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예심신청 102곳 중 34곳은 자진철회
퓨리오사·토스·야놀자 등 나스닥 상장 추진
[편집자주] 벤처생태계를 구성하는 선순환 고리는 '창업-투자-성장-회수-재투자'다. 스타트업에 투자했던 돈이 돌아 나와야 또 다른 기업에 투자가 이뤄지고 산업 근간을 뒤바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탄생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벤처생태계는 '회수' 단계에서 꽉 막혀 있다. 특히 주요 회수 수단인 코스닥 IPO(기업공개) 시장의 병목현상이 심각한 문제로 지목된다. 이재명 정부가 그리는 '제3의 벤처붐'의 핵심 키가 될 벤처투자 회수시장을 진단한다.
국내 증시 IPO(기업공개) 병목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상장을 연기·포기하거나 해외 증시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신기술·신산업에 도전하는 벤처·스타트업에 증시 입성 기회를 주는 각종 특례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사실상 '희망고문'에 가깝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 들어 코스피 등 국내 증시가 활황이지만 코스닥 IPO 예비심사를 신청하는 기업 수가 예년에 비해 오히려 줄어든 것도 벤처·스타트업들의 녹록지 않은 증시 입성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올 1월부터 11월20일까지 코스닥 IPO 예비심사를 신청한 기업 수는 71곳이다. 연말까지 신청 기업이 더 늘어난다고 가정해도 최근 5년 평균(94곳)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아예 해외 증시로 눈을 돌리는 업체들도 있다. 국내 대표 AI(인공지는) 반도체 기업으로 꼽히는 퓨리오사AI는 미국 나스닥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무신사·야놀자 등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들은 이미 나스닥 IPO로 상장의 방향키를 틀었다. 다쓰테크·LCM에너지솔루션 등은 캐나다, 올거나이즈는 일본 증시 상장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국내 증시 상장을 연기·포기하거나 해외 증시 상장을 검토하는 업체들이 많아진 배경에는 깐깐한 심사 기준이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제대로 기술평가는 하지 않고 피어그룹과 실적만 비교하는 한국에서 상장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며 "심사에서 거절당하면 처음부터 상장을 다시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 사정이 어려운 기업 입장에선 피가 마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 기술특례와 관련 상장 규정을 바꾸거나 허들을 높인 적이 없다"며 "공식적으로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밝혔다.
코스닥 IPO 심사가 실적 위주로 돌아가면서 벤처·스타트업들의 체질 약화까지 야기한다는 지적도 있다. 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한 한 기업 관계자는 "상장 심사요건을 맞추려고 무리해서 실적을 내려다 R&D(연구개발) 비용을 줄였는데 이 과정에서 회사 전체가 휘청이는 위기를 겪었다"며 "벤처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는 상장 심사를 다시는 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 외국계 벤처캐피탈(VC) 임원은 "한국은 세계에서 손 꼽힐 정도로 훌륭한 증시 인프라인 코스닥을 만들어 놓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벤처산업 육성 정책이 빛을 발하려면 코스피 지수 5000보다 더 중요한 건 코스닥 지수를 3000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머니투데이]
https://www.mt.co.kr/future/2025/12/02/2025112015593198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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