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산단 건물 짓고있는데 공장 이전?
K반도체 무너진다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의 지방 이전론이 최근 지역 정치권에서 점차 정부로 번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 제조시설(팹)을 비수도권에 짓는 것이 정치권 주장만큼 쉽게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결과적으로 우리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잃게 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2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경기 용인시에 입주하면 두 기업이 쓸 전기의 총량이 원전 15기 분량이어서 꼭 거기에 있어야 할지(고민된다)"라며 "최대한 에너지가 생산되는 곳에 기업이 가고 꼭 불가피한 것만 송전망을 통해 송전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할 텐데 걱정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반도체 업계는 크게 다섯 가지 이유를 들어 비수도권 이전이 어렵다고 설명한다.
우선 전력 안정성 문제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은 국내 최대 전력 소비처로 기존 송전·변전소 인프라스트럭처가 전국에서 가장 촘촘하게 구축돼 있어 전력 품질 유지에 강점이 있다. 비수도권에서 전력이 넘친다고 하지만 남는 전력이 대부분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반도체 팹에서 쓰기는 어렵다는 설명도 나온다.
둘째는 용수 공급 문제다. 반도체 팹에서 전력만큼이나 중요한 건 용수 공급인데 한강은 풍부한 수자원을 바탕으로 시설 운영에 유리한 부분이 많다. 반면 새만금을 비롯한 국내외 다른 지역은 안정적으로 팹에 필요한 용수를 공급할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다.
이 두 문제가 해소돼도 비수도권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 바로 우수 인력 확보다. 한 업계 임원은 "반도체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취업 남방 한계선이 '화성'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이미 널리 퍼져 있다"며 "경기 남부도 가기 싫다고 빠져나가는데 다른 지역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
넷째는 투자 타이밍 실기(失期)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용인시 원삼면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1기 팹 건설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도 용인시 남사면 인근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의 토지 보상에 들어갔다. 어렵게 토지 보상과 인프라 구축 등 작업을 해왔는데 이를 비수도권으로 옮기라고 하면 이미 세워놓은 계획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 문제는 국가 반도체 경쟁력 추락이다. 한국이 중국이나 미국보다 작은 시장을 갖고 있음에도 높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건 수도권에 구축된 생태계 효과가 꽤 크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현재 화성시, 수원시, 용인시, 이천시, 평택시로 이어지는 경기 남부에 주로 구축돼 있다. 삼성전자가 용인시 기흥구, SK하이닉스가 이천시에 초기부터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주변으로 확장된 것이다. 여기에는 반도체 제조시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있어 이들과 신속히 교류할 수 있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들도 이 일대에 지원센터를 구축해 놨기 때문에 장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경기 분당구 판교 지역에는 설계 전문 팹리스 기업과 반도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위치해 효과적인 역할 분담이 이뤄지고 있다. 인천공항과 접근성에서 나오는 물류 경쟁력도 수도권이 가진 장점이다. 수도권에서 만들어진 반도체는 반도체 전용 물류를 통해 즉각 인천공항으로 보내져 전 세계로 수출이 이뤄지는데 여기서 얻는 경쟁력이 높다.
[이덕주 기자 / 이진한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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