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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이상 활력없는 낡은 베드타운 '1기 신도시'...환골탈퇴하려면? New city aging



“물 안 새는 집이 없어요”
1기 신도시 ‘낡은 베드타운’ 꼬리표 떼려면

활력없는 베드타운 이미지 벗고
주변 지역과 산업·교통연계 강화
日다마신도시 부활서 교훈을

   지난해 5월 한국부동산분석학회는 경기도의회 요청을 받고 2010년에서 2020년 사이 관할 도시들의 지역내총생산(GRDP)이 경기도 전체에서 차지하는 점유율 변화를 조사했다. 그 결과 1기 신도시 5곳(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이 속한 지방자치단체의 GRDP 점유율은 성남시를 제외하고 모두 10년새 내림세를 기록했다.

일산은 테크노밸리와 연결하고
분당은 GTX 성남역 환승 중추

英 신도시 밀턴 케인스처럼
정비후 지속 관리체계도 필요
분당 아파트 전경사진 확대

약 30년 전 조성된 1기 신도시는 도시 경쟁력 자체는 미흡했다. 대체로 근린서비스업과 공공·교육·복지업 비중이 높았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일대 전경. 사진 연합뉴스 edited by kcontents

이 기간 성남시(분당)만 8.3%에서 9.3%로 점유율이 올랐을 뿐, 고양시(일산) 5.2%→4.3%, 안양시(평촌) 4.5%→3.6%, 군포시(산본) 1.8%→1.5%, 부천시(중동) 4.6%→3.6%였다.

한국부동산분석학회는 “GRDP 점유율이 낮아지는 건 1기 신도시 5곳 외의 GRDP와 기업 종사자 수 증가율이 더 높았기 때문”이라며 “1기 신도시가 속한 지역은 경기도에서 거점 역할을 하지만 그 위상은 점점 하락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1기 신도시는 수도권 집값 안정과 과밀화한 서울 인구를 분산시키는 순기능을 해왔지만 한편으론 ‘베드타운’이란 꼬리표를 늘 붙었다. 단기간 공급된 고밀도 주거단지 성격이 강해 도시 자체의 활력은 살리기 힘들었다. 생산성을 수반한 자족기능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로 탄생한 것이 사실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기 신도시 5곳의 자족 용지 비율은 평균 7.7%에 불과하다. 계획 단계부터 자족 용지 비율을 15% 이상으로 잡은 3기 신도시보다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도시가 만들어진 지 30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주택·기반 시설 노후화가 심해 끊임없이 안전사고 위험이 제기된다. 최근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는 기둥 하나가 심하게 파손돼 출입이 통제됐다. 지난 2022년 2월에는 1995년 준공된 일산동구 마두동 한 상가건물 지하 주차장 기둥이 파손되고 주변 도로 일부가 가라앉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성남시서 교량 양쪽 중 한 보행로가 붕괴되며 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 = 연합뉴스]


특히 지난해 4월 분당구 정자동 정자교 인도 일부가 붕괴해 2명의 사상자를 냈다. 탄천 전체 교량 안전진단 결과 수내교가 최하 ‘E등급’을 받아 폐쇄될 정도로 노후화 피해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1992년 준공된 백송마을 5단지 주민 A씨는 “가구마다 누수나 결로가 없는 집이 거의 없다”며 “주차장 천장 석면도 비 오는 날이면 물을 잔뜩 머금어 뚜두둑 뚜두둑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1기 신도시들은 서울 도심 연결 교통망이 안정적인 수도권 핵심 거점들이다. 거주 여건만 좋아지면 영향력이 다시 올라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유례없는 대규모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1기 신도시가 향후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도시 모델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1기 신도시를 활력 넘치는 수도권 거점도시로 변모시키려면 재건축 과정에서 자족성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주문이다. 이때 주변 지역과 연계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핵심적이다.

예를 들어 군포 산본신도시는 일자리가 풍부한 안양·의왕시와 함께 하나의 큰 산업 클러스터로 묶어 개발하고, 일산신도시도 향후 개발이 예정된 테크노밸리와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식이다.

   다마신도시 모습 [사진 = 일본 국토성]

일본의 경우 도쿄도 외곽 다마 신도시가 재건축 사업으로 젊은 연령층을 대거 빨아들이며 직장·교육·주거 도시로 변모했다. 이곳도 도교 인구과밀과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1970년대에 급히 조성됐고 2000년대 들어 슬럼화가 진행돼 급격히 쇠퇴했다.

베드타운에 그쳤던 다마 신도시가 새싹기업(스타트업)을 끌어들이고 도쿄도립대를 이전하며 산학 유치에 힘쓰고 도쿄간 촘촘한 교통망도 갖추자 수도 도쿄의 도시경쟁력까지 올라갔다. 이는 국내 1기 신도시의 지향점을 잘 보여준다.

최창규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1기 신도시 5곳의 특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해당 도시뿐 아니라 인접 지자체들과 함께 미래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형태로 바꾸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변 지역과의 연계성에서 핵심은 결국 접근성이다. 김중은 국토연구원 도시재생·정비연구센터장은 “분당의 경우 신설되는 GTX-A 성남역에 미래형 환승센터를 만드는 식으로 대중교통 중심 교통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GTX A 전철 [사진 = 연합뉴스]


결론적으로 1기 신도시는 첨단 산업을 활성화하고 고용을 늘릴 뿐 아니라 서울을 잇는 교통 기능까지 강화한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교통과 정보기술(IT) 산업을 한데 묶은 ‘커넥티드 첨단 도시’로 변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건축 후에도 도시와 건축물의 지속 관리를 위한 ‘민간주도형 도시관리(town management)’가 중요하다. 기존 지자체와 산하 시설관리공단 차원의 도시 유지·관리를 넘어 별도의 주체가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내 요구사항을 신속하게 반영하는 적극적인 도시관리를 의미한다.

영국에선 런던 북서쪽의 신도시 밀턴 케인스가 대표적 성공사례다. 지난 1967년부터 뉴타운 조성을 시작해 현재까지 57년째 ‘개발 중’이다. 개발하고 남은 유보지에 끊임없이 확장하는 계획이 진행형이면서, 국내외 기업들이 다수 유입됐다. 사업 주체가 공공인 밀턴케인스개발공사(MKDC)에서 민간기구인 밀턴케인스파트너십타운으로 이어지고 있다. 별도 기관이 펼치는 타운 매니지먼트의 전형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1기 신도시 재건축사업의 총괄 사업관리자가 유력한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타운 매니지먼트 적용을 구상하고 있다. GH 관계자는 “기존 지자체가 해온 소극적인 수준의 도시 관리가 아닌 주민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신속히 제공하고 도시 노후화를 방지하는 신도시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진우 기자 jwsuh@mk.co.kr
손동우 기자 aing@mk.co.kr
연규욱 기자 Qyon@mk.co.kr
김유신 기자 trust@mk.co.kr
한창호 기자 han.changho@mk.co.kr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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