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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 원자력 재가동 프로젝트 가속화...신규 원전 건설에 뛰어드는 기업들


EDF 중심으로 원전용 펌프, 설비 투자, 부품 등 밸류 체인 구축 중

프랑스 정부가 원자력 발전 계획을 전격 구체화하고 가속화에 나서면서 EDF(프랑스 전력 공사)를 중점으로 한 핵심 밸류 체인이 다시 짜이고 있다.


Clean Air Task Force

지난 2025년 3월 17일, 마크롱 대통령과 총리, 국방·외교·에너지부 장관 등이 참석한 원자력 정책 위원회(CPN, Conseil de Politique Nucleaire)가 열렸다. 이는 벨포르 연설 이후 이론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던 원자력 재가동을 점검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개최됐다.

벨포르 연설은 2022년 2월, GE(구 알스톰) 사의 증기터빈 공장이 자리잡고 있어 프랑스 원전 기술의 상징적 도시가 된 벨포르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진행한 연설이다. 이는 프랑스 원자력 산업의 부활과 신형 원전 건설 재개가 공식화된 계기로 평가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 연설에서 EPR2 타입 원자로 6기 건립과 8기 추가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더불어 노후 원전의 폐쇄 시기를 40년 이상으로 설정했고, 조건부로 안전 기준 충족 시 최대 50년까지의 연장을 재점검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소형모듈원자로 SMR 개발에 투자할 것과 향후 프랑스의 에너지 모델을 재생 에너지와 원자력의 혼합 모델로 가져갈 것임을 강조하며, 에너지 자주권 전략을 밝혔다.

지난 3월의 원자력 정책 위원회 회의에서 프랑스 정부는 벨포르 연설 이후 3년이 지난 지금의 프랑스 원자력 부흥 프로그램의 진척 상황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계획을 정리했다. 그 결과로 지난 2025년 6월 10일 프랑스 정부는 원자력 산업 활성화를 위한 '2025~2028년 원자력 전략 협정(Contrat de filiere 2025-2028)'에 서명했다. 기존 원자로의 수명을 기존 50년에서 60년까지 연장한다는 내용과 펜리(Penly), 그라블린(Gravelines), 부게(Bugey) 부지에 6기의 EPR2 원자로 건설 및 2050년까지 8기의 EPR2 원자로 추가 건설을 위한 연구 착수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렇게 신규 원전 건설 프로그램이 구체화되면서 신규 원전 공급망도 형성되는 추세다. 펌프, 금속 구조물, 모듈식 건축 등 핵심 장비 및 인프라 분야의 중소·중견기업들의 대형 계약 수주 소식이 잇따라 보도되고 있기에 이를 정리해 봤다.

뤼치(Rütschi), EDF 신규 원전용 펌프 공급 계약

우선, 프랑스 원자력 발전 프로젝트의 중심에 있는 EDF(전력 공사)와 뤼치의 신규 원전용 펌프 공급 계약 발표가 있었다. 뤼치는 스위스와 프랑스의 합작 원심 펌프 전문 기업으로, 이 계약은 향후 12년간 유효하다.

이 계약으로 뤼치는 기존 및 향후 건설될 EPR2 원전의 냉각수용 순환펌프(2차 회로)의 공급 및 유지 보수까지 담당하게 됐다. EDF가 추진하는 신규 원전을 포함한 전체 원전망에 동일 표준 모델을 적용하는 ‘카탈로그 표준화’ 전략에 맞춰 공급한다. 프랑스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인 뤼치의 수중 로터 방식의 펌프들은 완전 밀폐형이며, 내진 설계 및 고방사능 내구성을 갖고 있다.


