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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도 부정선거에서 자유롭지 못해


조희대 대법원장도 선거 부실 검증 논란
2016년 부평갑 당선 무효 소송에 대법관 신분으로 검증 참여

26→23표 차이 선거서 판정 보류만 26장… 2차 검증은 없어
“한두 표 차이 인정도 법관 승진 불이익”… 소극적 검증 원인

   12.3 비상계엄을 계기로 사법부의 불공정을 우려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조희대 대법원장이 부실 논란이 제기된 검증에 참여한 정황이 나왔다. 그동안 사법부가 부정 의혹 증거 신청을 일괄적으로 묵살한 데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탈법적 영장 청구를 방관하고 대통령 탄핵 심판조차 불공정하게 진행해 온 것도 구조적 한계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사법 개혁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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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스카이데일리가 입수한 2016년 인천 부평갑 국회의원 당선무효 소송의 대법원 검증조서(2016수40)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이 당시 대법관으로서 조서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서는 제20대 총선에서 26표 차이로 낙선한 문병호 국민의당 후보가 제기한 선거 소송의 공적 기록물이다. 

당시 검증은 4.13 총선 두 달여 만인 6월29일 인천지법 5층 중회의실에서 진행됐다. 6개월 이내에 재판을 끝내게 한 규정을 지킨 것이다.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4.15총선)의 첫 검증이 무려 1년2개월 만에 이뤄진 것과 대조적이었다. 

원고인 문 후보 측은 검증에서 원양어선 등에서 참정권을 행사하는 선상투표지에 팩스번호가 없는데도 선거 당국이 유효로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팩스번호가 맞는지 확인하고 유효표만 기산해야 했지만, 팩스 번호가 없는 1표를 무효표로 분류하고도 실제로는 유효표로 기산했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제179조 3항 1호는 ‘팩스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 무효투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증에서는 또 1번 후보에게 기표한 유효표가 2번 후보 득표로 처리되는 등 기표와 다르게 뒤섞인 혼표가 5장 발견됐다. 

대법원 검증 결과, 원고의 유효표는 4만2235표, 당선인의 유효표는 4만2258표로 나왔다. 애초 26표에서 23표로 표 차이가 줄었지만 대법원이 검증에서 판정을 보류한 투표지는 26장이 발견됐다. 

2016년 부평갑 국회의원 당선 무효소송의 대법원 검증조서 표지.

이에 따라 2차 재검표가 예상됐지만 문 후보는 23표 차이를 받아들였고 그의 패배는 그대로 확정됐다. 

이 검증에서 대량 인쇄 투표지로 의심된다는 당시 참관인의 증언도 있었지만 지문 감정 등 정밀 감식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더해 원고 측이 기표 방법이 유사하다며 동일인의 투표로 의심한 투표지가 24장 나왔고 투표지가 공개된 채 들어있는 봉투 2매도 발견됐다. 

이는 단 4건의 우편봉투가 개봉됐다는 이유로 우편투표 70만 표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간주해 대통령 선거를 무효로 선언한 2016년 7월 오스트리아 헌법재판소 결정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처럼 부정선거는 작은 의혹이라도 묵인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국가안보 침해 및 국민 참정권 침탈 등 피해의 보호법익이 너무 크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잇따르지만 대법원과 헌재가 대단히 부실한 검증 태도로 일관해 온 것은 구조적 한계 때문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승진 불이익에 부정선거 의혹에 ‘쉬쉬
선거는 사전과 사후 검증의 결괏값이 반드시 같아야 신뢰할 수 있지만 이런 원칙에서 벗어난 선거 재판들이 그동안 꾸준히 재현된 사실과도 맞물린다는 것이다. 4.15총선 이듬해 6월 대법원은 인천 연수을 선거구에서 무려 279표의 오차를 확인했다. 개표 때와 1년2개월 뒤 재검표 때 300표 가까이 차이가 난 사실만으로도 선거의 무결성이 훼손됐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투표인이 2000명이 채 안 되는 연수을 제6투표소에선 무려 1000장 이상의 일장기 투표지가 재검증 당시 발견돼 참관인들을 경악하게 했다. 인주를 사용해 기표한 듯 직인이 뭉개져 일장기 투표지로 불린다. 만년도장을 사용하는 투표소에는 인주가 없어 외부에서 인쇄한 뒤 반입된 부정 투표지라는 의혹이 짙었지만 천대엽 당시 재판장(대법관)은 무효를 선언하지 않았다. 천 전 대법관은 현재 대법원 행정처장을 맡고 있다. 

 원고 대리인 측이 같은 사람이 투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의를 제기한 투표지들. 검증조서 흑백사진 캡처


2016년 2차 재검증을 포기한 문 후보의 아내는 민유숙 전 대법관이다. 민 전 대법관은 남편이 선거에서 패배한 이듬해 대법관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문 후보의 불복과 민 전 부장판사의 대법관 임용 사이에 어떤 관련성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 민 전 부장판사는 대법관 시절 제기된 4.15 선거 소송에서 무수한 증거신청을 일괄 기각하고 변론을 종결함으로써 부정선거 의혹을 묵살했다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현직 법관이 선거관리위원장을 맡는 현행 제도가 선관위 잘못에 대한 사법부의 미온적인 판결을 야기한다는 우려도 점차 확산하고 있다. 

재경지법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관은 선거 때마다 비상임 선관위원장을 맡기 때문에 선관위의 잘못을 감찰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라며 “이런 환경에서 법관은 한두 표만 잘못돼도 승진의 불이익을 얻기 쉽고 그래서 부정선거 의혹을 외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검사는 수사를 잘하면 승진할 수 있지만 법관은 판결문 자체로는 평가가 불가능하다”고 귀띔했다. 그는 “재판의 독립이 헌법상 보장되기 때문에 어느 판결문이 더 우월하다고 따질 수 없는 이치”라며 “법관은 음주운전 등 품행에 문제가 있지 않는 한 사법연수원 졸업 성적으로 사실상 법관의 승진이 결정되기 때문에 선관위원장으로서 선거 감독을 잘못했다고 사법부 스스로 인정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견해를 밝혔다. 

검사를 지낸 권오용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중앙선관위원회를 대리한 이용훈 변호사(전 대법원장)가 투표지 분류기는 전자장치가 아니고 기계장치라는 판례를 얻어냈다”며 “이런 식으로 선거 재판을 해오며 판례를 만들어 온 대법원의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법관 자리에 오르기까지 부장판사 시절부터 비상임 시군구 선관위원장을 맡으며 (부정을) 용인하거나 묵인하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드는 구조”라며 “법원이 선관위의 잘못을 인정하기 쉽지 않아 판례가 쌓이고 이런 판례들을 근거로 부정선거가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된다”고 지적했다. 
허겸 기자kh@skyedaily.com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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