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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3억짜리 개’ 스팟이

에어컨 딸린 개집 지어준 이유

경북 포항 포스코 3파이넥스 공장에 사는 로봇개 ‘스팟이’는 1000만원 짜리 자기 집에서 하루를 보낸다. 가로 2m, 세로 1.5m, 높이 1.5m가량의 정육면체 모양의 개집은 스팟이가 밥도 먹고(배터리 충전), 열도 식히는(에어컨 가동) 꽤 안락한 공간이다. 개집 문은 전자동으로 열리고 닫히기 때문에 스팟이가 쉴 때 쇳가루가 날아들 일도 없다.


‘주인님’인 황석균 포스코 지난 3월 19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 공장에서 용융로를 점검하고 있는 사족보행로봇 '스팟이'. 사진 포스코


‘주인님’인 황석균 포스코 공정DX연구소 수석연구원의 명령(태블릿PC로 전기신호 입력)이 떨어지면 스팟이는 이내 바빠진다. 쭈그렸던 다리를 펴고 몸체를 곧추세운 스팟이는 전자동 셔터문이 쓱 열리자 한걸음 한걸음 씩씩하게 내디뎌 일터로 나간다.

스팟이의 담당 업무는 1500도 이상의 뜨거운 쇳물을 머금은 용융로(쇳가루를 녹이는 설비) 상태를 체크하는 것. 용융로는 3m 두께의 세라믹 벽으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지만 미세한 균열에도 고온·고압 가스가 뿜어져 나와 사람이 다칠 수 있다. 이에 스팟이는 몸체에 달린 열화상·고해상도 카메라로 총 30개의 산소 주입구와 수백 가닥의 파이프의 상태를 확인한다.

펄펄 끓는 쇳물 옆에서도 스팟이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일만 한다. 매 시간 정각이면 벌떡 일어나 산소 주입구 쪽으로 먼저 이동해 10초간 응시하고, 이후 파이프와 밸브를 10초간 응시하는 식이다. 기기 온도가 정상(20~25도)에서 벗어나는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주인님인 황 수석에게 바로 보고한다. 이렇게 40분간 일한 후 개집에 돌아와 20분 쉬는 루틴을 24시간 반복한다. 스팟이의 주인님은 아래층의 쾌적한 관제실에서 스팟이가 보내온 데이터를 분석한다.

2024년 10월 공장에 스팟이가 배치되기 전까지만 해도 생산직 2명 이상이 교대로 해야 했던 일이지만 이젠 사람이 용융로 주변에 갈 필요가 없다. ‘스팟이 조련사’ 황 수석도 스팟이 도입에 대해 만족스럽다고 했다.

용융로엔 사람이 가까이 가면 안 돼요. 언제든 다칠 수 있거든요. 이제는 그런 곳에 스팟이가 대신 들어가서 일해 주니 주인으로서 뿌듯하고 또 고맙더라고요. 휴머노이드 로봇도 빨리 도입돼서 스팟이는 못 하는 일, 가령 밸브 잠그기 같은 일도 대신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쉴새 없이 일만 하는 스팟이의 몸값은 3억원, 메이드 인 USA, 미제(美製)다. 포스코가 2023년 현대차그룹의 미국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에서 사들였다. 현재 총 3마리가 현재 포스코 공장에서 일한다. 스팟이라는 이름도 원래 제품명(스팟, spot)에서 따왔다.



포스코에 따르면, 스팟이의 몸값이 람보르기니 우루스나 멕라렌 아투라 같은 수퍼카 가격에 맞먹는 만큼 개집도 대충 지을 수는 없었다고 한다. 여름이면 40도 이상까지 온도가 뜨거워지는 용융로 주변에서 스팟이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쩌나(영하 20도에서 영상 50도까지 견디도록 설계됐다지만, 주인님은 안심하기 어렵다). 아찔한 상황을 막기 위해 포스코는 인근 공업사에 의뢰해 스팟이를 위한 첨단 개집을 지었고, 밤에도 스팟이가 주변을 잘 살펴볼 수 있도록 LED 조명과 카메라를 달았다.

포스코는 앞으로 스팟이 친구들을 더 ‘입양’할 계획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 라이온로보틱스, 에이딘로보틱스 등 국내 제조사와 포스코 현장에 맞는 로봇개를 개발하려고 했다. 황 수석은 “국내 업체들과 개발하면 우리 공장의 조업 특성에 맞게 로봇을 개조하기도 편하고, 고장이 나더라도 수리하기가 쉽다”고 했다.

스팟이처럼 위험 업무를 자처하는 로봇은 철강·조선 등 한국의 전통 제조업 현장에서 낯설지 않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현대제철은 대형 코일을 하역하는 데 로봇을 도입하고 있고, HD현대중공업은 선박의 거대 외벽이나 탱크 내부를 돌아다니며 용접 상태를 검사하거나 청소하는 벽면 주행 로봇을 도입했다. 한화오션은 블록 상단 등 높은 위치에 있는 설비를 점검하는 데 드론을 이용한다.

일자리 걱정은 없을까.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3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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