뤼치는 2023년 다국적 신생기업 뉴클레오(Newcleo)에 인수된 기업이다. 2021년 설립된 뉴클레오는 핵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하고, 액체 납으로 냉각되는 자체 모듈형 원자로를 개발 중이다. 이는 향후 납-냉각형 소형 원자로의 1차 회로용 펌프에도 적용 예정이다. 또한, 뤼치는 2031년까지 쉬농(Chinon) 지역에 첫 원자로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뤼치 그룹은 전 세계 약 110개 원자력 발전소에 총 5200여 대의 펌프를 설치했고, 프랑스 내 모든 원전에 펌프의 공급 및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다. 2024년 7000만 유로의 매출을 기록했다.



IWF, 1700만 유로 규모 EPR2 및 군사 핵 프로그램 대응 위한 산업 설비 투자

산업용 금속 구조물 전문 중견기업 IWF(Iron Will France) 그룹은 프랑스 앙제(Angers)지방 인근 베리에르-앙-앙주(Verrieres-en-Anjou) 산업단지에 약 1700만 유로 규모의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 기업은 에너지 및 화학 부문을 중심으로 대형 구조물의 설계, 제작, 설치에 특화돼 있다. 이번 투자는 원자로 기술과 관련된 EPR2 원전과 차세대 핵잠수함(SNLE 3G), 차세대 핵항모(PANG) 등 ‘핵기술 3대 프로젝트’ 수주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도됐다.

IWF의 자회사 알리아(Allia)는 총 1300만 유로를 투입해 3200m² 규모의 스테인리스 생산라인과 1200m² 확장공장을 신축하고 있다. 이 라인에는 핵 등급(ESPN N2/N3등급) 제작 요건을 충족하는 청정 작업장(Atelier Blanc)이 포함되며, 2027년 봄에 완공될 예정이다. 알리아는 EPR2 등 프로그램에 길이 10m 이상, 지름 2.5m 규모의 열 교환기, 탱크 등 고정밀 금속장비 수십 종을 공급한다.

동일 산업단지 내 IWF의 또 다른 자회사인 프로세스 시스템즈(Process Systems)도 에너지 전환 산업의 신규 수주(탄소 포집 및 저장, 수소 생산, 에너지 회수, 극저온 공학 등)에 대응하기 위해 작업장의 리모델링 및 확장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공사는 2026년 여름에 완료될 예정이다. IWF는 지난해 약 9000만 유로의 매출을 기록했고, 그중 절반은 프랑스 외부에서 발생했다. 2030년에는 매출이 1억3000만 유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쿠뇨(Cougnaud), EDF 신규 원전 건설 현장용 모듈식 건축 계약

모듈식 건축에 있어 대표적인 기업인 쿠뇨 사도 건설 현장의 산업화에 참여한다. 쿠뇨는 펜리(Penly), 뷔제(Bugey), 그라블린(Gravelines)의 EPR2 공사 현장의 사무, 휴게, 의무, 위생 시설 등 현장 거점을 맡아, 총 5600개의 모듈(9만m²)을 2026년부터 2029년까지 순차 공급할 예정이다.


모듈은 현장 간 재사용을 전제로 설계돼 EF의 비용 절감, 납기 준수 전략을 뒷받침한다. 프랑스 서북부 르아브르(Le Havre), 중부 도시 리옹 인근의 코르바(Corbas), 북부 릴 인근의 레스트렘(Lestrem) 3개 지역에 생산 및 정비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프라마톰(Framatome), 금속 부품 적층제조(3D 프린팅) 센터 구축

EDF의 주요 장비 기업인 프라마톰(Framatome)은 프랑스 남동부 로망-쉬르-이제르(Romans-sur-Isere) 지역에 금속 부품 적층 제조(3D 프린팅) 센터를 건설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2025년 7월 18일 공식화됐고, 2026년 5월에 가동하고자 한다. 총 9헥타르 부지를 매입해 건설 중이며, 건물 면적은 8500m²(그 중 4000 m²가 생산라인) 규모로 2500만 유로가 투자된다. 시공은 아시스템(Assystem)과 에파주(Eiffage)가 담당한다.

프라마톰은 이 공장에서 원자력 연료 조립체, 원자로 냉각 계통, 핵 추진 잠수함 부품 등 고강도 금속 구성품을 3D 프린팅 방식으로 직접 생산할 계획이다. 이 공정에는 두 가지 주요 기술이 적용된다.

