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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인정하는 상속세 과다...상속받느니 차라리 이혼하는게 유리?


稅 부담에 떠는 배우자들

세대 간 부의 이전에 매기는 상속세


  1982년 남편 이모씨와 혼인신고한 김모씨는 2011년 이혼을 하면서 재산분할로 50억원을 받았다. 그런데 7개월 뒤 위암으로 투병 중이던 남편이 사망했다. 세무당국은 김씨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위장이혼했다고 판단해 36억원의 세금을 부과했고 김씨는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위장이혼이 맞다고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다르게 봤다. “합의에 따라 이혼이 성립한 경우, 그 이혼에 다른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당사자 간에 이혼의 의사가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미국·유럽 등은 배우자에 상속세 안 매겨

삼성·한미약품·넥슨 등 거액의 상속세 부담

이혼 재산분할엔 세금 안내 위장하기도



김씨 사례처럼 상속세를 회피할 목적이 의심되는 위장이혼에 세무당국이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초 무렵부터다. 대법원에 따르면 결혼 20년이 지난 부부의 황혼 이혼은 2012년 처음으로 3만건을 넘었다. 같은 해 전체 이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4%로 처음으로 4년차 이하 신혼 이혼 비율(24.7%)을 앞질렀다. 우리나라 상속세제가 2000년 이후 그대로인 상황에서 황혼이혼이 급증하고 그중 위장이혼 의심사례가 지속적으로 나타나자 일선 세무서와 국세청은 부부의 이혼 후 동거 여부를 각종 자료로 입증해 세금을 추징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50%에 달하는 상속세 최고세율과 함께 배우자에게 상속세를 부과하는 제도 역시 전세계에 사례가 드문 한국만의 특수성이라고 본다. 대다수 국가가 세대 간 부의 이전에 한해 상속세를 부과한다. 지난 11일 두 딸과 함께 삼성전자 등 계열사 지분을 2조원 어치 넘게 매각한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된 한미그룹의 송영숙 회장 모두 남편이 사망하면서 거액의 상속세 부담을 지게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 민법은 배우자의 법정 상속분을 자녀 상속분의 1.5배로 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배우자가 유언장 작성 없이 갑자기 사망한 경우 자녀보다 많은 금액을 상속받게 되면서 고액의 상속세 부담을 지게 된다. 각종 공제를 한 후 상속세율은 과표 구간별로 ▲1억원 이하는 10% ▲5억원 이하 20% ▲10억원 이하 30% ▲30억원 이하 40% ▲30억원 초과 50%다. 여기에 구간별로 0원, 1000만원, 6000만원, 1억6000만원, 4억6000만원 등의 누진공제액을 뺀 후 최종세액이 매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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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당국은 상속세 부담을 덜기 위해 위장 이혼을 택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꾸준히 적발해 추징하고 있다. 이런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계속 나오는 이유는 상속세 부담은 높은 반면, 이혼 때의 재산 분할에 대해선 세금이 없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조사 기법을 고도화하면서 추징을 하고 있지만, 부부가 실제로 이혼한 것이 맞는지 입증하는 일은 쉽지 않다. 조웅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자산승계본부 본부장·사법연수원 41기)는 “영국, 프랑스, 미국은 동(同) 세대인 배우자에 대해선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면서 “20~30년 산 부부가 이혼을 하면 재산분할 비율을 40% 정도 인정 받는데 이 금액을 세금을 내지 않고 받을 수 있는 셈이 된다”고 말했다.


당장 지급이 불가능한 정도의 상속세가 나온 나머지, 조(兆) 단위 주식을 물납했는데 팔리지 않아 골칫거리인 상황도 발생한다. 2022년 2월 별세한 넥슨의 고(故) 김정주 창업자의 배우자 유정현 이사도 남편이 보유한 지주회사(NXC) 주식을 물려 받았는데 자녀들 상속분을 포함해 세금이 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가족은 4조7000억원 가치의 NXC 지분 85만1986주(지분율 29.3%)를 정부에 물납했다. 정부는 지난달 두 차례 입찰을 했으나 모두 유찰됐다. 이런 경우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각자를 찾을 가능성이 있으나, 나머지 지분은 유족이 가지고 있어 경영권도 행사할 수 없는데 누가 나서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상속세가 과도하다는 데는 정부 모두 공감대를 갖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민생 토론회에서 “상속세가 과도한 할증 과세라고 하는 데 대해 국민적인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상속세 과세 체계를 현행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다. 유산세는 전체 상속금액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라, 고율 구간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유산취득세는 각자 상속 받은 금액에 대해 세금을 매기므로 여러 사람이 나눌수록 세율이 낮아진다. 하지만 ‘부자 감세’라며 반발하는 야당을 설득하는 작업이 남아있어 실제 개편 여부는 미지수다.

이현승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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