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내 고용 5대 산업 중 하나인 건설업이 급격한 구조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굴지의 대형 건설사들마저 인력을 대폭 줄이고 있다. 공사비 폭등과 PF 경색에 중대재해법 등 안전 규제까지 겹치면서, 건설사는 인건비 절감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본사 직원뿐 아니라 협력업체, 하청, 중소 건설사, 나아가 자재·장비 공급업체 등 연관 산업 전반에 위기는 확산된다. 건설업의 '일자리 보고(寶庫)'라는 위상마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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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회사에서 현장 관련 업무에 본사 직원들을 동원하면서, 현장과 관련도가 매우 낮은 직렬의 직원들까지 동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건설업계 내에서 자리를 옮기는 것이 더 용이하겠지만, 직무와 본인의 능력 여하에 따라 아예 다른 업계로 옮기는 직원들도 최근 여럿 눈에 띕니다"
시공능력평가 10위 내 대형 건설사에 재직 중인 30대 직원의 언급이다. 건설경기 부진과 원가 상승, 산업재해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업계 불확실성이 커진다. 일부 대형사들은 성과급 지급조차 어렵다. 이에 업종 내에서 다른 회사로 옮기거나 아예 건설업계를 떠나려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투자는 여전히 부진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지난 9일 발표한 '2025년 9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7월 누적공사비지급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2% 줄어들어 전월(-12.1%)보다 감소 폭이 늘었다. 주거용과 비주거용이 모두 부진해 건축 부문(-16.4%) 감소 폭이 확대됐고, 토목 부문(-6.4%)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 6월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역(逆)성장 탈출을 위한 적극적 경기 활성화 노력 시급-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 경제주평 보고서도 건설업 불황 장기화를 전망했다. 보고서는 "2024년 연간 기준으로 건설투자의 약 73%에 달하는 건축 부문의 경우 그 선행지표인 허가와 착공 규모가 급감해 있어 건설 경기 침체는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건설업계에선 기업들의 인력 감축 분위기에 더해 스스로 회사나 업계를 떠나려는 '엑소더스' 분위기도 확산한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업체에서 인력이 각각 3~10% 수준으로 줄어든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건설업계의 인력 감소 기조는 특히 현장에서 더 큰 불편함과 안전 문제로 돌아온다. 업계 전반적으로 숙련된 인력이 회사를 떠나면 해당 직무를 비숙련 외국인이나 고령자가 대체한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총 11만7626명으로 전체의 16.2%를 차지했다. 2020년 3월 7만7047명이었는데, 4년여 만에 52% 증가한 것이다. 이미 현장에선 중국어를 비롯해 다른 언어가 들리는 경우가 많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도 불거진다.
숙련 인력의 이탈과 신규 인력 부족이 맞물릴 경우 건설업 고용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달 발간한 '건설 2040 Outlook : 미래 건설산업의 변화와 전망' 보고서를 통해 "건설산업 인력 수급과 이미지 문제는 심각한 수준으로, 3D 업종이라는 부정적 인식으로 청년층의 신규 진입이 현저히 줄고 있다"며 "숙련 인력의 고령화로 산업 내 인력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부족한 인력을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장기적 인력 안정성과 산업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홍재영, 김평화, 김지영 기자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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