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제한구역(開發制限區域)
도시 주변의 녹지를 보존하기 위해 지정한 구역을 일컫는 말이다. 그린벨트(green belt)라고도 부른다. 그린벨트는 온실 등 농사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하여 영국에서 최초로 사용하기 시작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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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6월 박정희 대통령이 건설부 국토계획 국장을 호출했다. 청와대에 달려가니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도 와 있었다. 박 대통령이 서울 외곽에 둥근 띠를 그린 뒤 “그린벨트라는 거 있지, 그거 한번 해봐”라고 지시했다. 한 달 뒤 건설부가 “서울 세종로에서 반경 15㎞ 원형을 따라 폭 2~10㎞의 영구 녹지를 지정한다”고 고시했다. 한국형 그린벨트의 탄생이었다.
박 대통령은 그린벨트를 어떻게 구상하게 됐을까.
주영국 대사로부터 영국 그린벨트 얘기를 듣고 관심을 두게 됐다는 설명이 있다. 경부고속도로와 연관 짓는 해석도 있다. 경부고속도로 재원 마련을 위한 체비지 매각이 신통치 않자 투기 붐이 일었던 서울 외곽을 그린벨트로 묶어 민간 자본을 체비지 구입 쪽으로 돌렸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본인은 1975년 청와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조선 500년 동안 땔감용으로 나무를 자르기만 해 전국 산이 민둥산이 됐다. 그래서 그린벨트를 설정했다”고 말했다.
일러스트=이철원
그린벨트 종주국은 영국이다.
산업혁명 여파로 도시 과밀화, 환경오염에 시달리던 영국은 1938년 그린벨트 법을 제정하고, 런던 주위에 그린벨트를 설정했다. 현재 영국의 그린벨트는 전 국토의 13%에 이른다. 박 대통령은 전 국토의 5.4%를 그린벨트로 묶었다. 80%가 사유지라 ‘재산권 침해’ 민원이 폭주했다. 박 대통령은 ‘그린벨트 규정’ 표지에 친필로 “개정 시에는 반드시 대통령 결재를 득할 것”이라고 썼다. 그린벨트 관리 부실을 이유로 공무원 2500명을 징계할 정도로 엄격하게 관리했다.
반면 일본은 한국보다 15년 앞서 그린벨트 제도를 도입했지만, 개발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10년 만에 흐지부지돼 한국의 그린벨트를 부러워한다. 중국 덩샤오핑의 경제 자문관이었던 일본 국토부 차관은 “후일을 위해 베이징, 상하이에 그린벨트를 만들어라. 상세한 내용은 한국에 알아보라”고 조언했다.
윤석열 정부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첨단 산업 단지가 들어설 경우 그린벨트를 풀어주기로 했다.
1999년 김대중 정부가 제주·춘천·여수 등 7개 지방 도시의 그린벨트를 해제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그린벨트 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도시 광역화, 인공지능(AI) 중심의 4차 산업 혁명 등을 감안하면 50년 된 그린벨트의 조정은 필요하다. 하지만 녹지와 산림은 대대손손 물려줘야 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국부라는 사실만은 절대 잊어선 안 된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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