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목적지는 ‘우주 AI’ 수직계열화
지난해 전 세계에서 329차례의 로켓 발사가 이뤄졌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을 스페이스X가 담당했다. 위성 기준으로 보면 격차는 더 분명해진다. 2025년 궤도에 배치된 위성의 약 70%가 스페이스X 발사체를 통해 올라갔다. 한 번의 발사에 다수 위성을 동시에 실어 보내는 구조 덕분이다. 스페이스X의 팰컨9은 최대 60개 위성 운반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이스X가 전 세계 우주 산업의 ‘선두 주자’로 떠오른 배경이다. 스페이스X의 경쟁력은 사업 간 연결 구조에 있다. ‘스타링크’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고, 이 자금이 재사용 발사체 개발과 발사 인프라 확장에 투입된다. 발사 비용이 절감될수록 위성 배치 속도는 빨라지고, 이는 다시 스타링크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여기에 추후 스타십의 대량 수송 능력이 더해지면 우주 데이터센터로까지 사업 범위가 확장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스페이스X를 움직이는 ‘세 개의 축’을 짚어봤다.
전체 매출의 70%…가입자 2배 ‘쑥’
증권가에선 스페이스X의 최대 경쟁력으로 저궤도 위성통신(LEO·Low Earth Orbit) 서비스 ‘스타링크’를 꼽는다. 저궤도 위성통신은 이동통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이동통신은 기지국이 설치된 곳에서만 원활하다. 기지국 설치가 어려운 사막·산지 등 소외 지역과 선박과 비행기 등에서도 원활하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 관련 업계에선 이동통신의 면적 커버리지가 15% 안팎 수준이라고 추정한다. 지구 지표면 면적의 70%가 바다인 데다, 육지 30% 중 절반 정도엔 기지국이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동통신의 또 다른 한계는 재난에 취약하단 점이다. 태풍이나 쓰나미 등으로 기지국이 망가지면 이동통신을 쓸 수 없다. 이에 등장한 개념이 위성통신이다. 사용자 단말이나 안테나 등에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한 칩을 탑재해 지구 궤도를 도는 위성과 신호를 주고받는 구조다. 위성통신은 지구와의 거리에 따라 크게 ▲저궤도 위성(300~1000㎞) ▲중궤도 위성(1000~3만6000㎞) ▲정지궤도 위성(3만6000㎞)으로 구분된다. 이 중 가장 각광받는 건 저궤도 위성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통신 지연 속도가 평균 10㎳(밀리초) 정도로 가장 짧고 대용량 파일 전송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저궤도 위성통신의 대표 주자가 스타링크다.
스타링크는 이미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다. 하나증권은 2025년 스페이스X 매출을 150억달러(약 21조원)로 예상했는데, 이 중 스타링크 매출이 104억달러(약 15조원)다. 2026년을 기점으론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가입자 수가 폭증세여서다. 스타링크 가입자 수는 2025년 12월 기준 920만명이다. 하나증권은 2026년 스타링크 가입자 수는 기존 대비 2배 증가한 1840만명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스타링크 매출 규모도 80% 증가해 187억달러(약 26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페이스X의 밸류에이션 중심에도 스타링크가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통신 산업 전체(이동통신+위성통신) 기준으로도 스타링크의 중장기 글로벌 점유율이 15%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이 경우 스타링크 단일 사업에서 연간 매출 3000억달러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스타링크를 통해 확보한 재원이 로켓 발사 등 인프라 투자로 이어져 추가 수익원을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이를 기반으로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돌리면 2030년과 2040년 각각 2조5000억달러(약 3606조원), 12조8000억달러(약 1경8000조원) 밸류에이션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몬테카를로 기법은 매출 성장률과 시장점유율, 비용 구조 등 변수를 바꿔가며 수차례 시뮬레이션을 돌려 기업가치의 가능한 범위를 추정하는 방법이다.
(2) 재사용 기술 → ‘비용 절감’
고객 판매가는 오히려 높였다
스페이스X를 설명할 또 다른 키워드는 ‘로켓 재사용’ 기술이다. 그동안 로켓은 일회용이었다. 발사에 성공하더라도 대부분 바다로 떨어져 회수하지 못했다. 제작비가 그대로 비용으로 사라졌다.
재사용은 발사 비용을 확 줄인다. 재사용된 팰컨9으로 지구 저궤도에 1㎏짜리 물체를 올리려면 2000~3000달러가 든다. 그런데 한 번 쏘고 버리는 일회용 발사체로는 최대 10배 비용을 더 써야 한다. 1단 추진체를 매번 새로 만들어야 해서다.
