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꾸물거릴까?』는 어떤 책
이 책은 상담심리학자인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와 그의 연구팀이 함께 집필했습니다. 이 교수는 20여년간 꾸물거림, 완벽주의 등을 연구했는데요. 저자는 ‘꾸물거리는 사람들이 흔히 자신에게 부여하는 게으른 이미지에 반대한다’고 밝힙니다. 성격이나 기질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 시간 관리를 못 한 탓도 아닙니다. 우리가 뭔가를 미루는 것은 감정 조절의 문제라고 정의해요. ‘해야 하는데, 지금 하기 싫다’는 두 감정의 교착 상태 ‘양가감정(ambivalence)’이 근본 원인입니다.
. 시간 관리를 못 한 탓도 아닙니다. 우리가 뭔가를 미루는 것은 감정 조절의 문제라고 정의해요. ‘해야 하는데, 지금 하기 싫다’는 두 감정의 교착 상태 ‘양가감정(ambivalence)’이 근본 원인입니다.
저자는 꾸물거림을 잘못된 행동이나 교정 대상으로 보지 않아요. 대신 내 안에 얽혀있는 양가감정을 탐색해보자고 권합니다. 내가 꾸물거리는 이유가 쉽게 흥미를 잃어서인지, 반항심이 들어서인지, 타인의 부정적 평가가 두려워서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면 행동을 바꿀 수 있습니다. 꾸물거림의 원인을 감정적 성향에 따라 총 5개의 유형으로 분류하는데요. 유형에 따라 맞춤형으로 해결책도 제시합니다. 당장 현실에서 적용해볼 만큼 실용적입니다. 5개 유형을 간단히 소개할게요.
『나는 왜 꾸물거릴까?』에서 제시한 5개의 꾸물거림 유형. 차준홍 기자
1) 비현실적 낙관주의형
이 정도는 2시간이면 가능할 것 같은데…밥 먹고 나서 하자.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대체로 삶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자신을 과신하는 비현실적 낙관주의(unrealistic optimism)는 주의해야 합니다. ‘이틀 바짝 하면 되겠는데?’ 와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일을 과소평가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이런 유형은 꾸물거리다 시간에 쫓깁니다. 마무리가 부족해 능력에 비해 아쉬운 결과물을 만들기도 하죠.
처음 일을 맡으면, 일을 한번 들춰보세요. 일의 규모를 빠르게 파악해 현실적인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죠. ‘아마도’와 ‘어쩌면’도 지우세요. ‘아마 3시간이면 될 거야’ 대신 ‘나는 오늘 2시에 시작해 4시에 끝낸다’와 같이 정확하게 선언해 보세요.
2) 자기 비난형
어제 1페이지라도 더 쓸 걸. 게을러 터진 나, 왜 이 모양일까?
자기 비난형은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남들이 실망할까봐 자신을 채찍질합니다. 불안감은 무기력을 만들고 꾸물거림으로 나타납니다. 문제는 꾸물거림을 자각하면, 다시 자기 비난이 시작됩니다. ‘이렇게 한심하다니. 어차피 해봤자 소용 없을거야.’ 나를 자책할 수록 마음의 에너지는 소진되고 더 무기력에 빠집니다.
자기 비난의 이면에는 사실 더 나은 존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이런 유형이라면, 있는 그대로 나를 믿어주세요. ‘난 게으른 사람이야’ 질책하지 말고, 관대해지세요. 작은 일이라도 해냈을 때 만족감을 느껴보세요. 마음이 한결 편안해질 겁니다.
3) 현실 저항형
아 짜증나! 성질나서 지금은 일할 기분이 아냐!
직장 상사, 부모님 등 권위자에 대한 반항의 표현으로 꾸물거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겉으로는 하는 척 하지만 슬쩍 미룹니다. 고압적인 상사의 메시지에 늦게 답하거나, 수정 요청이 싫어 마감까지 버티는 등 일종의 은밀한 복수입니다. 이런 유형은 잠시 동안 복수의 통쾌함은 얻겠지만 마음은 계속 불편합니다.
이런 유형이 원하는 것은 ‘내 일의 권한’에 대한 욕구입니다. 상사에게 공로를 인정받거나, 대화할 때 존중 받고 싶은 욕구 말이죠. 꾸물거리다 손해 보기 전에, 어떻게 내가 원하는 걸 이룰 수 있을지 생각해 보세요.
4) 완벽주의형
최선을 다했는데 잘 못 해내면 어떡하지?
완벽주의자는 비현실적으로 높은 기준과 성취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완벽함은 환상이죠. 완벽주의자는 완벽하지 못해 늘 불안합니다. 철저한 준비를 위해 과도한 에너지를 쏟고 걱정도 많이 합니다. 이 과정에서 느끼는 불안감, 자기 패배감, 우울 등이 꾸물거림으로 나타납니다.
완벽주의자라면 어떤 목표에 에너지를 집중할지 우선순위를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할지, 실패를 예방하는데 초점을 맞출지에 따라 전략도 달라질 겁니다. 또 타인의 기대치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도 있습니다.
5) 자극 추구형
하고 싶긴 한데, 몰입이 잘 안돼. 재미없는 걸 어떡해?
뭐든지 즐겁게 시작했다가, 3일만 지나면 귀찮아서 미루게 되나요? 자극 추구 성향이 강한 사람은 새로운 일이라면 희망 차게 시도하지만 재미가 반감될수록 쉽게 포기하곤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합리화하죠. ‘이건 나랑 맞지 않아.’
자극 추구형이 기억해야 할 사실은, 성장하려면 지루한 과정을 버텨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작할 때의 흥분이 사라져도 계속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같은 일을 다르게 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영어 공부를 하기로 했다면, 영어 드라마도 보고 회화 모임에서 친구도 사귀어보세요. 다양한 재미를 발굴한다면, 흥미를 계속 유지할 수 있습니다.
더,마음 읽기 가이드
변화는 ‘자기와의 대화(self-talk)’에서 나타난다. _p.216
꾸물거림은 삶을 좀먹습니다. 미루고 실패하고 자책할수록 자신감이 떨어지고 무기력해집니다. 이 책은 ‘난 너무 게을러’, ‘난 뭘 해도 안 돼’ 같은 죄책감의 악순환을 끊도록 도와줍니다. 상담 심리학자들이 썼기 때문에 ‘스킬’을 알려주기 보다 꾸물거리는 행동 기저에 어떤 심리가 있는지 탐색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근본적으로 ‘나는 누구인가’ 묻게 됩니다. 나는 주로 어떤 감정에 매몰되는지, 왜 그런 패턴을 갖게 됐는지 생각해보게 되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하고 나아가 자신감도 북돋아줘서 심리 치료를 받은 듯한 효과도 있습니다.
책 에필로그에 서술한 ‘변화 대화’라는 개념을 기억하면 좋겠는데요. “하고 싶은 기분이 안 들어요”가 ‘유지 대화’라면 “해봐야겠어요”, “하고 싶어요”처럼 바뀌겠다는 의지를 담은 게 ‘변화 대화’라고 합니다. 일상에서 ‘변화 대화’가 많아질수록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해요. 거울 앞에서 “해봐야겠다!” 외치고 하루를 시작해볼까요. 달라진 내가 보일 겁니다.
김연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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