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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 "계엄은 통치행위"


인권위의 '윤석열 방어권 보장 안건' 최종 결정문
尹측 주장과 유사…"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 행위"

"野, 탄핵소추 권한남용"…계엄 선포 정당화해
검찰·법원 등에 "불구속 원칙 유념하라" 권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안건을 수정의결한 가운데 최종 결정문에 "비상계엄 선포는 고도의 통치행위"라는 판단과 함께 "이를 불법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도 담았다. 사실상 윤 대통령 측 주장을 그대로 읊은 것이다.

17일 CBS노컷뉴스와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실이 확보한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관련 인권침해 방지 대책 권고 및 의견표명' 최종 결정문에서 인권위는 "비상계엄은 고도의 정치적·군사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통치행위에 속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열린 2차 전원위원회에서 안건을 심의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와 수사기관에 대한 의견 표명·권고 내용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인권위는 헌재소장에게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심리 시 형사소송에 준하는 엄격한 증거조사 실시 등 적법절차 원칙을 준수할 것을 의견표명 방식으로 요구했고, 법원과 수사기관에는 계엄 선포 관련 피고인과 피의자들에 대한 불구속 재판·수사 원칙을 유념할 것을 각각 의견표명·권고했다.

인권위는 최종결정문에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을 그대로 적었다. 인권위는 "(대통령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받고 신속하게 계엄을 해제함으로써 계엄이 단시간 동안 지속되는 데 그쳤고, 다른 국가기관의 권한 행사를 불가능하게 만든 것은 전혀 없으므로 불법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고 밝혔다.

이는 '계엄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윤 대통령 측의 주장과 비슷한 해석이다.

인권위는 또 비상계엄 선포의 주요 원인을 '야당의 탄핵 남발'로 규정하는 취지의 내용도 최종결정문에 담았다.

인권위는 야당의 탄핵 남발 행위를 언급하며 "형법 91조는 국헌문란에 대해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당의 탄핵 행위가 국헌문란이라는 것이다

이어 "국회의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이 그 숫자의 힘을 동원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그 의결에 나아가는 것은 피소추자인 국가기관을 외포시키는 강압의 행사라고 볼 수 있고, 그러한 강압의 행사로 국가기관의 권한행사를 정지시키는 것은 '강압에 의해 국가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주장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최종 결정문에 헌법재판소의 신뢰성을 흔드는 논란의 주장들도 담았다. 결정문에는 "국민의 50% 가까이가 헌법재판소를 믿지 못한다는 여론조사도 있다"며 "이런 불신은 헌법재판소 결정이 갈등과 혼란의 종식이 아니라 이를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작동할 수 있고 새로운 인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적시됐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이번 인권위의 '윤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안'은 거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해당 안건은 두 차례 상정이 연기됐다가 지난 10일 가까스로 가결됐다. 헌법재판관 출신 안창호 위원장을 포함한 강정혜·김용원·이충상·이한별·한석훈 위원 등 6명이 찬성했고, 김용직·남규선·소라미·원민경 위원 등 4명은 반대했다.

남규선 상임위원과 원민경·소라미 위원은 '반대의견'을 내고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 권력의 최정점에 있으며, 실제로 이를 통해 그간 검찰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 경호처 직원 등을 동원해 수차례 체포영장에 불응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오히려 정당한 법 집행을 방해하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인권 보호'에 피권고기관들이 소홀히 해 왔다는 다수의견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용직 위원도 '반대의견'을 통해 "(안건 찬성 위원들이) 계엄 자체에는 찬성하지 않고 더 나아가 잘못된 것이라고 하면서, 계엄 행위 자체에 대한 비판 없이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의 관련 방어권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균형을 잃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CBS노컷뉴스 박희영 기자 mat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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