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에도 힘 못 쓰는 '원화 미스터리'
인위적 상승에 한계
외국 자금 빠져나가
특정 대형 종목 집중 매수
전체 증시 상승 안개 효과
속아 넘어가선 안돼
(편집자주)
최근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달러화는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원화는 좀처럼 강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주요 6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7월 말 100포인트에 근접했지만, 최근 들어 97~98포인트 수준으로 내려왔다.
10일 미국 기준금리 예측 모델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의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내릴 확률은 92%에 달했고, 아예 0.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보는 확률도 8%였다. 통상 금리 인하에 따른 돈 풀기와 경기 둔화 전망은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달러 가치가 내리면 원화는 강세(환율 하락)를 보이지만, 최근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380~1390원대에 머물고 있다.
해외 투자 늘고 외국 자금 빠져나가
이 같은 현상의 첫 번째 이유는 자금 흐름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코스피가 급등세를 보였던 지난 5월과 6월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각각 13억1085만달러, 2억3185만달러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으나, 7월(6억8496만달러)과 8월(6억4190만달러)에는 순매수로 전환했다.
두 번째 이유는 중국발 변수다. 최근 중국 정부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응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자립을 선언하며 대규모 지원책을 내놨다. 알리바바는 자체 개발한 AI칩을 테스트 중이라고 밝혔고, 현지 주요 테크 기업들도 칩 생산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중국 증시로 끌어모았고,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달 25일 3883.56으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위안화 가치도 소폭 강세로 돌아섰다. 보통 원화와 위안화는 유사한 흐름을 보이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중국의 AI 반도체 투자 심리가 위안화만 지지하는 역할을 하면서 원화는 힘을 얻지 못한 것이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한국·대만 반도체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상대적으로 약화하면서 원화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대만 달러도 월간 기준으로 미 달러화 대비 2.7% 약세를 보이며 외환시장 내 절하 폭이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매수세 회복에 환율 안정 기대
다만 시장에서는 환율이 연말 이후 점차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환율을 끌어올린 대내외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이라며 “연준의 금리 인하와 미국 경기 둔화, 국내 경기 회복 흐름은 내년 상반기까지 환율이 점차 낮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https://www.chosun.com/economy/money/2025/09/10/S3ZTLYT4ANB23APOGBPTLOPC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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