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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보행자용 방어 울타리 개선" l "아빠 생각 많이 했어요...가슴 미어져" At least nine killed in Seoul as car ploughs into crowd


시청역 사고서 나뒹군 가드레일…보행자 안전대책은
5년새 보행 교통사고 19만3천여건…인도 돌진 사고도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로 보행자 안전 대책을 재정비해야 하는 것 아니내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고에서 희생자들은 모두 철제 방호울타리(가드레일)가 길게 쳐져 있는 인도에 서 있다가 변을 당했는데, 이 가드레일이 사실상 차도와 보도를 구분하는 역할을 할 뿐 보행자를 보호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1일 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 인도에 사고 여파로 파편이 흩어져 있다. 경찰 관계자는 "70대 남성 운전자가 신호 대기하는 보행자들을 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상황 파악 중으로, 사상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24.7.1 dwise@yna.co.kr

지난 1일 시청역 인근 사고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가해 차량은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인도를 집어삼켰다. 늦은 퇴근길 거리를 걷던 시민들은 등 뒤에서 시속 100km 가까운 역주행 차량이 덮친다는 인식조차 못 한 채 목숨을 잃었다.


인도에는 철제 가드레일이 설치돼 있었지만, 충돌과 함께 뿌리째 뽑혀 나뒹굴어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시청역 인근 직장인 공모(33)씨는 "매일 걷던 곳에서 사고가 나 온몸에 털이 쭈뼛 선다"며 "이후 인도를 걸을 때도 차도를 한 번씩 살피게 된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운행 중인 차량이 인도를 덮쳐 인명피해를 내는 사고는 자주 발생한다.

3일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 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보행자 교통사고'는 19만3천883건 발생했다. 사망자와 부상자는 각각 5천232명과 19만6천127명에 달한다.

지난 3월 11일 부산 사하구에서는 도로에서 발생한 3중 추돌 사고의 여파로 차량 2대가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 1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1일 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 인도에 설치된 분리대가 완전히 파괴되어 있다. 경찰 관계자는 "70대 남성 운전자가 신호 대기하는 보행자들을 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상황 파악 중으로, 사상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24.7.1 dwise@yna.co.kr

지난해 4월 대전에서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인도를 걷던 배승아(9)양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했다.

2021년 9월에는 80대 운전자가 몰던 택시가 부산역 대합실 연결 승강기 앞 버스 전용 승강장 안전난간을 들이받은 뒤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 2명을 쳤다.

이에 시내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가드레일의 안정성을 제고해야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설치된 가드레일은 도보와 도로를 구분하고 보행자의 무단 횡단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돼 차량의 충격을 전제하지 않고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봉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구조연구본부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한국방재안전학회에 게재한 '어린이보호구역 내 보도 안전시설(방호울타리) 설치 현황 및 개선 방안'에서 "차량 방호성능이 고려되지 않은 방호울타리는 방호란 단어를 제외해 안전시설의 기능을 명확히 표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 수석연구원은 또 "보도에 설치하는 방호울타리 종류를 보도용, 어린이보호구역용, 도로 횡단 방지용, 난간 등으로 세분화해 차량 방호성능이 고려된 방호울타리와 보도 이탈 방지를 위한 울타리·난간으로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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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울시도 가드레일 안전성을 강화를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이번 사고로 희생된 시청 청사운영팀장 김모(52)씨의 빈소에서 "사고 현장에 가보니 가드레일이 많이 손상됐다"며 "어떤 점을 보완해야 불측의 교통사고 발생 시 인명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을지 점검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다만 더 튼튼한 가드레일을 설치한다 해도 차량이 돌진할 경우 보행자를 온전히 보호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시 관계자는 "보행자용 방어 울타리 개선 방안 검토를 시작했다"면서 "현실적인 한계가 있으나 안전성을 더 높이는 방안이 무엇이 있을지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수연 박형빈 정윤주 기자 binzz@yna.co.kr


"아빠 생각 많이 했어요...가슴 미어져"

지난 1일 15명의 사상자가 나온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교통사고 추모 공간에 남긴 한 고등학생의 쪽지가 시민들을 울리고 있다. 이 학생은 사망자 대부분이 ‘아빠와 비슷한 나이대의 분들’이라며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렸다.

지난 2일 시청역 사고현장 인근에는 ‘근처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고 밝힌 이가 남긴 쪽지가 도로 가드레일에 붙었다.


연습장을 뜯어 남긴 이 쪽지는 쏟아진 비로 인해 군데군데 물에 젖은 상태로, 쪽지 아래쪽엔 흰 꽃도 함께 놓였다.

작성자는 또박또박한 손글씨로 써내려 간 쪽지에 “어쩌면 퇴근 후 밥 한 끼 먹고 돌아가고 있던 그 길에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유명을 달리한 9명의 명복을 빈다”고 적었다.

이어 “어제 집으로 돌아가면서 아빠 생각을 많이 했다”며 “아빠와 비슷한 나이대의 분들이 차마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아침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처음으로 아침부터 1시간 반 거리를 운전해 학교에 데려다주신 아빠께 감사 인사를 할 기회를 마련해 주심에 감사드린다”며 “그곳에서는 여기서 못 누렸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고 사시길 바라며, 유가족분들도 평화와 안심이 가득하길 바란다”고 했다.

[전문]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4/07/03/L2DAHIJE7VEUPELWJTFRNE3XX4

At least nine killed in Seoul as car ploughs into crowd
https://www.bbc.com/news/articles/cn08lqg0jl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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