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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역설...서울 아파트 거래 급감...하지만 '이 곳'은 오히려


'강남·용산' 아파트 거래 70% 늘어

'10·15 대책' 후 한달 새 서울 전체 거래량은 79% 급감

서울 강남권 집값을 잡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가 급감했지만,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등 집값이 가장 비싼 지역의 거래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규제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라는 진입 장벽이 대출 의존도가 높은 서민층의 거래는 사실상 봉쇄한 반면, 자금 여력이 풍부한 현금 부자들에게는 강남 진입의 기회로 작용하며 자산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픽=김성규



서울 아파트 거래 79% 줄었는데 강남은 늘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정부의 전방위적 규제가 시장 내 양극화를 부추긴 정황이 뚜렷이 드러났다. 서울 전역이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등 3중 규제를 적용받기 시작한 10월 20일부터 지난달 19일까지 한 달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총 2517건 이뤄졌다. 직전 한 달(9월 20일~10월 19일) 거래량은 1만2162건이었다. 한 달 새 79.3% 급감한 것으로, 시장 전체가 거래 절벽에 직면한 모양새다.

반면 10·15 대책 전부터 규제 지역이던 강남 3구와 용산구의 아파트 매매 거래는 같은 기간 850건에서 1442건으로 69.6% 늘었다. 서초구는 128건에서 269건으로 110.1% 급증했고, 강남구와 송파구도 각각 88.3%, 59.4%씩 늘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이들 지역은 대출이나 전세를 활용해 아파트를 구매하는 게 어렵다는 점 때문에 거래가 덜 활발했는데, 10·15 대책이 이 지역들의 투자 매력도를 오히려 높여준 결과”라고 했다.

대책 이후 서울 1.8% 오를 때 송파구는 4% 올라

강남 3구와 용산구는 규제 이후 아파트값 상승률도 서울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KB국민은행 집계로 10월 2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1.75% 올랐는데, 같은 기간 송파구의 상승률은 3.95%로 두 배가 넘는다. 강남(2.05%), 서초(2.34%), 용산(2.78%) 모두 상승률이 2%를 넘겼다.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면적 59㎡는 지난 9월 27억9000만원에 거래됐는데, 같은 동 바로 위층이 지난달 초 31억원에 팔리며 역대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전반적으로 거래량이 줄었지만 강남권은 과거부터 현금 여력이 있는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에 부동산 대책의 영향이 없고 가격도 계속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과 용산 등지의 고가 아파트 위주로 가격이 오르면서 서울 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을 하위 20%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5분위 배율)은 지난달 6.82를 기록했다. 2008년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다. 강남권을 겨냥한 규제가 오히려 강남과 비강남의 양극화를 부추긴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규제가 일부 인기 지역으로의 쏠림을 오히려 부추기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금이라도 지역별 상황에 맞춰 규제를 차등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나 투기과열지구처럼 거래 자체를 억제하는 규제는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10·15 대책이 나오고 두 달 가까이 지나면서 서울 외곽 지역은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이 ‘정상 범주’로 통하는 0.1% 수준까지 떨어졌다. 규제 때문에 재건축 아파트 거래가 막히는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중저가 아파트 거래를 너무 규제하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막히면서 전·월세 시장 불안 우려도 커지는 만큼, 외곽 지역은 규제 완화를 고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https://www.chosun.com/economy/real_estate/2025/12/09/LISRGLUM3JAPZKLNWAJKZQLN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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