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숨 고르자 바이오 강세… 주도 업종 바뀌나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 주가가 주춤하자 시장에선 “다음 주도주는 어디인가”를 두고 탐색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약·바이오 업종이 그 자리를 이어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11월 들어 25일까지 KRX 헬스케어지수는 3.5% 상승하며 업종별 상승률 2위를 기록한 반면, KRX 반도체지수는 8.8% 하락했다. 올해 전체로는 반도체가 87.8% 급등하며 주도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한 달 흐름만 놓고 보면 반도체가 흔들리고 헬스케어가 치고 올라오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반도체 업종에 대한 장기 전망은 여전히 밝다. KB증권·SK증권·씨티그룹 등 국내외 증권사들은 내년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반도체 수퍼사이클’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외국인 매도와 AI 모멘텀 둔화가 겹치며 단기 조정이 불가피해지면서, 그 사이를 파고든 제약·바이오가 대안 섹터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AI 관련 업종이 단기 조정을 보이는 동안 바이오 섹터로 순환매가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들어 AI 서버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호황 기대감으로 반도체가 시장을 주도해 왔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AI ‘버블’ 우려가 확산하면서 이달엔 분위기가 달라졌다. ‘구세주’로 기대를 모았던 엔비디아의 깜짝 실적도 하루 만에 효과가 소멸했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은 11월 25일까지 SK하이닉스를 8조2088억원, 삼성전자를 2조706억원 순매도하며 반도체 비중을 빠르게 줄였다.
반면 제약·바이오 업종은 외국인 수급이 집중되며 강세를 보였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수 1위는 셀트리온(2860억원)으로 집계됐고, SK바이오팜(5위·1342억원), 에이비엘바이오(18위·626억원) 등 주요 바이오 종목들도 상위권에 올랐다. 개별 종목들의 주가 상승 폭도 컸다.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최대 3조8000억원 규모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지분 투자까지 유치한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달 들어 66.5% 급등했다. 로킷헬스케어(80.4%), 디앤디파마텍(44.2%), 코오롱티슈진(40.2%), 지투지바이오(38.3%) 등도 크게 올랐다.
프로티나가 정부의 대형 국책과제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총 470억원의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프로티나는 서울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함께 2년여간 10개의 항체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할 계획이다./일러스트= 챗GPT 달리
일러스트= 챗GPT 달리
미국에선 이미 ‘빅파마가 빅테크 제쳤다’… 한국 바이오에도 기회
미국에서는 이미 ‘주도주 교체’ 조짐이 뚜렷하다. 한화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최근 미국 빅테크 주가는 고점 대비 5.5% 조정받았지만, 일라이릴리·머크·존슨앤존슨(J&J) 등 미국 빅파마 6개사는 연이어 신고가를 경신했다.
배경에는 대형 제약사들의 공격적인 투자 확대로 인한 ‘투자 사이클’ 변화가 있다. 미국 빅파마의 인수·합병(M&A)과 직접투자는 올해 11월 셋째 주까지 360억달러(약 52조7800억원)로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외부 기술을 들여오는 라이선스인(License-in) 규모도 같은 기간 417억달러(약 61조1400억원)로 29% 늘었다. 특허 만료를 앞둔 글로벌 제약사들이 새로운 파이프라인 확보에 속도를 내면서 투자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 바이오 기업들에게도 직접적인 기회로 이어지고 있다. 2010년대 중반 38% 수준이던 미국 기업과의 기술이전 비중은 최근 46%까지 확대됐으며, 올해만 조(兆) 단위 기술이전 계약이 네 건 체결됐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가 미국 빅테크의 대규모 투자 사이클에 올라타며 주도업종으로 부상했던 것처럼, 이제는 미국 빅파마의 투자 확대가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고 있다”며 “M&A와 라이선스인 수요 증가로 한국 바이오 기업들의 글로벌 밸류체인 편입 속도도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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