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재판을 중지해주면 사법부를 봐줄 것으로 안 어리석음
전두환 전 대통령을 경박하고 추한 악마로 묘사하는 ‘서울의 봄’을 작년 계엄 이후 거의 매일, 또 바로 이 저녁에도 송출하는 채널이 내가 사는 지역 HCN의 Screen채널이다.
긴 여름까지 떠나는 서울에 아직도 봄, 봄을 떠드는 건 이 영화로 윤석열 대통령 계엄권 발동을 시청자들이 5.17 사태와 동일시하는 착시를 유도하려는 것이다.
국내 정국 키워드는 "내란"이 되어 있다.
그러나 국가 내부에서 국가 기본 질서 붕괴를 시도한다는 '내란'의 정의에 가장 적합한 주체는 이재명 대통령이고, 지금 파괴 주(主)대상은 사법부다.
민주공화국 대통령이 사법부는 선출된 권력이 아니라는 이유로 입법부나 행정부보다 하위라고 떠든 무식함을 혹 타국 지도자들이 알까 두렵다.
법사위원장(추미애)은 "대법원장이 내란범을 옹호한다"며 조희대의 사퇴를 요구한다. '내란재판부'는 글자 그대로 '혁명재판소'다. 대법원의 일손을 도와주자는 것이 아니라 결국 대법원 판사들도 혁명 단두대에 세우겠다는 것이다.
건국 이래 입법부는 수없이 뒤집혀졌고, 대통령은 최고권력자와 범죄인을 오가는 굴곡을 겪으며 처음에는 민주화로, 민주화의 거짓과 위험을 확인한 후에는 자유화를 주목하는 거친 여정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사법부만은 정치권력이 원하는 바를 재판판결문으로 변환해 읽어주는 역할에 거의 변함없이 고착되어 있었고, 이 역할을 누리다 퇴직해도 소위 '50억 클럽' 예에서 보듯 특권을 이어가는 패턴은 견고했다. 그러나 세상이 뒤집혔고 또 뒤집히는 중이다.
이재명 재판을 중지해주면 사법부를 봐줄 것으로 안 어리석음이여. 이런 수준이니 이재명 대통령이 속으로 얼마나 우습고도 추하게 보았기에 '혁명재판소'를 들고 나오며, 사법부를 입법-행정부보다 낮춰보게 되었을까.
중국 천안문 사태 사진 중, 법복 입은 중국 판사들이 '법치' 플래카드를 들고 데모하는 장면이 강렬했다.
한국 법관들이여, 이제 당신들도 스스로 부당한 정치권력에 맞서 판결로, 데모로, 몸으로 싸워 봐라. 언제까지 남의 피와 투쟁에 무임승차하여 안전한 사법관료로 처세하며, 건국-발전-민주화-자유화의 열매만 누리려 하나. 나라 바로 세우는 투쟁 여정에 법관들은 어찌 그리 잘 면제되어 있었던가.
부당하게 중단된 재판들도 재개하고 사법부 독립 지키려다 감옥에도 가보고 궁핍하기도 해보고 끝내 여의치 못하면 순교도 해봐라.
[최보식의언론=김행범 부산대 명예교수]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