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세우는 선의와 달리
진보 정권에서는 왜
경제적 불평등이 커지나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코스피가 4000을 넘고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타결된 데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를 26만장이나 우선 공급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들썩인 몇 주였다. 특히 대미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자동차 관세가 25%에서 15%로 떨어지고, AI 산업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들에 GPU가 집중된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그럼에도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지점이 있다. 경제학자의 기우이길 바라며 짚어본다.
주식·부동산만 오르는
현재가 너무 불안하다
제조업 경쟁력부터 살리자
가장 불안한 점은 현재의 훈훈한 분위기가 소득 증가보다 자산 증가에서 온다는 사실이다. 국민 전체의 소득 증가는 경제성장률로 집계된다. 3분기 경제성장률은 1.2%로, 1분기의 마이너스 성장(-0.2%)에 비해 크게 나아지긴 했다. 하지만 코스피는 11월 3일 역대 최고치 4221.87로 올 초 대비 무려 76% 상승했다. 한국 투자자에게 인기 있는 미국 주식시장의 대표 지수 S&P500은 연초 대비 17%, 저점 대비 38% 이상 올랐다. 거품에 대한 우려도 우려지만, 자산은 누적되는 속성이 있어 자산 격차가 소득 격차보다 무섭다.
진보 정권의 아이러니는 내세우는 선의와 달리 경제적 불평등이 커지는 현상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모두 집값 폭등이 두드러졌지만, 소득 불평등도 커졌다. ‘21세기 자본론’으로 유명한 피케티의 방식으로 소득 분포상 상위 10%에 드는 사람들의 소득 비중을 추정한 연구를 보면, 외환 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2007년까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이들의 소득 비율이 31.4%에서 42.9%로 크게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 때는 2018년 상위 10% 소득이 하위 10%의 9배를 넘기고, 정권 말인 2021년에는 9.7배까지 됐다.
진보 정권에서만 경제적 불평등이 심해진 것은 아니다. 보수 정권 중에는 박근혜 정부의 첫해, 2013년에 상위 10%의 소득이 하위 10% 소득의 7.9배였다가 2016년에는 8.5배로 크게 증가했다. 배경에는 지역 제조업의 쇠퇴가 있었다. 특히 2015년이 주목할 만한데, 한국 조선업의 위기가 극에 달했던 해다. 2015년 전에는 국내총생산(GDP)에서 비수도권 비중이 안정적으로 높다가, 조선업이 암흑기를 맞으며 이후에는 수도권 비중이 높아지고 그 격차가 급격히 벌어졌다. 지역 제조업이 소득의 하부 구조를 지탱하고 있었던 것이다.
소득 불평등은 자산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자산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을 심화한다. 소득을 가져다주는 경제성장이 부진한데 자산 가격만 오르는 현재가 불안한 건 그 때문이다. 물론 경제적 불평등이 방치된 건 아니다. 예컨대 박근혜 정부에서 기초 연금과 무상 보육이 도입됐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최저임금 및 기초 연금 인상, 고교 무상교육 확대 등이 있었다. 그 결과 낸 세금과 받은 보조금까지 반영한 소득(처분가능소득) 격차는 상위 10%가 하위 10% 대비 5배 안팎으로 확연히 낮아졌다. 그러자니 나랏빚이 급격히 늘긴 한다.
본질은 정부가 세금과 보조금으로 개입하기 전의 소득 불평등이 크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선진국의 사례나 우리의 과거를 돌아볼 때 방법은 제조업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심지어 서비스산업이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서 발전하기 위해서도 제조업이 필요하다. 지금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제도 변화는 진보 정권의 아이러니를 반복하게 할 것이다. 이미 노란봉투법으로 일격이 가해졌다. 임금 체계 변화 없는 정년 연장, 주 4.5일제도 마찬가지다.
https://www.chosun.com/opinion/chosun_column/2025/11/09/B5ACFLEAYRGCVKWHNIGXIYSL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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