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려 달리지 않아도 알약 하나만 먹으면 뇌세포가 젊어지고 기억력이 좋아지는 마법 같은 일이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연구진이 운동을 할 때 근육에서 만들어져 뇌로 전달되는 핵심 단백질을 찾아내, 신체 활동 없이도 인지기능을 높일 수 있는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한국뇌연구원(KBRI) 박형주 박사와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김종서 교수 공동 연구팀은 근육에서 분비되는 ‘Serpina1e(세르피나원이)’라는 단백질이 뇌로 이동해 인지기능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팀은 4주 동안 꾸준히 운동한 생쥐의 혈액을 단백질 분석 기술로 정밀 조사하고 세르피나원이 단백질이 혈액 속에서 눈에 띄게 늘어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큰 성과는 이 단백질이 외부 물질을 막는 뇌의 촘촘한 철조망인 ‘혈뇌장벽(BBB)’을 아무런 도움 없이 스스로 뚫고 들어간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이 장벽을 통과해 뇌의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에 도착한 단백질은 신경세포의 재생을 촉진하는 영양물질(BDNF)을 늘려 실질적인 인지능력 향상을 이끌어냈다.
연구팀은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생쥐에게 이 단백질만 주입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그 결과 실제로 땀 흘려 운동을 한 생쥐와 똑같이 해마의 신경세포 수가 늘어나고 똑똑해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반대로 이 단백질의 활동을 막았더니 아무리 운동을 해도 인지기능이 좋아지지 않았다. 근육과 뇌가 혈액을 통해 직접 소통하며 운동 효과를 전달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한국뇌연구원 박형주 박사는 “이번 연구는 근육에서 유래한 특정 단백질이 혈액을 통해 뇌 장벽을 넘어 해마에 직접 작용하는 경로를 명확하게 제시한 것”이라며 “현재 고령 및 신경퇴행성 질환 모델에 적용해 치료 효과를 검증 중이며, 향후 인지저하를 극복할 수 있는 신약 개발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김종서 교수는 “첨단 단백질 분석 기술을 통해 운동 효과를 매개하는 핵심 인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며 “이번 연구가 신체-뇌 상호작용 관련 연구를 더욱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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