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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피지컬 AI 시장의 트렌드와 한국 기업이 나아가야 할 길 Humanoid Robots: Crossing the Chasm from Concept to Commercial Reality | Humanoids Summit SV 2025

중국 공급망 재편 속 피지컬 AI 시장 경쟁 본격화

부품 공급을 넘어 시스템·현지화 전략으로 전환 필요

구원모(Morris Koo) 대표, OVI Partners

작년, 올해 미국에서 열린 Humanoid Summit, AUVSI 전시장을 차례로 돌아보며, 필자는 작년과 분명히 달라진 공기를 느꼈다. 드론·로봇·휴머노이드로 대표되는 '피지컬 AI(Physical AI)' 산업이 빠르게 성장한다는 사실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마켓츠앤마켓츠(MarketsandMarkets)는 좁은 의미의 피지컬 AI 시장이 2026년 15억 달러에서 2032년 152억 달러로 연평균 47.2% 성장할 것으로, 넓게 보면 퓨처마켓츠(Future Markets)는 2026년 약 3,830억 달러에서 2040년 3조 2,600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휴머노이드만 떼어 봐도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는 2025년 49억 달러에서 2034년 1,651억 달러로 연 50.6% 성장을 예상하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글로벌 출하량이 2025년 1만 8,000대에서 2030년대 연간 100만 대로 늘 것으로 본다.



Bots & Drones UK

문제는 그 폭발적 성장의 과실을 누가 가져가느냐다. 작년까지만 해도 한국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에게 미국 시장은 '정치적, 구조적으로 열린 기회'였다. 그러나 올해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은, 그 문이 한국만을 위해 열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기회의 근원은 분명했다. 미·중 전략 경쟁과 그로 인한 디리스킹(de-risking)·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이다. 피지컬 AI는 본질적으로 하드웨어 집약 산업이다. 소프트웨어가 비트(bit)의 세계라면 드론과 로봇은 원자(atom)의 세계에서 움직이며, 한 대를 작동시키려면 배터리·모터·구동계·감속기·센서·정밀 부품이 빠짐없이 맞물려야 한다. 그런데 이 '원자의 세계'는 중국이 압도적으로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정련의 약 90%, 영구자석 생산의 약 94%를 통제하고, 2024년 한 해에만 산업용 로봇 약 29만 5,000대(세계 설치량의 54%)를 설치했다. 2025년 중국의 휴머노이드 제조사는 140곳을 넘었고 한 해 330종 이상이 쏟아졌으며, 글로벌 휴머노이드 출하의 약 90%가 중국산이었다. 모터·액추에이터·감속기에서 풀스택 통합까지, 가치사슬 (Value Chain) 전반을 중국이 쥐고 있는 셈이다.

미국이 안보를 이유로 '중국산 배제'를 제도화하면서 빈자리가 생겼다. 2025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제1709조는 DJI·오텔(Autel) 등 중국산 드론의 안보 위험성 평가를 의무화하고, 1년 내 평가가 없으면 해당 기업을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규제 대상 목록(Covered List)'에 자동 등재하도록 했다(시한은 2025년 12월 23일이었다). 약 9,000억 달러 규모의 2026 회계연도 NDAA는 그 범위를 중국산 지상 드론과 '복제품(clone)'까지 넓혔고, 미 상무부는 무인기(UAS) 수입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산 배터리·모터는 안 된다"는 제약은 곧 그 빈자리를 메울 누군가에게는 거대한 진입 창구였고, 배터리·모터·센서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 소부장 기업은 가장 잘 맞는 후보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그 기회는 한국만의 것이었을까. 답은 '아니다'였다. 미국이 만든 규칙은 '무엇을 배제할지'는 정의했어도 '누구를 받아들일지'를 한국으로 좁혀준 적이 없다. 중국이 빠진 자리의 후보는 '신뢰할 수 있는 모든 우방국'이었고, 그들은 이미 같은 논리로 뛰고 있었다. 대만은 '비(非)적색 공급망(non-Red supply chain)' 전략 아래 2025년 10월 중국산 부품을 뺀 무인기 개발에 6년간 약 13억 8,000만 달러 투자를 발표했고, 이를 2026년 1월 미·대만 무역협정에 담아 양국 사이버보안 표준까지 정렬했다. 한국이 머릿속으로 그리던 길을, 대만은 정부 협정과 예산으로 먼저 깔아 둔 셈이다. 일본의 2025 회계연도 국방예산은 사상 최대인 551억 달러였고,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호주(희토류)·한일(탄소섬유)·캐나다(흑연·리튬)가 드론 공급망을 분담하는 '5대 소재 협력(Five Materials)' 모델을 제안했다. 부스마다 외치는 메시지는 똑같았다. "우리는 중국이 아니다. 미국과 동맹의 믿을 수 있는 파트너다."

