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세종 국제 콘퍼런스’ 개회식에서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법치와 사법 독립의 정신을 굳건히 지켜내고 정의와 공정이 살아 숨 쉬는 미래를 함께 열어갈 지혜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날부터 이틀간 열리는 세종 국제 콘퍼런스는 사법부 국제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법원이 9년 만에 개최하는 국제 행사다. ‘법치주의 수호’와 ‘사법 독립’을 위한 각국의 노력을 공유하고 인공지능(AI) 기술 등 미래 사법 과제를 논의한다. 싱가포르·일본·중국·필리핀·호주·그리스·이탈리아·라트비아·남아프리카공화국·몽골·카자흐스탄 등 10여국 대법원장과 대법관, 국제형사재판소 전·현직 소장 등이 참석한다.
조 대법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사법 영역에서 세종대왕의 업적을 조명했다. 그는 “세종대왕은 통일된 법전을 편찬하고 백성들에게 법조문을 널리 알려 법을 알지 못해 처벌받는 일이 없도록 하셨다”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백성들이 억울함이 없도록 형사사건 처리 절차를 분명하게 기록하게 하고, 사건 처리가 장기간 지체되지 않도록 하며, 고문과 지나친 형벌을 제한함으로써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이 이뤄지도록 했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훈민정음의 원리와 체계를 직접 프레젠테이션하면서 한글 문자의 효율성과 편리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나’와 ‘너’, ‘남’이라는 문자의 형태적 유사성을 설명한 뒤 “한국의 말과 글 안에서 ‘우리’는 포용적 개념으로 승화돼 독특한 문화적 특징을 형성하고 있다”며 “훈민정음은 백성들과의 의사소통과 사회 증의 실현을 뒷받침하는 인본주의적 문자로 설계됐다”고 했다.
‘훈민정음혜례본’ 중 ‘훈민정음으로 소송 사건을 기록하면 그 속사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창제 동기를 설명한 부분을 인용하면서 “훈민정음은 백성의 생명과 권리를 지키는 정의의 문자이자 법치주의 정신을 구현한 제도적 장치였다”고 했다.
이어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해 백성들의 사법 접근성을 근본적으로 확장하고자 하셨던 정신은, 오늘날 세계 각국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사법의 효율성과 국민들의 사법 접근성을 높이려는 노력과도 깊이 맞닿아 있다”며 “이번 콘퍼런스가 인공지능을 통한 사법 접근성의 실질적 증진 방안을 모색하는 뜻깊은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은경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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