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아파트 보다 주택에 살고픈 마음 더 커
아파트 너무 많아 선택의 여지 없어
해도 너무한 ‘아파트 공화국’
지난해 국내에서 건설 인허가를 받은 주택의 88%가 아파트였다는 정부 통계가 최근 나왔다. 인구 5000만이 넘고, 세계 10대 경제 대국을 넘어 문화 강국으로 도약하는 나라에서 새롭게 짓는 주택 10채 중 9채가 아파트라는 사실을 숫자로 확인하니 충격적이었다.
국내엔 단독주택, 다세대·연립(빌라), 아파트 등 다양한 주택이 있다. 법적으로는 업무 시설이지만 오피스텔도 입지가 좋고 깔끔해 청년층이나 1인 가구가 주거용으로 선호한다. 그럼에도 아파트만 공급된다면 주거의 다양성은 무너지게 된다. 한강변을 따라 아파트만 빼곡히 들어서는 것은 도시 경쟁력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는 아파트에 대한 한국인들의 집착을 ‘아파트 공화국’으로 표현했다.
1970년대 이후 빠른 경제성장을 위해 좁은 땅에 많은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아파트 중심으로 주택을 공급한 것은 바람직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내부 평면이나 부대 시설 등 아파트의 질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하지만 아파트로 쏠리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1990년만 해도 전국 주택 중 아파트 비율은 23%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신 통계인 2022년 집계에선 64%로 거의 세 배가 됐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20~30년 후엔 국내에서 사람이 사는 지역엔 아파트만 남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아파트 공화국’은 단순히 획일성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달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 3.3㎡(1평)당 평균 가격은 1838만원이다. ‘국민 평형’으로 통하는 34평 아파트는 평균 6억원이 넘는다. 서울에선 14억원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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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수요자들이 원하는 형태의 주택을 충분하게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아파트에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파트를 살 여력이 없는 40% 가까운 국민은 집값이 오르는지 내리는지 관심 둘 여유조차 없다. 아파트 공화국이 더욱 공고해진다면 이들이 서민에서 빈민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런 파국을 막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다양한 형태의 주택을 공급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순우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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