유럽은 한층 공격적이다. 단순 수출이 아니라 미국에 합작법인을 세우고 현지에서 직접 생산한다. 독일 퀀텀 시스템스(Quantum Systems)는 캘리포니아 무어파크에 약 1만 2,500㎡(13만 5,000평방피트) 생산시설을 세워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요건을 겨냥하고,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2만 시간 넘게 비행한 정찰기 '벡터(Vector)'를 미 육군 정찰드론 신속조달 사업에 올렸다. 독일 최대 방산기업 라인메탈(Rheinmetall)은 미시간·메인·오하이오 등에 미국 생산 거점을 두고 국방부 조달용 사이버보안 인증(CMMC 레벨2)까지 마쳤다. 독일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2021년 창업한 헬싱(Helsing)은 불과 5년 만에 유럽 최고가 비상장 방산기업(약 180억 달러)으로 평가받고, 베를린의 슈타크(Stark Defence)는 헬싱과 함께 독일 정부의 자폭드론 사업을 따내며 최대 수십억 유로 규모의 프레임워크에 진입했다. 우크라이나라는 실전 테스트베드를 등에 업고, 이들은 한국이 '부품 납품'으로 그리던 그림을 훌쩍 뛰어넘어 '현지 생산'과 '완제품 통합'으로 미국 시장에 들어서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냉정하다. '좋은 하드웨어를 만들어 미국에 납품한다'는 명제만으로는 더 이상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 신뢰할 수 있는 공급국이 늘수록 경쟁은 가격과 규모로 수렴하고 부품은 빠르게 범용화(commoditization)된다. 여기에 미국의 자국산 우선(reshoring) 강화까지 더하면 단순 납품으로 누릴 수 있는 천장은 생각보다 낮다. 1년 전의 기회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열린 기회'로 그 성격이 바뀌었을 뿐이다. 열린 문 앞에 줄을 선 경쟁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ABC7 News


그렇다면 한국 기업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한국의 위치는 분명하다. 국제로봇연맹(IFR) 최신 집계 기준 한국의 제조업 로봇밀도는 근로자 1만 명당 1,220대로 세계 1위이며, 반도체·배터리·통신 인프라의 강점도 뚜렷하다. 다만 AI 원천기술(파운데이션 모델)과 로봇 전용 부품 공급망에서는 약점이 뚜렷하고, 휴머노이드 상용화의 분기점으로 꼽히는 2030년까지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중국이 아니어서' 선택받던 시대는 저물고 있으며,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첫째, 부품에서 시스템으로 올라서야 한다. 부품 한 줄(BOM line)로 납품 목록에 이름을 올리는 것과, 통합된 서브시스템·완제품으로 고객 관계를 직접 소유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모터를 파는 회사는 언제든 대체되지만, 그 모터로 검증된 구동 모듈과 제품을 설계해 파는 회사는 대체하기 어렵다. 현대자동차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축으로 2028년까지 연 3만 대 규모 로봇 공장을 짓고, 원가의 약 60%를 차지하는 액추에이터를 현대모비스가 직접 생산하기로 한 것이 그 대표적 행보다.

둘째, 납품에서 현지화·파트너십으로 전환해야 한다. 바다 건너의 벤더로 남는 한 가격 경쟁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다. 미국 현지 법인과 설계·제품 역량, 미국 OEM·인티그레이터와의 공동 개발, 그리고 국방·공공안전·산업 현장 등 최종 수요처와의 근접성—이런 '생태계 안으로 들어가는' 접근이 카탈로그를 들고 찾아가는 영업을 압도한다.

셋째, 자본을 전략의 일부로 삼아야 한다. 가장 간과되는 지점이다. 미국 차세대 배터리 기업 팩토리얼(Factorial)이 CIA가 설립한 전략투자사 인큐텔(In-Q-Tel)의 투자를 받으며 현대·기아와 협력하듯, 한국 기업과 자본은 단순 공급자가 아니라 파트너이자 투자자처럼 사고해야 한다. 전략적 투자와 합작법인은 단발성 수주 계약(PO)이 결코 만들어내지 못하는 구조적 결속을 만든다. 자본이 함께 들어갈 때, 한국 기업은 '거래처'에서 '동반자'로 격상된다.

넷째, 실전 검증과 테스트베드로 무장해야 한다. 피지컬 AI는 사양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증명된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로봇밀도가 보여주듯 국방·공공안전·산업물류·스마트시티라는 강력한 내수 수요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제품을 단련하는 테스트베드로 삼아 '검증 완료'의 이력을 쌓고 들어가는 기업은 스펙만 앞세운 경쟁자와 출발선부터 다르다. 여기에 선택과 집중을 더해야 한다. 자본이 압도적으로 드는 로보택시 같은 레드오션을 좇기보다, 한국의 강점과 미국의 실수요가 만나는 지점—상업·국방용 드론, 공공안전, 산업물류 로봇, 휴머노이드의 부품·구동계—에 역량을 모으는 편이 현명하다.

올해 여러 전시장을 돌며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위기와 기회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게 열렸던 창구는 닫히지 않았다. 다만 한국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고, 그래서 더 어려워졌다. '중국이 아니어서' 선택받는 행운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이제는 시스템과 파트너십, 그리고 전략과 자본으로 무장해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는 기업만이 미국 피지컬 AI 시장에서 자리를 지킬 것이다. 옛 공식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시장의 간만 보며, 운을 바라며 수동적으로 수출의 기회가 열리기를 바라는 기업은 범용화의 파도에 휩쓸릴 것이고, 한 단계 과감하게 적극적 올라서기를 선택한 기업은 다음 10년의 주역이 될 것이다. 2030년 전후의 골든타임은 길지 않다. 지금이 바로 그 갈림길이다.

※ 해당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외부전문가 기고 미국 실리콘밸리무역관 이지현 2026-06-09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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