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지의 고향은 좌익들의 성지 광주광역시
트위터 ‘nirvana0415’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 이재명 대통령과 처음 만난 것은 1998년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통령이 1994년 만들어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한 ‘성남시민모임(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 간사로 일하면서다.
이 대통령은 일 잘하는 사람을 ‘콕 집어’ 발탁하는 성향이었다. 지역 케이블방송 기자였던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을 성남시 대변인으로 인선한 것이 대표적 사례인데, 원조는 김 실장이었다. 20대에 지나지 않던 ‘활동가’ 김 실장은 3년 만인 2001년 사무국장으로 고속승진했다. 끝내 정치에 투신한 이 대통령의 살림꾼으로 운명을 함께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이때의 행적은 알려진 것이 거의 없었다.
트위터 ‘nirvana0415’와 같은 인물?
김 실장이 그 시절 사용했던 닉네임에는 대부분 ‘너바나(nirvana)’란 단어가 들어갔던 것으로 추정된다. 성남시민모임 홈페이지의 ‘너바나’가 김 실장임을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홈페이지가 개설된 후 일곱 번째로 올라온 게시물이 너바나가 작성한 것이었는데, 제목은 이랬다.
“안녕하세요? 사무국 현지입니다.” (2000년 3월 4일)
해당 닉네임이 사용하는 이메일(sn******@ch******.net)은 ‘사무국’ 이름으로 올라오는 이메일과 같았다. 김 실장이 사무국 소속이었고 사무국장을 해서 가능한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닉네임 ‘너바나’는 그대로 쓴 채 다른 이메일 계정(ho**@ji***.net)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이는 개인 이메일로 추정된다. 해당 계정으로 올라온 게시물에도 이런 내용이 있다.
“원래 녹지부지였던 곳에 공원을 조성해보겠다고 시도된 오늘의 식목행사는 참 처절했습니다. (중략) 우연하게도 저랑 이름이 똑같은 은행동에 사는 초등학생 꼬마아이를 만났습니다. 그래서 함께 나무를 심고, 이름표를 달았습니다. 이름표에는 ‘김현지’라고 함께 썼구요.”(2000년 4월 5일)
이 밖에 아예 ‘김현지’라는 닉네임, 김 실장 이름의 마지막 글자를 딴 것으로 보이는 ‘池(지)’라는 닉네임도 앞선 메일주소를 공유한 계정임을 확인할 수 있고, 글에도 작성자가 사무국 인물임을 밝히고 있다. 모두 김 실장이 썼다고 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한편 김 실장이 X(구 트위터)에서 사용하던 아이디가 ‘nirvana0415’라는 추정이 있는데, 시민모임 홈페이지에서 김 실장은 이처럼 유사한 닉네임을 쓰고 있다. 대통령과 성남시장 시절 업무를 논의하는 메시지를 주고받은 흔적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김 실장의 것이라며 공개한 등기부등본 자료를 보면, 김 실장의 생일은 4월 15일이다.
“몇 주 전 고향 광주에 어버이날이어서 내려갔더니 아는 선배네 리서치(여론조사 업체로 추정)에서 광주 북구청이 부탁한 설문을 준비 중이더라고요.” (2000년 5월 15일)
김 실장의 출신도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었는데, 김 실장은 홈페이지에 고향이 광주라고 적었다. 이것은 지금까지의 추정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 지난 6월 12일 광주일보가 김 실장의 고향이 전남 담양이라고 보도했고, 10월 2일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김 실장이) 광주에서 고등학교 나오고 담양 출신”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일요일, 정말 오래간만에 종로에 갔었습니다. 학교 다닐 적 누비던 거리의 향수란…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뭐야, 향수에 젖어 길거리 노점상들이 펼쳐놓은 물건들을 구경하며 거닐던 중 내 눈앞을 가로막는 저 건물 (중략) 그게 바로 ‘밀레니엄 타워’라나 뭐라나. 그 안에 국세청이 자리 잡고 있다나? 아마도 그 건물은 삼성에서 지은 모양이에요. (중략) 삼성에게 세금을 물리는 국세청과 국세청의 건물을 지어준 삼성의 관계란…” (2000년 3월 14일)
‘학교’를 서울 종로에서 나왔다는 언급도 있다. 김 실장은 상명대학교 경제학과 93학번으로 알려져 있다. 박원석 전 정의당 국회의원도 “1998년 이재명 변호사에게 갓 대학을 졸업한 김현지를 소개해줬고, 상명여대 93학번으로 1998년 2월에 졸업했다”고 말한 바 있다. 1996년 공학으로 전환된 상명대는 종로구에 소재한 대학이다. 김 실장은 운동권 계파 가운데 박주민 민주당 의원 등이 속해 있던 ‘21세기’ 출신이었다. 흔히 알려진 운동권 우파 ‘경기동부’와는 거리가 있는 계열인데, 역시 경기동부와 척을 진 범좌파 계열 인물인 박원석 전 의원이 김 실장을 알게 된 것도 여기서 추론해볼 수 있다.
