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과 합의 3500억 달러 규모 투자 프로젝트 첫 단계
안정적으로 장기 현금 흐름 창출 가능
한국 정부가 대미 투자 ‘1호 사업’으로 텍사스∙루이지애나 지역의 석유화학 플랜트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에 사모펀드 등이 보유한 기존 설비나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제안에 정부는 실무 검토에 착수했다.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 이행위원회’를 통해 사업성을 검토하고, 미국 측에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12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한국과 합의한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의 첫 단계로 미국 중부 텍사스∙루이지애나주 등지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투자를 제안했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셰일가스를 활용해 각종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사업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현재 미국 측으로부터 정식으로 제안이 들어온 건 걸프만 일대의 석유화학 관련 프로젝트가 유일하다”며 “신규 인프라 건설보다는 기존에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지분을 한국이 인수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걸프만 연안은 셰일가스 부산물인 에탄을 활용해 ‘화학 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생산하는 설비와 관련 밸류 체인이 밀집한 지역이다. 맥쿼리와 같은 글로벌 인프라 펀드가 전력∙파이프라인∙수출터미널 등 생산 자산을 인수해 운영하는 사례가 많다. 한국 입장에서도 낯선 곳은 아니다. 롯데케미칼은 2019년 총 31억 달러를 투입해 2019년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 에탄분해시설(ECC)와 에틸렌글리콜(EG) 설비를 갖췄다. 이를 통해 현재 연간 100만t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도 각종 인프라 펀드를 ECC 파이프라인 등에 투자하고 있다.
일단은 수익성이 투자 판단에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될 전망이다. ECC는 셰일가스 기반 에탄을 원료로 쓴다는 점에서 원유 기반인 나프타(NCC)와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나프타를 쪼개는 것보다 에탄을 쪼개는 공정이 더 간단하기 때문에 생산비용이 저렴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20년 전후부터 최근까지 ECC가 원가 경쟁력에서 NCC를 압도하며 에틸렌 생산을 주도했지만, 중국이 에틸렌 자급률을 높이려 공장을 대거 증설한 여파로 공급 과잉이란 구조적 악재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글로벌 수요 둔화로 석유화학 업황이 꾸준히 악화하고 있는 점도 부담스러운 시점”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프로젝트 같은 인프라 투자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장기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긴 투자 기간에 따른 위험 요인도 적지 않다. 예컨대 가동 시점의 유가나 수요 사이클, 규제 변화 등 변수도 많다. 미국 입장에서는 동맹국 자본을 유치해 이런 위험을 분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는 사업성 검토를 마친 뒤 투자 여부에 대한 의견을 미국 측에 전달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10일 대미투자특별법 통과 전이라도 실무 검토가 가능하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했다. 다만 상업적 합리성이 일정 수준 이상 확보될 경우 거절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관세를 25%로 다시 인상하겠다고 압박하는 가운데 한국에 구체적인 제안을 한 만큼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설명이다.
원전 등 다른 카드도 여전히 테이블 위에 있다. 미국은 대형 원전 시공 능력이 부족한 만큼 경험이 많은 한국과의 협력을 기대한다. 다만 한국 측의 신규 노형인 APR1400을 미국 내 건설하기 위해서는 한국수력원자력의 북미 진출을 금지한 웨스팅하우스와의 원전 합의를 바꿔야 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9일 “(1호 프로젝트가) 에너지∙원전 등으로 단정된 것이 아니라 여러 안을 놓고 논의 중”이라며 “대외 보안 이슈가 있어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법안 통과 일정에 맞춰 합의되면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안효성∙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중앙일보.
https://v.daum.net/v/2026021305024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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