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원청 교섭 방지할 명확한 기준 필요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대형 건설사)의 책임을 강화한 이른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이 시행됐다. 하지만 법에서 정한 ‘진짜 사장(사용자)’의 기준이 모호해 건설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건설업계는 명확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일 건설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법 시행 직후 하청 노동자로 구성된 건설노조가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97개 대형 종합건설사에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하도급사(전문업체)를 건너뛰고 곧바로 원청을 찾아간 노조의 행보에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개정된 노란봉투법은 노동자의 근무 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지배력)’을 미친다면 원청도 사용자로 본다. 문제는 이 영향력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노사 간 의견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 하청노조가 안전보건체계를 원실제로 하청노조가 안전보건체계를 원청의 직접관리영역으로 판단해 ‘안전’을 명분으로 내세워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원청 입장에서는 안전 의제를 섣불리 거부할 명분이 없어 하도급업체들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법무법인, 노무법인과도 함께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청노조의 직접적인 고용주체인 하도급사의 불안감도 증폭되는 모양새다. 노조가 자신들을 ‘패싱’하고 원청과 직접 소통하면서 교섭사항에 대한 사실상 모든 권한이 원청에게 부여돼 교섭에 따른 비용 증가분을 전적으로 떠안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분리된 업종의 경우, 그동안 자체적으로 진행하던 전문건설협의체와 노조 간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체제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방향성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지적도 등장했다. 전문건설협의체에 참여 중인 A업체 관계자는 “해를 넘긴 임단협에 따른 인건비 상승분이 전액 손실로 처리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란봉투법 시행은 전문업체를 더욱 궁지로 몰아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하도급업체는 원청을 상대로한 교섭체계의 변화가 결국 우회적인 비용 상승 압박으로 이어질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미 ‘안전 확보’와 ‘근로시간 준수’를 명목으로 작업 공수를 늘려 실질적인 노임 인상을 꾀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건설업계는 계약 조건이 천차만별인 하도급 구조임에도 법안 적용 과정에서 산업현장의 특수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 불만을 토로했다.
B종건사 관계자는 “명확한 기준 없이 법이 강행되면서 파생된 법적·재무적 리스크를 오롯이 건설사가 감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법조계도 혼란 해소를 위한 명확한 기준 제시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개정법이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기준으로 사용자성을 부여했지만, 건설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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