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의 비밀주의를 활용하는 코스닥 기업이 늘고 있다. 일부 기업이 스페이스X의 하청업체인 것처럼 넌지시 알려 주가를 띄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헬스케어 회사인 L사는 올해 초 4000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어느새 8000원에 근접했다. 단기간에 주가가 크게 오른 이유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 회사가 곧 합병하는 S사가 스페이스X 관련주로 소문이 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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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사와 S사 모두 공식적으로 ‘스페이스X’라는 사명을 밝히진 않고 있다. 다만 ‘글로벌 최대 민간 우주항공사의 1차 벤더’라는 표현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를 드러내고 있다. 회사 측은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로켓 발사체의 핵심 부품인 특수합금을 아시아 지역에서 유일하게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증권업계는 물론 산업계에선 S사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기술력으로 관련 업계에서 거론된 적이 없는 기업이 1차 벤더로 어떻게 갑자기 등장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은 핵심 하청업체를 가리기 위해 중간에 회사를 하나 끼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로 제조하는 벤더사(하청업체)는 따로 있고 유통 마진을 먹는 기업일 확률이 있다”고 지적했다.
L사가 투자조합을 대상으로 대규모 전환사채(CB) 발행과 유상증자를 진행한 점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통상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들이 주가를 띄우기 앞서 투자조합을 통해 자금 조달을 하기 때문이다. 앞서 투자한 조합들은 L사 주가 상승으로 이미 수익권에 도달한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실제 스페이스X에 납품하는 회사로 추정되는 곳은 또 다른 상장사 H사다. 한 전문가는 “그간의 업력 등을 봤을 때 H사가 납품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H사 측은 “사실 여부를 밝힐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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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투자자들이 스스로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설령 S사가 무늬만 협력사라고 하더라도 금융당국이 이것만 보고 불공정거래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면서 “주가를 의도적으로 부양해 이득을 취할 목적이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사가 실제 1차 벤더사일 것이란 의견도 물론 있다. 이들이 드는 근거는 실적이다. 매출 자체는 크지 않지만, S사 실적이 개선 추세에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2023년만 해도 연 매출이 120억원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3분기까지 매출 644억원에 영업이익 13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20%에 달한다. 다만 2023년 실적과 달리 2024년 실적은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지 않았다. 큰 매출 규모 대비 보유한 유형자산도 2100만원에 불과하다.
L사 관계자는 “시장에서 오해하는 것과 달리 (S사는) 민간 글로벌 우주항공 업체의 원료 공급부터 제품 제작 및 유통 등 전체 과정을 총괄하고 있다”며 “다만 그 기업이 스페이스X인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오귀환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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