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LS일렉트릭 1분기 수주잔고 32조 돌파
AI 데이터센터·노후 전력망 교체에 북미 초고압 변압기 수요 장기화
생산능력·납기 대응력이 시장 점유율 가를 변수로 떠올라
국내 전력기기 업계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과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를 타고 역대급 수주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 전력기기 3사의 1분기 수주잔고가 32조원을 넘어서면서 장기 실적 기반까지 탄탄하게 쌓았다는 평가다. 최근 주문이 생산능력을 웃도는 속도로 쌓이는 만큼, 향후 승부처는 수주 확보를 넘어 생산능력과 납기 대응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K-전력기기 빅3의 올해 1분기 말 합산 수주잔고는 32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27조5000억원 수준에서 한 분기 만에 5조원 안팎 늘어난 규모다.
기업별로는 HD현대일렉트릭이 1분기 2조6500억원 안팎을 신규 수주하며 단일 분기 기준 최대 수주 실적을 거뒀다. 이에 따라 수주잔고는 11조6000억원까지 불어났다. 빅3 중 가장 많은 수주잔고를 쌓은 곳은 효성중공업이다. 효성중공업의 수주잔고는 15조1000억원으로, 1분기 신규 수주만 4조1745억원에 달했다. LS일렉트릭 역시 1분기 신규 수주가 1조원대를 기록하며 수주잔고를 5조6425억원까지 늘렸다.
최근에는 전력기기가 ‘없어서 못 파는’ 품목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향후 승부처가 가격이나 품질보다 생산능력에 따라 갈릴 수 있다는 시각마저 제기된다. 수주잔고가 빠르게 쌓이는 만큼 적기 납품 대응력이 곧 실적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HD현대일렉트릭은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송전망 투자, 데이터센터 중심의 자가발전 수요가 겹치며 북미 전력기기 수요가 매우 강하다고 짚은 바 있다. 현재 회사는 미국 앨라배마주 북미 생산법인 부지에 약 2억달러를 투자해 초고압 변압기 2공장을 짓고 있다. 울산 변압기 공장 증설과 청주 배전기기 공장 신축도 진행 중이다.
다른 업체들도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창원과 미국 멤피스 공장 증설을 통해 차단기·변압기 생산시설 확충을 추진하며, 2028년까지 생산능력을 50% 이상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LS일렉트릭 역시 미국 유타 공장 확장에 나서며 현지 대응력을 키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노후 전력망 교체 주기가 맞물린 이번 호황은 단기 사이클을 넘어선 구조적 성장에 가깝다”면서 “공급자가 주도권을 쥔 시장인 만큼, 앞으로는 안정적인 생산 라인을 바탕으로 한 공급 대응력이 시장 점유율을 가를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해서 증설이 곧바로 공급 확대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대형 변압기는 숙련 인력 확보와 생산 안정화에 시간이 걸리고, 핵심 원자재·부품 공급도 병목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짚었다.
채선영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전력기기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과 제품군에서 공급 제약이 구조적으로 해소되기 어렵다”며 “타이트한 수급 환경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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