“네트로폴리탄 유니버서티라구요… 사이버 공간에 대학이 올해 생겼답니다.” (2000년 4월 7일)
김 실장이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등이 출강한 사이버 인문대학에 등록했다는 기록도 있는데, 해당 ‘네트로폴리탄 대학’을 운영하던 것은 황인욱씨와 윤석양씨다. 황씨는 1992년 남파간첩 이선실이 주도한 남한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으로 구속됐다 1998년 특사로 풀려난 인물, 윤씨는 1990년 보안사령부의 민간인 사찰을 군복무 시절 폭로한 인물이다.
“김현지 간사님, 저도 자본주의가 판치는 이 세상이 싫어요.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극 지지하구요. 소득격차가 벌어지는 이 사회구조가 너무 싫어요. (중략) 하지만 어제는 김 간사님이 너무 저돌적으로 말씀을 하셔서 평소와 조금 달라 보였습니다. 제 기본은 무슨 일에서건 불평등한 건 너무 싫거든요.” (2000년 5월 9일 15시 09분, 시민모임 내 다른 활동가의 글)
“제 모습에 당황스러워하는 게 더 당황스럽답니다. 저, 원래 좀 저돌적이거든요. hohoho 좀 무식하게 과격한 편인데요…” (2000년 5월 9일 16시 16분, 김현지 실장의 답)
한편 김 실장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글도 있었다.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가 된 이후 김 실장은 도청 비서관으로 발탁됐고, 계양을 재보선에서 당선된 이후엔 의원실 보좌관이 됐다. 이때부터 김 실장의 업무 스타일이 과격한 편이라는 증언이 흘러나왔다. 이와 관련된 별명도 여럿이다. ‘경기도청 노사연’ ‘오함마’ ‘제초제’. 사연을 봐주지 않고 혼쭐을 내는 군기반장으로, 좋게 말하면 여장부라는 것이다. 성남시의원과 성남 지역 경기도의원을 지낸 이기인 개혁신당 사무총장은 “말이 유려한 편은 아니고, 말실수가 잦다”며 김 실장이 비교적 ‘거칠다’는 것을 시사했다.
“제가 올렸던 박노해의 ‘감동을 위하여’는 삭제합니다. 이유는 묻지 마세요. 그냥 확 지워버리고 싶어서니까…” (2000년 6월 1일)
‘노동의 새벽’으로 유명한 박노해(본명 박기평) 시인에 환멸을 느끼는 듯한 글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유는 금방 추측할 수 있었는데, 김 실장이 글을 올린 시점은 이른바 ‘새천년 NHK’ 사건이 비화됐을 때다. 송영길 당시 국회의원 당선자 등 민주당 정치인들이 2000년 5월 17일 광주 민주화운동 전야제에 참석한 뒤 단란주점에서 접대부을 끼고 술을 마셔 파문이 일었다. 박 시인은 바로 이 자리에 참석한 인물 중 하나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흔적
“이순웅 팀장님. 우리집 관리하랴, 실대위 일하랴, 힘드시지요? 그래도 어쩝니까? 부탁 하나 합시다. 초짜 입장에서 글쓰기 항목이 일단 선택된 문서로 들어가야 나타나게 되어 있는데… 목록 위나 아래에 곧바로 나타나게 하면 어떨지?” (2000년 4월 9일)”
“방명록에 보니까 손님이 와 있네요. 한 사람도 소중한 것이니 정성을 다해 얼른 답해 주면 좋겠네요.” (2000년 5월 16일)
“회원안내란에 보니, 아직 가입안내도 절차도 없군요. 어려운 줄은 알지만 사이버팀에서 회원가입절차를 안내해 주고요.” (2000년 6월 13일)
이 대통령은 시민모임에서 1995년부터 2001년까지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닉네임 ‘이재명’을 쓰는 인물이 여러 업무 지시를 하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 김 실장이 ‘사무국에서 연락했다’는 등 대답하는 모습도 보인다.
