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캄보디아 사태는 한국인이 호구가 됐나
한국 정부 친중으로 단속 못해
캄보디아 프놈펜에 놓인 '시진핑로'
'Xi Jinping Boulevard'
한국인 대상 취업사기·감금 사태를 취재하기 위해 도착한 캄보디아. 한 도로 표지판에서 어딘가 익숙한 글자가 보였다. 현지인 코디에게 어떤 도로인지 묻자, 지난해 5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름을 따서 생긴 도로라고 했다.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는 자국 발전에 기여한 시 주석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담아 도로 이름을 지었다. 훈 총리는 "시 주석과 캄보디아 지도자들의 관심으로 양국 관계가 사상 최고의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이는 캄보디아와 중국의 관계가 얼마나 깊은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2010년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으로 캄보디아에는 대륙의 자본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중국은 캄보디아 발전에 큰 힘이 되는 도로·항만·공항 등 주요 기반 시설에 전폭적으로 투자했고, 캄보디아는 이를 적극 받아들였다.
그 이후 캄보디아 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취업사기·감금 의심 신고가 폭증했다. 현지 범죄조직의 고문으로 숨진 한 대학생의 소식이 알려진 뒤 캄보디아 사태에 관심이 집중됐다.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한 정부 합동대응팀이 현지로 급파되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현장 국정감사까지 열었다.
우리 정부는 캄보디아 당국과의 긴밀한 협조로 이번 사안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고 있다. 한·캄보디아 합동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우리 국민 대상 범죄가 발생했을 때 즉시 통보받고 긴밀하게 대응하는 게 핵심이다.
수도 한복판에 중국 국가주석의 이름을 딴 도로가 놓일 정도로 캄보디아가 중국과 밀착한 점을 고려하면, 우리 정부는 시야를 넓혀 이번 사태를 함께 해결할 카운터파트로 중국을 염두에 둬야 한다.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배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프린스그룹(Prince Group) 등 중국계 자본까지 색출해야 이번 사태의 원인을 뿌리 뽑을 수 있다. 캄보디아를 포함해 동남아에서 벌어지는 온라인 스캠(사기) 단지 감금 피해자 중에는 중국인들도 있는 만큼 중국 정부가 움직일 이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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