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아들 대신 손주 줬더니 7800만원 절세… 日, 세대생략 증여 장려
고령 자산가 증여할 때 자녀도 이미 중년
자산가 김모(83)씨는 50대 후반인 외아들 대신 하나뿐인 손자에게 남은 재산 일부를 증여하기로 했다. 전문직 종사자인 아들은 중년층에 접어든 데다 앞서 증여를 통해 재산 형성을 마쳤다. 아들에게 증여할 때 10년 이내 물려준 재산을 합산해 추가 증여세를 내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김씨는 올해 성인이 된 손자에게 증여해 재산 형성을 돕는 것이 증여세도 아끼고, 증여 계획을 짜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老-老 증여 대신 손자녀 증여하는 것이 유리
합산 과세 기간 5년 짧아 증여 계획 마련 쉬워
손자에게 주는 교육비는 증여세 대상 주의
한국보다 먼저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일본에선 2000년대 초반부터 부모 세대의 부가 자식 세대로 이전하는 시점이 늦어지는 ‘노(老)-노 증여·상속’이 사회 문제로 제기됐다. 이 때문에 일본은 세대생략 증여를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 세대생략 증여 혜택이 없다. 오히려 증여세의 30%를 할증해 가산세를 적용한다. 증여받는 손자녀가 미성년이고, 증여재산이 20억원을 넘으면 할증세율은 40%로 뛴다. 일본과 달리 사실상 징벌적 과세를 하고 있다.
가산세를 고려하더라도 세대생략 증여 장점은 많다. 우선 증여세를 두번 내지 않아도 된다. 김씨가 아들에게 10억원을 증여한다고 가정하면 5000만원의 공제금을 제외하고 증여세(세율 30%) 2억1800만원 가량(누진공제 및 증여세신고세액 공제 포함)을 내야 한다. 김씨의 아들이 다시 자신의 아들에게 증여세를 제외한 7억2000만원을 증여한다면 1억4000만원 가량의 증여세(세율 30%)를 추가로 내야 한다. 김씨→아들→손자 순으로 10억원을 증여하면 총 3억5800만원의 증여세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김씨가 아들에게 최근 10년간 증여한 적이 없다고 가정했을 경우다. 10년 이내에 자녀에게 증여한 재산은 합산해서 과세한다. 예컨대 김씨가 9년 전 아들에게 10억원을 증여한 이후 이번에 다시 10억원을 증여했다면 총증여재산이 20억원으로 늘어 세율 40%를 적용해 다시 증여세를 물린다.
그래픽=손민균
세대생략 증여의 또 다른 장점은 합산 과세 기간이 짧다는 점이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손자녀 등 상속인(자녀) 이외 사람에게 증여한 재산의 합산 과세 기간은 5년이다. 손자녀에겐 합산 과세를 피해 5년 간격으로 재산을 물려줄 수 있다는 의미다. 고령층의 경우 10년보단 5년 주기로 증여 계획을 짜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세대생략 증여를 할 때 주의할 점은 가산세다. 미성년 손자에게 증여하면 가산세율이 40%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증여 계획을 세워야 한다. 어린 손자녀가 증여세를 낼 재산이 없어 조부모가 대납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데 추가 증여세를 물 수 있다. 다만 손자녀가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 조무보가 증여세를 대납할 수 있다.
당장 세금을 내지 않고 손자녀 교육비를 지원했더라도 조부모 사망 후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최근 세무 당국은 고액 자산가가 사망했을 경우 10~15년 치 금융거래를 조사하기도 한다. 이때 손자녀에게 교육비 명목으로 거액의 자금이 송금된 것을 확인하면 부모의 경제 활동 여부를 파악해 증여세를 과세하기도 한다. 시중은행의 한 세무담당 프라이빗뱅커(PB)는 “최근 해외 유학을 간 손자녀 유학비를 줬다가 증여세를 물게 돼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다”고 했다.
송기영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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