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공무원, 검사 없는 경찰 수사팀이 담당
심야 조사도 논란
'김건희 특검' 출석 후 숨져… 강압 수사 있었나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으로 피의자 조사를 받은 지 8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경기 양평군청 공무원 A(57)씨와 관련해, 김건희 특검이 강압 수사는 물론 불법적인 심야 조사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A씨 수사는 판사 출신 특검보와 검찰 경력이 없는 변호사 2명, 경찰관만으로 구성된 수사팀에서 담당했다. 이런 인적 구성이 무리한 수사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법조계 일각에서 나온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겠다며 13일 A씨 시신을 부검할 예정이다. 그러나 A씨가 남긴 유서를 유족에게 공개하지 않아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강압 수사·불법 심야 조사 있었나
A씨는 지난 2일 오전 10시부터 특검 조사를 받고 자정을 넘어서야 조사실을 나왔다. A씨는 이튿날 새벽 오전 3시 20분쯤 자택에서 자필로 메모를 썼다. “모른다고, 기억 안 난다고 말을 해도 계속 다그친다. 사실을 말해도 거짓이라고 한다” “강압적인 윤 수사관의 강압에 전혀 기억도 없는 진술을 했다” “군수(郡守) 지시는 별도로 없었다고 해도 계속 추궁한다” 등의 메시지를 남겼다.
공흥지구 특혜 의혹은 김건희 여사 가족 기업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2011~2016년 양평군 공흥리 일대 개발 사업을 하면서 개발 부담금 면제 등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특검이 이 사업 담당 팀장이었던 A씨에게 당시 양평군수였던 김선교(국민의힘) 의원의 지시가 있었다는 진술을 강요했다는 정황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김건희 특검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서 확보한 진술을 확인하는 차원의 조사였기 때문에 강압적인 분위기가 아니었고, (A씨를) 회유할 필요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심야 조사의 적법성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인권 보호 수사 규칙 등에서는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수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피의자 등의 요청이 있을 경우 심야 조사가 가능하다고 정하고 있다. A씨 측 박경호 변호사는 “조사 다음 날, A씨는 동의 없이 심야 조사를 받았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특검 측은 2일 오후 8시 50분쯤 A씨 동의를 받아 심야 조사를 했다는 입장이다. 조사 종료 시각도 A씨 측은 “3일 오전 1시 15분에 종료됐다”고 했지만, 특검은 “2일 오후 10시 40분에 조사를 마치고 11시 10분부터 조서 열람이 시작돼 3일 오전 0시 52분쯤에 모든 절차가 끝났다”고 했다. A씨는 자필 메모에서 “12시가 넘었는데도 계속 수사를 (했다)”이라고 적었다.
검사 빠진 경찰 수사팀이 조사
A씨를 조사한 수사팀은 김건희 특검 내 수사팀 9개 중 유일하게 검사 없이 경찰과 변호사로 구성됐다. 판사 출신 문홍주 특검보가 지휘하고, 파견된 경찰 12명과 비(非)검사 출신 변호사 2명으로 구성됐다고 한다. A씨를 조사한 수사관 3명도 모두 파견 경찰관이었다. 이 때문에 최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무리한 체포 영장 집행에 이어 이번에도 일부 경찰의 과잉 수사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김건희 특검의 특검보 4명 중 비검사 출신은 문 특검보가 유일하다. 문 특검보는 지난 8월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집행을 지휘하면서 진술 거부가 예상되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물리력을 동원하도록 해 논란을 불렀다.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은 “수사 과정에서 인권보호관 역할을 해야 할 검사가 빠지다 보니 파견 경찰들이 과잉 수사를 한 것은 아닌지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유족에게 유서 공개 안 하는 경찰
숨진 A씨는 자필 메모 외에 따로 유서를 남겼다. 그러나 경찰이 A씨의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지 사흘째인 12일까지 유서를 유족에게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 일부를 촬영해 A씨 유족에게 보여줬다”면서 “필적 감정 후 유족이 원하면 유서를 돌려줄 것”이라고 했다. 변사 사건 수사에 필요한 압수물이라 수사 종료 때까지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고인의 죽음을 특검 비난의 소재로 삼고 정치적 논리의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명백한 고인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유희곤 기자
김나영 기자
양인성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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