첫 번째는 와이어 아크 적층 제조(WAAM, Wire Arc Additive Manufacturing) 기술이다. 금속 와이어를 용융시켜 층층이 쌓는 방식으로, 수 미터 길이의 수 톤 중량의 대형 부품까지 생산할 수 있다. 로봇 장비는 네덜란드 스타트업 MX3D에서 공급하며, EDF는 이 회사의 지분을 일부 인수했다.

두 번째는 레이저 파우더 베드 융합(LPBF, Laser Powder Bed Fusion) 기술이다. 금속 분말을 고출력 레이저로 선택적으로 용융해 복잡한 형상의 부품을 정밀하게 제작한다.

이러한 첨단 제조 기술을 통해 프라마톰은 기존의 단조, 절삭 중심의 생산 체계에서 벗어나 부품 제작 기간을 최대 50% 단축하고 해외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EDF의 EPR2 신규 원전 및 유지보수 부품 조달 안정화 전략의 핵심 축으로, 공급망 주권 강화를 위한 상징적인 사업으로 꼽힌다. 프라마톰 측은 이번 프로젝트가 “생산, 연구, 공정 인증, 직업 훈련을 통합한 유럽 유일의 3D 제조 허브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시사점

프랑스의 원자력 산업은 현재 EPR2 건설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산업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산업 재건을 추진 중이다. EDF를 중심으로 한 EPR2 프로젝트는 현재 Penly, Bugey, Gravelines 등 3개 부지에서 단계적으로 착공을 진행 중이다. 살펴본 대로 Framatome, IWF, Rutschi 등 다수의 중견 제조 기업이 이에 대응한 대규모 설비 투자와 공급망 확대에 나서고 있다.

또한, 프랑스의 소형모듈원자로(SMR) 산업은 정부와 EDF를 중심으로 ‘Nuward 2.0’ 개편 및 공급망 재정비가 추진되고 있다. 소형 모듈형 원자로는 2021년 발표된 프랑스의 미래 산업 전략 계획인 ‘프랑스 2030’에 포함된 바 있으며, 2030년 첫 호기 건설을 목표로 10억 유로의 예산이 배정됐다.



다만, 프랑스는 현재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자금 조달 지연으로 단기적인 프로젝트 가시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프랑스 원자력 생태계는 여전히 기술력과 산업 기반 측면에서 유럽 내 핵심 축이다.

Nuward, Calogena, Framatome, Orano 등 주요 기업들은 부품 소재, 고온 금속, 3D 프린팅, 비파괴검사(NDE) 등 분야에서 협력 파트너를 찾는 추세인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SMR 등 4세대 원전 분야에서는 한국과의 상호 협력 여지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MR 기자재 부문에선 배관, 탱크, 증기 발생기, 전기 배선, 펌프, 컴프레셔 영역에서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SMR 기술 협력은 정부 지원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주요 기업과의 네트워킹 구축을 통한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방식을 노려볼 수 있다.

참고로 현재 프랑스의 SMR 프로젝트는 국영 전력 공사인 EDF가 담당하고 있다. EDF는 원자력 시설의 건설 및 유지보수를 Framatome, Orano, Vinci Energies와 같은 기업에 대부분 위탁하고 있다.

EDF와 협업 중인 V 사의 공급망/구매 코디네이터 A 씨는 KOTRA 파리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에 장비를 팔고자 하는 한국 제조업체는 고객과 연락을 취하기 전에 가능한 한 많은 인증을 받아두는 것을 적극 권장한다”라며, “파트너십을 맺고 인증 및 제품 동일화 과정을 용이하게 해주는 한국 기업들이 있다면 이들을 선호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프랑스의 원전 산업이 현재 공급망 재편의 과도기에 있는바, 이는 검증된 기술력과 산업 표준 경험을 가진 한국 기업에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 프랑스 파리무역관 곽미성 2025-11-17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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