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살포하자 환율 폭등... 4,430조 찍자 외국인 대탈출
(편집자주)
최근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환율 상승(원화값 하락)은 수출 가격이 떨어지는 효과가 있어 수출주도형인 우리 경제에 유리한 것으로 인식돼 왔지만, 최근에는 해외 현지 생산 비중이 늘고 환 헤지(위험회피) 결제가 늘면서 이점이 크게 줄었다. 대신 달러값이 올라가면 원자재 및 부품 조달비용이 늘어 원가율이 올라가고 해외투자 비용 증가 및 수입결제 환차손, 외화차입금 상환부담 가중 등으로 전체 이익률에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여기에다 최근의 환율 흐름이 높은 변동성을 나타내는 등의 불확실성은 기업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다. 환율이 특정 구간에 올라있는 것만이 아니라, 짧은 기간 내 예측 범위를 벗어나는 움직임이 반복되고 있는 것인데 당장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기업들로서는 막막한 상황이다.
기업들이 특히 우려하는 대목은 내년도 사업계획의 기반이 실제 환율 흐름과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올초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국내 50대 기업 중 약 63%는 올해 사업계획 수립 당시 1300원대 환율을 기준으로 비용·투자·조달 계획을 설정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환율이 연속적으로 예측 범위를 벗어나면서 기업들은 단순한 ‘오차 보정’을 넘어 일부 계획을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계가 특히 신경 쓰는 것은 원가 부담이다. 한국 제조업은 주요 원자재·부품 수입 의존도가 높아 환율 변화가 즉각적인 원가 변동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조선·자동차 등은 수익 개선이 예상되지만 원재료·부품 조달 등으로 원자재 부담이 더 큰 업종은 압박이 실적 악화를 우려한다. 같은 업종이라도 회사마다 해외 생산 비중 등이 다르다. 한 석유화학 기업 관계자는 “수출 비중이 높아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매출이 오르는 것은 맞지만, 주요 원재료 역시 대부분 달러로 구매한다”며 “특히 환율 불안에 일정 수준 고환율을 넘어서면 (달러로) 파는 것보다 사오는 비용 증가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수출기업의 매출을 달러로 올리지만 실적은 최종적으로 원화로 환산해 발표하기 때문에, 환율이 단기간 크게 요동치면 환차익보다 환차손이 더 크게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앞선 관계자는 “환율이 널뛰면 (장부상 실적이 실제보다 낮아보이는) 회계상 왜곡도 더 심해진다”며 “여러 기관의 추정치를 고려하겠지만, 실적 목표치 설정에서 환율 기준점 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원재료·해외투자 부담 치솟아…‘고환율 호재’ 인식 무너져
최근에는 해외투자와 외화기반 비용도 압박 요인으로 떠올랐다. 주요 대기업은 해외에서도 생산과 연구개발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데, 투자비와 운영비 대부분이 달러로 책정되거나 달러에 연동된다. 환율이 일정 범위를 넘으면 투자 시점 조정, 예산 재산정 등 내부 검토가 불가피해진다. 또 외화부채를 보유한 기업들은 차입원금과 이자 부담이 함께 상승한다. 일부 기업들은 사업계획 수립 단계에서 예측한 환율과 실제 환율 간 괴리가 커지며 “투자 자체의 가정이 흔들린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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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생산성 강화, 환헤지(환위험 회피) 확대 등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최근 환율 변동성은 기존 대응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변동 폭과 속도가 커질수록 헤지 비용도 높아지고, 조달 조정이나 가격 협의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금 문제는 일정한 고환율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점”이라며 “중장기 계획 자체를 조정해야 하는 기업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또한 환율의 절대 수준보다 변동 양상 자체가 산업계에 큰 충격을 준다고 진단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관세에 이어 환율까지 기업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한국은 원유·구리 등 주요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아 환율 급등의 직접 영향을 받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이어 “환율이 어느 지점에서 형성되느냐보다, 짧은 기간에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산업 활동에 훨씬 큰 충격을 준다”며 “환율이 급격히 오르면 생산 조정·거래선 유지·환차손 관리가 모두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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