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간 종양 아틀라스 네트워크
2000여명 샘플 세포 연구 결과
유방암·대장암·췌장 암·신장암
자궁암·담관암 등 치료법 기대
인간의 종양 세포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3차원(3D) 지도가 완성됐다. 연구진은 3D 지도를 활용하면 종양과 면역 세포, 주변 세포 간의 상호 관계를 파악할 수 있어 새로운 암 치료법을 개발하는 등 항암 분야의 새 지평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연구진이 이끄는 공동 연구 그룹 ‘인간 종양 아틀라스 네트워크(HTAN)’는 31일 인간의 암 종양과 주변 세포를 3D로 구현하는 기술과 이를 활용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 등에 12편의 논문으로 공개했다. HTAN은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암연구소(NCI)의 지원으로 2018년 만들어진 미국 내 연구 컨소시엄으로, 미국 정부의 암 정복 프로젝트 ‘캔서 문샷’의 일환이다. 모든 인간 암세포의 구조 및 분자적 특징에 대한 3차원 지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연구에는 약 2000여 명에게서 채취한 유방암, 대장암, 췌장암, 신장암, 자궁암, 담관암 등 6개 종류 암의 수천개 샘플 세포가 활용됐다. 연구진은 이 세포들을 수천장의 고해상도 사진으로 촬영해 3D 지도를 완성했다. 이 과정에서 종양 세포와 이를 막는 면역 세포, 주변 지지 세포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했다.
이번에 발표된 논문들에는 종양의 3D 지도뿐 아니라 이를 활용해 새롭게 밝힌 사실들도 담겼다. 예를 들어 종양의 가장자리에서는 면역 세포 활동이 더 활발한 반면, 중심부에서는 종양의 대사 활동이 활발해 영양분을 많이 소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종양 주변에는 종양이 커지도록 하는 여러 돌연변이 세포들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이런 주변 세포들이 암 치료 때 내성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 연구진은 시간순으로 종양 세포를 3차원으로 촬영해 정상 세포가 어떻게 암세포로 변하는지 확인했다. 418개의 인간 대장 용종을 관측한 결과, 30% 이상의 용종이 단일 세포가 아닌 여러 세포 유형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대장암이 장 내벽의 단일 악성 세포에서 발생한다는 기존의 생각을 뒤집는 결과다. 이를 활용하면 조기 진단과 빠른 치료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연구진은 3D 촬영을 통해 종양 세포 주변에 면역 세포 활동이 활발한 ‘뜨거운 부위’와 면역 세포 활동이 거의 없는 ‘차가운 부위’를 구별해내기도 했다. 뜨거운 부위는 면역 항암 요법에 더 잘 반응하는 곳으로, 이런 차이를 알고 원인을 찾아내면 면역 항암 치료의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에 참여한 MIT 줄기세포 생물학자 오마르 일마즈는 “최선의 암 치료법은 예방”이라며 “다양한 세포 집단이 어떤 환경의 영향을 받는지, 그것이 종양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할 수 있다면 진단을 넘어서 예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효인 기자 조선일보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4-035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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