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청년 중 구직 활동도 안 하고 ‘그냥 쉬었다’는 사람이 지난달 62만8000명에 달했다고 국가데이터처가 밝혔다. 통계 작성 이래 10월 기준 역대 최다였다. 4년제 대졸자 중 6개월 이상 실업 상태인 2030대 ‘장기 백수’는 3만5000명으로, 13개월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청년 인구가 매년 20만명씩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들마저 고용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채 겉돌고 있는 것이다.
20대 후반 청년 10명 중 4명은 임시직이거나 실업자이거나, ‘그냥 쉬었다’는 백수 상태다. 이렇게 ‘범(汎)실업자’로 분류되는 25~29세 인구가 120만명에 이른다. 구직 활동 자체를 포기하는 청년이 늘면서 이들이 ‘실업자’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률 수치는 도리어 낮아지는 통계 착시까지 벌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충격까지 불어닥치고 있다. 최근 3년간 줄어든 청년 일자리 21만개 중 98%가 AI에 대체될 수 있는 ‘고(高)노출’ 직종이라고 한국은행이 분석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정보 서비스업 등 청년들이 선호하는 질 좋은 일자리부터 타격받고 있다. 고용의 저수지 역할을 하던 제조업과 건설업 불황도 겹쳤다. 내수 침체로 20대 자영업자가 30% 넘게 급감하며 고용의 대체 통로마저 막혀버렸다.
사회에 나온 청년들이 첫 직장을 찾지 못하고 ‘백수’ 상태가 지속되면 평생 괜찮은 일자리를 못 구할 위험성이 커진다.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이 되어야 할 청년층이 사회·복지 지출의 대상자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을 고용시장으로 이끌어 들일 정책이 절박하다. 단기 알바나 현금성 지원 같은 땜질식 처방은 해법이 될 수 없다. 신산업 투자를 가로막는 낡은 제도를 걷어내고 노동 유연화를 통해 기업이 신입 사원을 뽑을 여력을 만들어 줘야 한다. 청년이 ‘그냥 쉬는’ 사회에 무슨 미래가 있겠나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5/11/17/IYHJQIKFUZEUZDLY5KMPV54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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