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재 부족 문제를 산업 전반의 경쟁력과
직결된 구조적 과제로 인식하는 일본 산업계
AI 전문 인력 육성과 현장 활용 인재 전환을 병행해 교육·투자·조직 혁신
일본 산업 분야에서는 AI와 소프트웨어 인재 확보가 점점 더 중요한 경영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제조, 금융, 에너지, 보험, 서비스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AI 전문 인력의 부족 문제 해결과 기존 인력의 AI 활용 능력 강화가 곧바로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전동화와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확산 등에 따라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 경쟁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은 AI 기술을 직접 개발할 수 있는 전문 인력만이 아닌 현장에서 AI와 데이터 기반 도구를 실제로 적용해 생산성과 서비스 품질을 높일 수 있는 현업 인재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도요타 그룹: 그룹 차원의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및 GAIA 프로그램 운영
도요타 그룹은 2025년 5월 22일 도요타자동차를 비롯해 아이신, 덴소, 도요타통상, 우븐 바이 도요타 등 주요 5개 계열사 공동으로 도요타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출범시켰다. 해당 아카데미는 온라인 이론 교육과 실제 차량 실습을 결합한 프로그램으로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AI, 사이버 보안, 차량 관련 법규 등 약 100개의 강의가 준비돼 있으며, 자율주행 과정엔 참가자가 직접 코드를 짜서 차량에 적용해 보는 실습도 포함된다. 교육을 통해 쌓은 역량은 시각적으로 관리돼 인재 배치나 경력 관리에 활용된다.
히타치: 5만명 AI 인재 육성 및 앰배서더 제도 운영
히타치제작소는 2027년까지 약 5만 명의 AI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전체 임직원(약 27만 명)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로 일본 본사는 물론 해외 계열사까지 대상을 확대해 글로벌 인재 교육 체계를 마련 중이다. 히타치는 2025년 1월부터 생성형 AI 앰배서더 제도를 도입했다. 초기에는 정보시스템 부서 소속 16명을 선발해 이들이 사내외에서 AI 활용 가이드 제공과 기술 지원을 맡고 있다. 이들은 1000건이 넘는 사내 AI 적용 사례를 바탕으로 업무 효율화 방법과 실질적 노하우를 다른 부서, 고객사, 파트너사에 적극적으로 공유한다. 단순 교육 제공을 넘어 실험과 실패를 용인하는 조직 문화를 조성해 그룹 전체의 AI 활용 역량을 높이고 이를 신사업 창출과도 연계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제조업계의 AI 인재 육성 사례
신코공업은 시스템 부서가 아닌 현장 인력이 주도적으로 생성형 AI 기반 사내 시스템을 직접 개발·운영하는 등 제조 현장에 최적화된 AI 내재화 모델을 도입했다. 2024년에는 설계·기술 데이터를 집약한 SINKO AI Design Link 를 도입해 설계 분석, 기술 검색, 노하우 공유 등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설계 업무의 개인 의존도를 낮추고 품질 향상을 이끌고 있다. 신코공업은 AI 스타트업인 ABEJA사와 협업해 사내 인력의 AI 개발 역량을 높이고 품질관리 등 다른 부문으로도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신입사원 대상 AI 입문 교육도 병행하면서 젊은 인재의 기술 적응을 지원한다.
서비스업으로 확산되는 AI 인재 육성
AI 인재 육성과 현장 적용이 일본 서비스업계에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AI 인재는 단순히 AI 기술을 개발하는 전문 인력만이 아니라 생성형 AI와 데이터 기반 도구를 실무에 접목해 업무 효율과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현장 인력까지 포함한다.
예컨대 광고사 사이버에이전트는 광고 운영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사내 AI 어시스턴트인 CA 어시스턴트를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광고 분석, 그래프 작성, 초기 세팅 관리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월간 약 23만 시간에 달하는 광고 운영 업무 중 약 2만4000시간의 업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덕분에 직원들은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업무에서 벗어나, AI를 활용한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메이지야스다생명은 2024년 10월 약 3만6000명의 영업 직원을 대상으로 영업 지원 AI 에이전트 MY 팔레트를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고객 데이터와 계약 이력을 기반으로 맞춤형 제안을 제공하고, 감사 메일 자동 작성과 음성 입력 기능을 통해 영업 준비 및 보고에 드는 시간을 약 30% 단축했다. 현재는 본사와 사무직원 등 비영업 인력까지 활용 범위를 넓혀 전사적으로 AI 활용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NEC, NTT 데이터 등 주요 IT·통신 대기업들도 내부 직원의 AI 활용 역량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더불어 인수합병을 통해 외부 AI 전문 기업과 인재를 적극 확보하고 있다. 특히, NTT 데이터는 2025년까지 1000억 엔 규모의 M&A를 추진해 AI 기술과 전문 인력을 그룹 전체로 더욱 빠르게 확산시킨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한때 제조업 위주로 활용되던 AI 기술이 서비스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제는 AI를 단순히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현장에서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 역량을 체계적으로 내재화하는 데에 기업들이 힘을 쏟고 있다.
일본 기업들의 최근 움직임은 AI 인재 부족 문제를 단순히 기술 인력 확보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산업 전반의 경쟁력과 직결된 구조적 과제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외부에서 AI 전문 인력을 영입하는 데만 의존하기보다는, 기존 인력을 대상으로 AI 활용 중심의 재교육과 역할 재정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내부 교육 체계를 한층 강화하는 한편, 외부 기업 또는 스타트업과의 협력, 인수합병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술과 인재를 동시에 확보하려는 시도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AI는 더 이상 특정 부서에 국한된 전문 기술이 아니라 현업 전체에서 요구되는 공통 역량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 문화 역시 AI 활용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AI 경쟁력 강화 방안을 고민하는 우리 기업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단순한 인재 확보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사업 현장에서의 AI 활용 능력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를 일본기업들이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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