시기를 10년 이상 뛰어넘은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시절, 앞에서 언급한 X의 ‘nirvana0415’ 계정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김 실장으로 추정되는 해당 인물이 이 대통령에게 “시청 여자화장실엔 어린이용 변기가 있는데 남자화장실엔 어린이용 변기가 왜 없느냐”고 묻자, 이 대통령은 “네 검토해보세요”라고 답한다. 2012년에는 이 대통령이 “생일 축하한다”는 트윗을 보내기도 한다. 이렇게 공개된 온라인 자리에서 업무를 지시하는 이 대통령의 스타일은 최근에도 김민석 국무총리와의 X 등에서 보이는 일관된 것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01년 이 대통령은 집행위원장을 그만둔 뒤 바깥에서 백궁지구, 성남의료원 등 성남시 내부 의제를 다루고, 시민모임과 김 실장은 지원사격 역할을 한다. 이 두 ‘투쟁’이 지금까지도 성남시민모임의 대표적 성과다.
2002년 한국토지공사(지금의 LH)의 백궁정자지구 용도변경과 직원들의 토지 매입 시점이 비슷해 논란이 일었다. 이 대통령은 이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고, 바로 이때 취재를 같이 기획한 KBS PD와 함께 검사를 사칭해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과 통화해 녹음한 것을 폭로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공무원 사칭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자, 김 실장은 이를 규탄하는 민변의 성명을 시민모임 게시판에 공유한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2006년에도 여전히 사무국장이던 김 실장이 당시 의혹에 대해 언론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언론에 모습이 공개된 몇 안 되는 경우다.
반미 시위 홍보… 경기동부가 글 쓰기도
김 실장이 사무국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성남시민모임은 정치적 이슈에도 의견을 적극적으로 냈다. 특히 2002년 주한미군 장갑차에 여중학생들이 깔려 숨지는 일(이른바 효순·미선 사건)이 발생하자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 성남시민대책회의’에 결합한다. 시민모임 홈페이지에서 ‘살인미군 처벌, 부시 직접사과’ 등을 주장하며 성남시에서 열리는 범국민대회와 서울시청 앞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 실장은 이후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이라크 파병이 화두가 되자,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파병 반대 서명을 요청하고 앞선 ‘여중생대책회의’ 명의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파병안 통과 전후로 진보단체들이 연 반미 집회를 직접 홍보하기도 했다. ‘3·1 민족자주 반전평화 실현 촛불대행진’ ‘4월 3일 반전평화를 위한 비상국민회의’ 등이다. 2004년에는 이라크 추가파병과 한·미FTA 국회 비준에 반대하는 집회에도 결합했다. 이 밖에 2004년에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모임 집행위원의 글이 실리기도 했다.
홈페이지에는 관련 시민단체들이 게시판에 찾아와 연대를 촉구하는 글도 적지 않게 실렸다. 특히 ‘경기동부연합’ 닉네임으로 쓰인 글도 적지 않았다. 시민모임 홈페이지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경기동부연합은 ‘민주주의 민족통일 전국연합(전국연합)’의 지역조직으로, 통합진보당 사태의 핵심인 이석기 전 의원의 ‘경기동부’와 엄밀히 말하면 다른 조직이다. 다만 인적 네트워크가 겹치고 NL(친북)이라는 정치적 견해가 겹쳐 뭉뚱그려 일컬어진다.
김 실장의 운동권 계보는 경기동부와 거리가 멀지만, 세력이 없던 이 대통령과 김 실장이 성남 진보단체를 장악한 경기동부의 조직적 협조를 구했을 가능성은 있다.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시절에는 경기동부 출신이 운영하는 청소업체 ‘나눔환경’에 선정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출처 : 주간조선(http://weekl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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