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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건설수주가 달라졌다] 선진시장 수주비중 40% 육박... 해외 수주 1조달러 눈앞


유럽서 원전-화학공장 짓는 K건설
현대건설이 태국서 첫발 뗀 해외건설, 59년만에 세계 5위로

해외 누적 수주 1조달러 눈앞
국내서 침체기 겪는 건설사들… 시장 다변화-대형 프로젝트 수주

텃밭 중동 넘어 해외시장 돌파구
시행자가 기획-시공 등 책임지는, ‘투자개발사업’ 참여기업도 늘어

대형 원전 출력의 20∼30% 규모로 미래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소형모듈원전(SMR)은 주로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발주가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은 24일 루마니아에서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과 루마니아 SMR 사업 기본설계를 공동 진행하는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는 세계 1위 SMR 기업 미국 뉴스케일파워에 7000만 달러(약 970억 원)를 투자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기술력을 확보해 놓으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새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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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액 중 북미·유럽·태평양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수주 텃밭인 중동에서 굵직한 대형 수주를 이어가는 가운데 선진 시장으로도 빠르게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에서 최악의 침체기를 겪고 있는 건설사들이 ‘대형화’와 ‘다변화’를 내세워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미·유럽서 존재감 드러낸 한국 건설
29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북미·유럽·태평양 수주액은 124억1744만 달러(약 16조7000억 원)로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 333억1399만 달러의 37.3%를 차지했다. 북미·유럽·태평양 수주 비중이 30%를 넘은 건 해외 건설 수주가 본격화하기 전인 1972년 이후 52년 만이다. 이는 기술력은 물론이고 오랜 업력이 뒷받침돼야 신뢰가 쌓이는 선진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 기업의 북미나 태평양, 유럽으로의 진출이 두드러진 건 최근 5년(2019∼2023년)이다. 한국건설협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5년간 북미·유럽·태평양 비중은 22.4%를 차지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10% 내외였는데 두 배가 넘는 수준으로 뛴 것이다.

특히 유럽의 원전과 화학 공장 등 플랜트에서 수주 성과를 내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2월 불가리아에서 135억 달러 규모 코즐로두이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 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021년에는 DL이앤씨가 러시아에서 13억 달러 규모의 ‘발틱가스화학 공장’ 공사를 따내기도 했다.


중동에서도 대규모 공사 수주 잇따라
전통적인 수주 텃밭인 중동과 아시아에서도 굵직한 사업들을 따내며 해외 건설 수주를 견인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지난해부터 10억 달러 규모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더 라인’ 도시 지하터널 공사를 진행 중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50억 달러 규모의 사우디 최대 석유화학단지 ‘아미랄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중동의 경우 이른바 ‘잭팟’이라 불리는 10억 달러 이상 사업 수주가 많은 편이다. 올해 상반기(1∼6월) 해외건설 수주액 155억8424만 달러 중 ‘잭팟 공사’는 3건, 109억8844만 달러였다. 2월 삼성E&A와 GS건설이 사우디 아람코의 73억400만 달러 규모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을 수주한 게 대표적이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행보는 선진국에서 끌고, 중동이 밀고 있는 셈이다. 이용광 해외건설협회 글로벌사업지원실장은 “국내 기업들이 단순 도급 사업을 넘어 고부가가치 수주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1965년 첫 해외 수주 이후 올 상반기까지 한국의 누적 수주 금액은 9794억1463만 달러. 1조 달러까지는 약 206억 달러만 남겨두고 있다.


미래 먹거리’ 투자개발사업 역량 강화
향후 해외 발주 트렌드가 될 ‘투자개발사업’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투자개발사업은 공사비만 받는 단순 도급 사업과 달리 시행자가 기획부터 자금 조달, 시공, 운영·관리까지 사업 전반을 책임지는 유형이다. 투자형이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수익성이 높다. 아직 국내 기업의 투자개발사업 비중은 전체 해외 수주액 대비 5% 내외로 낮지만 국내 기업들의 도전은 늘고 있다.


GS건설이 2021년 10월 호주에서 체결한 23억8145만 달러 규모의 ‘노스이스트링크 도로 구축 사업’이 대표적인 투자개발사업이다. 호주 3대 도시 중 하나인 멜버른 북동부 외곽순환도로와 동부 도로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가 2022년 준공한 튀르키예 ‘차나칼레 대교’도 같은 사례다. 차나칼레 대교는 길이 3563m로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최소운영수익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손실 위험도 적다”고 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 건설 수주를 지원하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공사(KIND)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의 타당성 조사 신청 건수는 2019년 29건, 2020년 41건, 2021년 32건, 2022년 15건, 2023년 51건으로 나타났다. 투자개발사업 발주가 예상되는 사업에 대해 수익성을 따져보는 기업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이승환 KIND 실장은 “투자개발사업은 기존 진입장벽이 높지만 한번 성공하면 장기적으로 수익을 가져올 수 있다”며 “수주 금액은 물론이고 기업들의 참여도 늘고 있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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