발사 빈도도 개선됐다. 생산과 조립에 필요한 시간이 줄어 발사 준비 기간이 짧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스타링크 경쟁력과도 이어진다. 고객의 위성 수요에 따라 위성 배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이렇다 할 경쟁 업체가 없단 점도 스페이스X의 가치를 높이는 부분이다. 김재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발사 비용이) 절감됐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이스X는 팰컨9 정가(고객 발사 서비스 비용)를 기존 6200만달러(약 890억원)에서 7000만달러(약 1010억원)로 인상했다”며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이스X는 이에 만족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재사용 범위를 1단 추진체에 국한하지 않고, 발사체 전체로 확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른바 ‘스타십 프로젝트’다. 팰컨9이 1단 추진체만 회수해 재사용하는 구조라면, 스타십은 1단과 2단을 모두 회수하는 완전 재사용을 목표로 한다. 추가적인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이론상으로는 발사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작비를 거의 제거할 수 있다. 김재임 애널리스트는 “팰컨9이 ㎏당 발사 비용을 약 3100달러 수준으로 낮췄다면, 스타십은 ㎏당 100달러 미만으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로켓 발사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전환되는 셈이다.
수송 능력도 차원이 다르다. 팰컨9의 저궤도 탑재 능력은 약 20t 수준이다. 스타십은 최대 150t을 목표로 설계됐다. 위성 다수를 묶어 올리는 군집 발사 효율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증권가는 스타십 상용화 시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비용 절감을 예상한다. 물론 스타십은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다. 지난해까지 11차 시험 비행을 했고, 2026년 1분기 중 12차 시험 비행을 진행할 예정이다.
(3) 데이터센터도 우주로
목표는 ‘우주 AI 생태계’ 수직 통합?
스페이스X의 세 번째 축은 ‘우주 AI 데이터센터’다. 머스크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우주 데이터센터를 강조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사우디 투자 포럼에 연사로 나와 “향후 5년 내 태양광과 복사 냉각을 이용한 우주 AI 데이터센터가 실현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에서도 우주 데이터센터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저궤도에 데이터센터 기능이 탑재된 위성을 띄우고 우주에서 24시간 태양광 전력을 공급받아 AI 연산을 수행한 뒤 데이터만 지상으로 보낸다는 내용이다. 머스크는 “2~3년 내 사업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종목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론 머스크가 꿈꾸는 우주 제국은 로켓만 쏘는 것이 아니라, 우주 AI 생태계의 수직 통합”이라며 “스타십으로 인해 비용 발사 비용이 ㎏당 200달러 밑으로 떨어질 수만 있다면, 우주는 가장 저렴한 데이터센터 부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머스크가 우주를 데이터센터 부지로 주목하는 건 태양광 때문이다. 지구의 태양광 발전은 여러 제약이 있다. 단순하게는 밤 시간 발전이 불가능하다. 흐린 날씨에도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게다가 생산된 전력을 데이터센터로 전달하려면 별도의 전력망 인프라가 반드시 필요하다.
반면 우주에는 밤이 없다. 데이터센터를 탑재한 위성이 적절한 궤도(태양동기궤도)를 선택한다면 거의 24시간 내내 태양광으로 안정적인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스페이스X는 지난 1월 30일 미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제출한 100만대 규모의 위성 구축 승인 신청서(SpaceX Orbital Data Center system)에서 “태양동기궤도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우주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앞 단계는 갖춰진 상태다. 로켓 재사용으로 우주에 오가는 비용을 낮췄다. 스타링크로 전 세계를 잇는 위성 통신망도 만들었다. 위성을 띄우고, 데이터를 주고받는 데까지는 스페이스X 자체 해결이 가능하다.
최근 xAI 인수 역시 우주 데이터센터와 관련 있다. xAI는 스페이스X가 만드는 우주 데이터센터 인프라에서 AI 학습과 추론을 수행하는 첫 번째 내부 고객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외부 고객을 모집하는 리스크 없이 xAI 자체 연산 수요만으로 초기 가동률을 확보할 수 있다. 김승혁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스페이스X는 이를 통해 엔지니어링의 효율성과 속도를 확보하고, xAI는 경쟁사가 접근할 수 없는 ‘우주 환경에서의 데이터 처리 경험’ 등을 통해 거대언어모델(LLM) 시장 내에서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해결해야 할 물리적 장벽도 여럿이다. 가장 큰 제약은 열 제어다. 우주는 진공 상태다. 지상 데이터센터처럼 공기 순환 냉각이 불가능하다. 연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은 오직 복사 방식으로 방출해야 한다. 스테판–볼츠만 법칙에 따르면 약 350K(섭씨 77도) 환경에서 100㎾의 열을 방출하려면 최소 130~180㎡ 규모의 방열판이 필요하다.
박광남 애널리스트는 “방열판 무게만 800㎏에 달할 것”이라며 “우주 산업은 무게가 곧 비용이다. 스페이스X 프로젝트가 현실화되려면 소재와 부품 단위의 파괴적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우주 데이터센터는 경제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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