찰된다. 주로 연구진이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 소셜미디어와 증권사 리포트를 통해 확산하고,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식이다.
시장은 외면한 메타버스, 기술은 진화
국내 자본시장에서 기술주의 부상은 새로운 물질의 발견으로 산업 구조가 재편될 것이란 전망에서 촉발됐다. 2021년 메타버스 광풍부터 2023년 초전도체, 2024년 양자 기술, 2025년 소형모듈원자로(SMR)에 이어 최근에는 광통신 기술로 이어졌다. 대부분 기술은 현재도 연구 현장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지만 자본시장은 그 속도를 지나치게 단축하거나 기술 수준을 과장하면서 거품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메타버스와 대체불가토큰(NFT) 테마로 분류되는 종목들은 2021년 급등했다. 하지만 이들 종목은 2022년 이후 자취를 감췄다. 2023년 이후로는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 NFT의 가치가 사라졌고 거래도 발생하지 않아 시장 자체가 완전히 붕괴됐다. 다만 메타버스 기술은 증강 현실(AR), 확장현실(XR)로 분화해 이어지고 있다. 테마주로서 메타버스가 사라졌을 뿐 기술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우운택 한국과학기술원(KAIST) 메타버스대학원 교수는 “메타버스의 핵심은 현실과 가상의 융합인데, 융합에 대한 해석을 자본시장에서 단순히 ‘가상 세계’로 뭉뚱그리다 보니 가상 공간과 그 공간이 창출하는 금전적 가치에 대해서만 집중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간뿐 아니라 시간을 넘어서도 사람들이 서로 만날 수 있게 하는 기술이 AI를 통해 가능해지고 있다”며 “과거에 못 했던 일들을 더 잘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가 등장했기 때문에 메타버스는 오히려 지금 더 주목해야 할 분야”라고 말했다.
기술 과대 포장 우려하는 학계
‘LK-99 사태’를 빚었던 초전도체 분야 역시 학계에서는 여전히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초전도체 물질 구현과 산업 현장에 응용되는 시기는 시차가 있을 것이라는 게 연구 현장의 이야기다. 한명준 KAIST 물리학과 교수는 “상온 초전도체는 원리적으로 가능하고, 최근까지도 온도와 압력이라는 제한 조건 내에서 새로운 물질들이 발견되고 있다”며 “실제 전력 손실 없이 전류가 흐를 정도로 기술이 구현된다면 전기가 처음 발견된 것만큼의 충격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적으로 초전도체 물질이 응용되기 위해서는 합성이 간단해야 하고, 대량 합성도 가능해야 한다”며 “상온 초전도체가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바로 그다음 날 응용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양자와 SMR 역시 상용화 초기 단계임에도 자본시장에서 일부 종목이 급등하는 등 실제 기술보다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속도가 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양자컴퓨터를 연구하는 이준구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양자컴퓨터 분야는 학문적으로 완성되지는 않았으나 이제 산업에 응용이 되기 시작하고 있는 분야”라며 “다만 이 기술이 과대 포장돼서 불필요한 투자로 이어지고,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 걱정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테크이슈팀=심희정 양한주 김혜지 simcity@kmib.co.kr 국민일보(ww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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