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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으로 가는 길...북 주민 유일 외부 통로 대북 방송, 50년 만에 꺼졌다



친중 조중동의 기여

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데

[사설]

국가정보원이 최근 대북 라디오·TV 방송을 모두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의 대북 방송은 자체 설비로 한다. 라디오는 북한 전역, TV는 신의주~원산 권역에 닿는다고 한다. 미군 방송을 1970년대 이어받은 이후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때도 중단된 적이 없다. 방송 시간 단축과 내용 조정 정도만 있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대북 확성기 중지와 대북 전단 단속에 이어 국정원의 대북 방송까지 꺼버린 것이다.


북한이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에 호응해 대남 소음 방송을 멈춘 것으로 보이는 12일 인천 강화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개풍군 일대가 고요하다./연합뉴스

탈북민 상당수는 저마다 대북 방송의 추억을 갖고 있다. 대북 방송을 통한 대한민국의 발전상과 자유세계의 소식에 눈이 열렸고 ‘인권’과 ‘자유’라는 말도 그 뜻을 알게 됐다. 대북 방송을 몰래 듣다가 수용소로 끌려가는 위험을 무릅쓰고도 방송을 놓지 못했다. 북 주민에게 외부 정보와 진실은 그만큼 절실했다. 확성기 방송과 전단이 사라진 지금 북 주민이 외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대북 방송이었다. 국정원이 대북 방송마저 중단하면 북 주민은 무엇으로 외부의 소식을 듣고 진실을 알 수 있겠나.

한 탈북민은 북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대북 방송을 들었고 탈출에 성공한 뒤 대북 방송을 한 분을 은인이라며 찾아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김씨 왕조에 대한 비판보다는 세상을 보여주는 사람 사는 이야기, 연속극, 심지어는 일기예보 같은 것에 더 마음이 끌렸다고 한다. 한국 드라마 요약본만 보고서도 자신들이 속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김정은은 2020년 말 주민들에게 번지는 한류를 막으려고 ‘반동사상배격법’을 만들었다. 한국 드라마를 보거나 퍼뜨리면 감옥에 보내고 죽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 때부터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이란 이름을 쓰며 외국처럼 만들려 했다. 북 주민의 탈출을 막고 외부 정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북·중 국경 1400km를 전부 철조망으로 막고 지뢰를 설치하기도 했다. 대북 방송마저 꺼지면 북 주민에 비치던 한 줄기 작은 빛마저 사라진다.

노무현 정부 때 북은 대북 방송 중단을 요구해왔다. 당시 국정원은 대북 방송이 평화 통일이란 헌법 책무를 이행하고 북 내부 변화를 실질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며 중단을 막았다. 지금 북 주민이 처한 현실은 20년 전보다 대북 방송이 더 필요하다.

새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북에 선물을 계속 주고 있다. 이제는 북한 주민의 유일 외부 통로까지 차단해 김정은을 돕고 있다. 이것으로 북 주민들에게 큰 죄를 짓고 있다는 사실은 알아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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