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개정안에 주식도 이월과세 적용 대상
증여자 취득가액 기준 양도차익 계산
정부 세법 개정 따라 증여 전략 수정해야
미국 주식 투자로 4억원의 수익을 낸 김모씨(44)는 양도소득세 절세를 위해 보유 주식 일부를 아내에게 증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증시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증여 시점을 미루기로 했다. 주식 증여 시점을 상담하기 위해 프라이빗뱅커(PB)를 찾은 김씨는 내년부터 세법이 개정돼 해외 주식 부부 증여 절세가 사실상 차단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결국 김씨는 연내 아내에게 비과세 한도 내에서 해외 주식을 증여하기로 했다.
김씨는 3년 전 미국 A기업 주식 100주를 주당 100만원에 샀다. 이 주식이 5배 올라 현재 5억원이 됐다. 한 해 동안 벌어들인 해외 주식 매매 차익이 기본 공제 금액인 250만원을 넘으면 이듬해 5월 양도세를 내야 한다. 전체 순이익에서 250만원을 뺀 금액의 22%(지방소득세 2% 포함)가 세금으로 책정된다. 김씨가 이 주식을 매도하면 시세 차익 3억9750만원의 22%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김씨가 이 주식을 모두 아내에게 양도하면 양도세를 내지 않을 수도 있다. 아내에게 증여한 주식의 가치는 증여받은 시점의 전후 2개월(총 4개월) 평균 종가 기준으로 계산한다. 아내가 김씨에게 5억원의 주식을 증여받고 이를 곧바로 5억원에 매도했다면 시세 차익이 ‘0원’으로 계산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배우자 증여의 경우 10년 합산해 6억원까지 비과세가 적용된다. 김씨 부부는 양도세와 증여세를 한푼도 내지 않을 수 있다.
‘2024년 세법개정안’을 보면 이월과세 적용 대상 자산에 양도일 전 1년 이내에 배우자 등으로부터 증여받은 주식 등을 포함하는 법 개정이 추진된다. 이월과세란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으로부터 증여받은 자산을 양도할 때, 증여받은 가액이 아닌 증여자의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양도차익을 계산하는 제도다.
5억원에 산 아파트가 10억원으로 오른 뒤 자녀에게 증여한다고 가정하자. 자녀가 10년 내 이 아파트를 15억원에 매도할 경우 시세 차익은 10억원으로 책정돼 양도세를 계산한다. 해당 아파트 취득가격을 증여 시점이 아닌 부모가 최초 매입한 가격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식에는 이런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그래픽=손민균
과연 모든 해외 주식을 올해 안에 배우자에게 증여해야 할까. 그동안 배우자에게 증여한 재산이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다르다. 배우자 증여세 비과세 한도는 10년 동안 6억원이다. 만약 배우자에게 증여할 해외 주식이 6억원 이내라면 고민할 필요 없이 올해 안에 증여하는 것이 좋다.
과거 10년 내 배우자에게 증여한 재산이 많다면 증여 대상과 시점을 저울질해야 한다. 정부가 증여세 개편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우선 자녀(성인) 증여세 공제 금액을 기존 10년간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한다. 10% 세율이 적용되는 증여·상속세 과세표준 구간도 기존 1억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한다. 배우자와 자녀에게 공제 한도까지 재산을 증여한 경우라면 세법 개정을 기다렸다가 배우자가 아닌 자녀에게 해외 주식을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 해외 주식 증여 후 1년 이내 매도할 계획이 없다면 증여세 공제 한도 내에서 배우자나 자녀에게 언제든 증여해도 된다. 주식 이월과세 기준이 ‘1년 이내에 증여받은 주식’이기 때문에 증여 1년 후에 매도할 경우 증여 시점의 취득가액으로 양도세를 낼 수 있다.
송기영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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