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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옥에서 브랜딩을 찾다’: 한옥 호텔 ‘블루재’


북촌 독채 한옥 호텔 ‘블루재’

‘에어비앤비 럭스(Luxe)’에 이름 올려




묻혀 있던 한옥의 잠재력을 깨우자, 외국인 여행객들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300개 이상의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 ‘에어비앤비 럭스(Luxe)’에 이름을 올린 북촌의 독채 한옥 호텔 ‘블루재’가 그 주인공이다. 동북아 숙박업소로는 최초다. 블루재를 비롯한 한옥 호텔 6곳의 브랜드인 ‘노스텔지어(Nostelgia)’를 운영하는 박현구 대표는 최근 ‘도심 한옥에서 브랜딩을 찾다’를 펴내며 “북촌을 한국 문화에 대한 경외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쁘띠첼·휘센 등을 만들며 25년간 브랜드 전문가로 활동하던 박 대표가 한옥에 꽂힌 건 불과 4년 전 일이다. 딸아이의 유학 때문에 집을 알아보러 날아간 뉴욕에서 재미동포와 나눈 대화가 계기였다. 한국에 오면 좋은 호텔에 모시겠다고 했더니 “한옥에 꼭 묵어보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식당이나 한국 상품은 이미 뉴욕에 많지만, 한옥만큼은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순간 어린 시절 향수가 응축된 한옥 호텔, 노스텔지어 구상이 머리에 번뜩 떠올랐습니다.”


귀국하자마자 한옥 민박에서 묵어봤다. 마치 기숙사 같은 느낌이었다. 저녁 8시 이후엔 툇마루에서 대화할 수도, 음악을 들을 수도 없었다. 사극에서처럼 밤하늘을 보며 호젓이 차 한 잔을 마시고 계절을 느끼는 건 ‘민폐’였다. 방은 이불을 까니 꽉 찼고, 화장실만 하나 딸려 있어서 원룸 같았다. 꿈꾸던 한옥과는 완전 딴판이었다. 사업 구상을 접을 법도 했지만 박 대표는 오히려 그날 마음을 굳혔다. “그냥 집에 가려고 걸어 내려올 때 북촌의 진가를 발견했습니다. 그때의 달빛 받은 기와, 마천루를 내려다보는 풍광, 풀벌레 소리는 확실히 먹히겠다 싶었죠.”



2021년 첫 구상 후 이듬해 창업해 1년여 만에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40평 이상의 대형 한옥이 몰린 가회동 31번지를 중심으로만 객실을 냈다. 인테리어는 모던한 감각을 가미해 ‘호텔’처럼 꾸미는 방향으로 잡았다. 한옥의 불편함을 최대한 없애려 입식 공간을 기획했고, 칸칸이 나뉜 구획도 필요하다면 크게 텄다. 큼직한 다이닝룸은 물론이고 통창을 낸 뒤 창가에 욕조까지 뒀다. 두 채를 이어 붙이기도 했다. 기둥·보·기와 같은 핵심 구조는 유지한 채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었다. 그는 “학군·주차 등의 이유로 많은 한옥이 비어 있다”며 “전통이라고 무조건 그대로 보존하면 실생활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해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오픈 초기부터 VIP 여행사들이 먼저 접근했다. 마땅한 전통 숙박시설이 없어 대형 체인호텔에만 묵다 돌아가는 귀빈들의 수요에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기업 전시회 등 쇼룸 역할도 하고, 구찌·프라다·LVMH 등 명품들의 러브콜도 쏟아졌다. 사업 초기부터 객실 점유율은 평균 80% 정도, 최근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영향으로 90~95%까지 치솟았다.

내국인 투숙객도 20%에 달한다. 한옥에서 특별한 경험을 쌓으러 오는 젊은 층이 특히 많다. 서울에 사는 손님들도 심심찮게 묵는다. 친구들과 파티나 모임을 하고 밤늦게 귀가하는 식이다.



사실 한옥을 호텔로 쓴다는 건 ‘비효율적인’ 일이다. 구석구석 전부 사람의 손으로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체크아웃과 체크인 사이 3시간 동안 한바탕 전쟁이 벌어진다. 초창기엔 한옥 청소법 자체에 대한 노하우가 없어 펜션업자들의 청소법 유튜브를 보며 공부했다. 매년 5~6월이면 수요일마다 문을 닫는다. ‘톡토기’라는 벌레가 마당에서 출몰하기 때문이다. 6채 한옥 방제에만 온 직원이 매달린다. “러브버그는 그래도 견딜 만한데, 바퀴벌레 종류가 그렇게 많은지는 또 몰랐습니다.”


사서 고생도 제대로 했다. 가장 최근에 연 한옥 ‘더블재’는 북촌 한옥마을 초입에 있다. 이곳의 담벼락이 북촌의 첫인상을 결정한다 싶었다. 그래서 수소문 끝에 덕수궁 돈덕전 복원에 사용되고 남은 벽돌을 찾아냈다. 대표 한옥인 블루재를 만들 땐 ‘휴지 갑’이 말썽이었다. 감도에 맞는 제품이 없어 직접 디자인했다. 아예 한국 예술가 공예가들과 협업해 ‘카트카트’라는 일상품 브랜드도 만들었다. 그는 “북촌이 싸구려 기념품을 사 들고 지나치는 여행지로 소비되는 게 마음 아파 시작했는데, 일이 점점 커진다”며 웃었다.



투숙객들의 문의가 많았던 전통주도 직접 빚었다. 김포와 원주의 양조장과 협업해 막걸리와 소주를 만들었다. 큰돈이 되진 않지만, 어느 하나 허투루 경험하게끔 하고 싶지 않았서다. 곧이어 ‘가장 한국적인’ 티 브랜드도 출시할 계획이다. 샴푸나 보디워시 같은 어메니티에도 전통을 어떻게 담을지 고민 중이다.

그는 한옥을 더 매입해 객실을 늘리는 건 계획의 1단계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한국만의 감도와 바이브를 세계에 알리는 플랫폼 브랜드로 노스텔지어를 확장하기 위한 10년 치 로드맵이 빼곡하다. 1층엔 ‘카트카트’와 한국 예술작품을 모아둔 갤러리, 지하엔 전통주로 만든 K칵테일 가게, 그리고 위층엔 한국식 인테리어의 호텔을 꿈꾼다. “한국적인 경험을 모두 모아 뉴욕·파리·런던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내고 싶습니다.”

https://www.mk.co.kr/news/society/11475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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