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에너지 업계 등에 따르면 제임스 댄리 미국 에너지부 차관은 지난달 말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에너지 장관 회담 참석차 방한해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과 김동철 한전 사장을 잇따라 만나 ‘미국 신규 원전 사업에 한국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특히 트럼프 정부 고위 당국자가 한전과 별도로 만나 이같은 뜻을 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댄리 차관 측은 한미 기업 간 지식재산권 분쟁이 해소됐고, 양국 정부 간에도 원전 협력 공감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미국 측은 자국 기업인 웨스팅하우스의 노형인 AP100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한국 기업이 시공 등의 역할을 맡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정부는 미국 내에 원전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50년까지 현재 약 100기가와트(GW)인 원전 설비용량을 400GW로 확대하는 계획을 밝혔다. 2030년까지는 원전 10기를 착공할 예정이다. 미 에너지부는 건설 비용을 750억달러(약 104조원)로 추산했다.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고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의 경우에도 우리나라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는 지난달 발행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와 한국형 소형원자로 ‘스마트100’의 기술력이 18개국이 개발 중인 74개 노형 중에서 각각 10위, 13위라고 밝혔다.
관련해 한전은 댄리 차관 측에 한국형 원전의 수출 가능성을 타진했다. 한전 측은 댄리 차관과 면담에서 국내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해외 건설·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형 APR 원전을 미국에도 안정적으로 건설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형 APR(Advanced Power Reactor) 원전은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가압경수로형 원전이다. 우리나라는 설계부터 시공, 운영, 유지보수까지 독자적으로 기술을 확보했다. UAE 바라카 원전의 경우, APR 1400 모델 4기(총 발전용량 5600㎿)가 수출돼 우리나라가 건설부터 운영 지원까지 맡고 있다.
한전 측은 이같은 원전 경쟁력을 소개한 뒤 미국 측에 한국형 APR 원전의 높은 경제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형 APR 원전을 도입하면 원전 사업비가 낮아져 미국 전력 수요자들에게 경제성 있는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전 측은 미국 정부가 자국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정책 조정력을 발휘해주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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