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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산업 자원 패권 다툼 치열한데 한국은 도대체 뭐하나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패권 다툼이 심화하며 주요국들의 구리, 리튬, 니켈 등 자원 관련 투자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지만, 한국의 투자는 지난 10년간 제자리 걸음에 그치고 있다. 자원 확보 경쟁에서는 물론 자칫 반도체부터 배터리,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산업과 탄소중립과 친환경 전환 등 기후변화 대응에서도 뒤처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민간 주도의 자원 개발 정책의 한계를 인정하고 정부와 공기업이 마중물 역할을 하는 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IEA “탄소중립 위해선 8000억달러 광업 투자 필요”

8일 국제에너지기구(IEA) 집계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광산기업의 비철금속 관련 투자 총액은 2016년 약 220억달러에서 2023년 500억달러(약 69조원)로 7년 새 2.3배 증가했다. 특히 2022년엔 전년대비 30% 늘어났고, 2023년엔 10% 증가하며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첨단 산업 패권 경쟁으로 핵심광물이 무기화하며 주요국들의 자원 확보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등에 필수로 쓰이는 희토류와 리튬, 구리 등의 경우 생산지는 제한적이지만 수요가 급증해 향후에도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IEA는 최근 발간한 ‘글로벌 핵심광물 전망 2025’에서 “대부분 광물이 최대 공급국을 빼면 심각한 공급 부족 상황”이라며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2040년까지 광업 부문에 약 8000억달러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라고 추산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0여년째 이어지는 자원정책 실패 ‘트라우마’

반면 같은 기간 한국 기업의 해외 자원개발 투자액은 5억 9500만달러에서 6억 4300만달러로 사실상 현상 유지 상태다. 그나마 2020년 2억 7300만달러까지 쪼그라들었던 투자액을 최근 회복한 수치다.

자원 개발 정책의 실패 후 소극적인 정책이 이어진 결과다. 한국도 지난 2013년에는 현재의 4배에 이르는 24억 3000만달러를 투자했으나 이듬해 자원 개발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불거지며 그 규모가 대폭 축소됐고, 10년 넘게 그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이후 자원과 관련한 공급망 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자원개발 정책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핵심광물 비축 확대 등과 같은 일시적인 대책이 마련됐을 뿐 장기적인 정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미국은 철강, 알루미늄 같은 각종 원재료를 타깃으로 고관세를 부과하고, 우크라이나의 풍부한 자원 개발권을 노리는데 우리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라며 “핵심광물 개발이나 공급망 다변화에 위기의식을 못 느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5년마다 발표하는 10개년 자원개발기본계획을 통해 민간 주도의 자원개발이란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제시하며 돌파구를 찾고자 했으나 이마저도 효과를 내지 못했다. 연 8억달러에 육박했던 자원 공기업 투자를 1억달러 안팎으로 줄이며 민간 투자도 함께 감소했기 때문이다.

또한 민간의 경우 사업에 필요한 광물 등을 중심으로 단기 투자에 그치는 것을 반복, 국가 차원에서 전략 광물 등을 장기간 개발하는 사업을 확보하는 사례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미국이 국방부와 에너지부 등을 통해 광물 기업의 해외 자원개발을 지원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높은 위험을 안고 큰 자본을 긴 시간 투자해야 하는 산업 특성상 민간 홀로 참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민간은 니켈이나 리튬 등 당장 필요한 광물에 단기 투자만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꼬브레 파나마 구리광산. 한국광해광업공단이 2009년 지분 10%를 투자해 참여한 후 2019년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세계적 구리 광산이지만 현지와 환경단체의 반발로 2023년부터 생산이 중단된 채 법적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사진=FQM)

“민간 만으론 감당 어려운 초국가적 자원경쟁 시대”

전문가들은 자원이 무기화되고 보호주의가 격화하는 시대인 만큼 정부와 공기업 등이 다시 자원개발 플랫폼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방법 중 하나로 손꼽히는 것이 정부 차원에서 부존자원이 많은 개발도상국과의 협력을 위한 공적개발원조(ODA)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달 내년 예산을 편성하며 ODA 예산(2조 2000억원)을 전년 대비 22% 줄였으나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우리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ODA를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발언한 만큼 전략적인 재정 지원이 이어질 수 있다.

한편에서는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있는 한국광해광업공단이나 한국가스공사(036460), 한국석유공사 등 자원 공기업에 대규모 추가 출자 등을 단행해 최소한의 활동 여건을 만든 후, 비용이 적게 드는 탐사 사업이나 안정적인 글로벌 자원 프로젝트에 소규모 지분투자부터 단계적으로 펼쳐나갈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가 자원개발 정책 대신 주력하고 있는 핵심자원 비축 정책 역시 효율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광물 중 일부는 기획재정부의 외청인 조달청이, 다른 일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 광해광업공단이 맡는 등 수행 기관이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 조직 개편에 따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신설되면서 재생에너지 공급망 점검·비축 역할을 맡은 한국에너지공단도 신설 부처 산하로 이관될 예정이다.

정부는 올 2월부터 시행한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에 따라 내년부터 5년에 한 번 자원안보기본계획도 수립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점”이라며 “핵심광물 비축 기관은 전문성이 있는 광해광업공단 등으로 일원화하고 한 곳이 책임을 지고 충분히 확보·비축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형욱 정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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